[경세제민] 대형마트 러쉬, 충북청주경실련이 그립다
[경세제민] 대형마트 러쉬, 충북청주경실련이 그립다
  • 오옥균 기자
  • 승인 2022.01.25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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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밀레니엄타운 내 창고형 대형매장인 코스트코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일부 지역언론들 조차 시민들의 기대감에 초점을 맞춘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물론 소비자가 값싸고 편리한 쇼핑공간을 찾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더불어 사는 사회는 시장 논리만 주장할 수 없는 구조적 특징을 갖는다. 그렇지 않다면 왜 그동안 대형마트 입점을 견제하고, 많은 시민들이 스스로 불편함을 택했을까.

2008년, 청주시 비하동에 대형마트가 진출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지역 상인들은 생업을 중단하고 철시(撤市)투쟁에 나섰다. 2009년에도 대형마트의 SSM(슈퍼슈퍼마켓) 진출을 막기 위해 대규모 철시투쟁을 벌이며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생존의 문제였다. 전문가들은 인구 20만명 당 대형마트 1개가 적당하다는 의견을 내던 때다. 당시 청주가 60만 도시라는 점에서 3개면 충분했지만, 이미 7개나 들어선 상태였다. 그럼에도 결국 비하동 롯데마트는 문을 열었고, 이후로도 하나하나 늘어났다. 

백화점과 대형 아울렛매장까지 더하면 12개 대형마트가 청주시민의 소비력을 흡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분석대로라면 청주시는 240만 대도시가 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청주는 85만 도시다. 그것도 청주청원 통합에 의한 수치고, 대형마트는 여전히 60만명이 살고 있는 옛 청주지역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시민들과 상인들의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니었다. 대형마트 입점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기존 지역상인과 공존하기 위한 협의가 진행됐고, 영업시간 제한과 같은 안전장치도 마련됐다. 무엇보다 이 같은 투쟁을 통해 청주시에 관련 조례가 제정됐고, 그 덕분(?)에 아직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이 명맥이라도 유지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그럼에도 남아 있는 점포보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폐업한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충북청주경실련이었다. 경실련은 상인들이 힘을 한곳으로 모았고, 시민들에게 반대의 정당성을 납득시켜 동의와 동참을 이끌어 냈다. 지금 이때, 경실련의 부재가 안타까운 이유다.

코스트코를 필두로, 청주테크노폴리스에는 이마트 스타필드가, 현대백화점은 시티아울렛을 오송 역세권 개발사업에는 또 다른 대형마트가 입점을 예고하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상인들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예전같은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시민단체들도 연대회의를 통해 힘을 보태겠지만, 경실련의 빈자리를 메우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시민들의 동의를 얻는 일이다. 그러려면 논리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운영 중인 대형마트가 지역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새롭게 입점할 경우 지역 상권에 얼만큼의 영향을 미칠 것인지, 두루뭉술한 예측이 아닌 실질적인 수치로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 충북청주경실련을 소생시킬 수 없다면, 새로운 경실련이 이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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