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큐레이터 변광섭의 마을이야기⑮] - 증평 도안면 문화마을길
[로컬 큐레이터 변광섭의 마을이야기⑮] - 증평 도안면 문화마을길
  • 변광섭
  • 승인 2021.07.28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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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향 가득한 곳, 시심을 담아 동네 한바퀴

늘 그랬다. 그곳을 지날 때마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어떤 마을일까.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어떤 풍경을 담고 있을까. 저곳에 가면 내 삶에 위로가 되고 추억이 되며 불멸의 꽃이 될 수 있을까. 그 마을의 속살이 되우 궁금했지만 좀처럼 발길이 닿지 않았다. 그러던 중 붓을 만드는 장인이 그곳에 둥지를 틀면서 자연스레 인연이 되었다.
 충북 증평군 도안면 문화마을길. 도안면 소재지라고 해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놀랍게도 이 마을에는 충북도무형문화재 필장 유필무 씨의 공방뿐만 아니라 소월·경암 문학기념관이 위치해 있다. 마을 뒷산에는 국가사적 제527호인 추성산성이 있으며 6·25참전용사인 연제근공원이 조성되어 있는 등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고 농촌의 애틋함이 스며 있다. 빛바랜 도안역이 있고 그 주변으로 먹바위와 골목길 풍경이 한유롭다.

 필장 유필무 씨는 16세의 어린 나이에 붓과 인연을 맺었다. 그에게 붓을 만드는 일은 평생의 업이자 운명이다. 태모필, 황모필, 양모필, 초필…. 그의 손을 거치면 운명을 다한 그 무엇도 새 생명을 얻는다. 붓 한 자루를 만들려면 손으로 만 오천 번을 두드려야 붓의 총이 만들어진다. 한 일(一 )자를 10년 쓰면 붓끝에서 강물이 흐른다고 했던가. 그의 손끝에는 붓에 대한 집념과 열정과 진한 땀방울이 묻어있다. 붓 한 자루에 작가의 온 힘을 느낀다.

 마을 뒷산의 추성산성은 4~5세기 백제시대 흙으로 쌓은 산성으로는 도성 이외의 지방에 존재하는 최대 규모의 성곽이다. 남문지는 계곡부 뒷산에 위치해 다른 지역의 문지와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으며, 북문지는 바닥을 단단하게 다진 후 그 위에 부정형 석재를 이용해 측벽과 바닥석을 조성했다. 왜 그랬을까. 무엇 때문에 이곳에 성을 쌓았을까. 유목민들이 산으로 들로 강으로 떠돌다가 산과 물과 볕과 비옥한 이곳에 정착했을 것이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사랑하며 살았으리라.
 왜 이곳에 소월·경암 문학기념관이 있는 것일까. (사)한국문학회의 경암 이철호 이사장이 사재 40억을 들여 1,000㎡ 규모에 김소월의 삶과 시문학을 담은 공간을 만들었다. 이철호 이사장 자신의 문단인생을 소개하는 공간도 꾸몄다. 그는 대하 장편소설 『태양인 이제마』를 펴내는 등 문단과 한의학계에서 큰 관심을 이끌어 낸 인물이다. 김소월은 괴산 출신 벽초 홍명희의 사위다. 
 도안 문화마을길에는 96년 역사의 초등학교가 위치해 있다. 수많은 지역의 인재를, 일꾼을 배출했다. 지금은 사람들의 발길이 멈추었지만 충북선 도안역이 있으며 오래된 농협창고와 먹바위와 골목길 풍경이 시골의 애틋함을 담고 있다. 도시와도 가깝고 증평 에듀팜특구가 인접해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러니 이곳을 묵향 가득한 곳, 시심을 담은 인문과 예술로 특화된 창조마을로 가꾸면 좋겠다. 이름하여 예술창조마을이다. 문방사우를 테마로 한 공방과 농가호텔을 조성하고 시노래가 울려 퍼지면 좋겠다. 유필무 씨의 공방 일원을 붓과 문방사우 관련 체험장, 전시장, 정원, 게스트하우스 등을 특화시키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장르의 문학이 펼쳐지는 예술공원과 예술골목길을 가꾸고 문학인들이 머물며 창작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빛바랜 농협창고와 도안역 일원을 청년예술인의 창업공간으로 가꾸자. 문학, 공방, 춤, 노래, 카페, 음식 등 청년들이 이곳에서 창업을 하고 교류하며 꿈을 빚도록 하자. 순천에서는 농협창고를 청춘창고로 특화시키면서 연간 3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뉴트로’라는 복고풍의 시대에 살고 있다. 농촌의 낡고 빛바랜 공간이 훌륭한 창작공간으로, 관광자원으로 주목받고 있음을 상기하자.
 이와함께 도안초등학교를 예술창의학교로 특성화하면 좋겠다. 도시의 학교는 학생들로 넘쳐나지만 시골학교는 해마다 입학생이 줄면서 폐교의 시련을 겪고 있다. 쾌적한 환경, 다채로운 혜택, 행복한 체험교육으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문화예술을 테마로 한 창의학교를 만드는 것이 대안이다. 인근에 보금자리 주택을 조성해 도시의 어린이들이 이곳에서 거주하며 꿈을 펼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운 것은 농촌에 있다. 기존의 자원을 기반으로 창의적인 문화환경을 만들면 중부권의 대표적인 마을콘텐츠가 될 것이다.
  사진 김영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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