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한 가닥이 수천 가닥 되어 장애의 벽을 넘는다
국수 한 가닥이 수천 가닥 되어 장애의 벽을 넘는다
  • 권영진
  • 승인 2018.12.15 03: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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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들의 자립을 돕는 청주시 내덕동 ‘담쟁이 국수이야기’

<해피진의 꺼리>

딸아이가 5살쯤 유치원 입학 시기에 있었던 일이다. 유치원을 보낼지 어린이집을 보낼지 한참 고민을 했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그렇지만 오래전에는 더 난리였다. 결국 아이 엄마는 새벽 3시부터 줄을 서서 딸아이를 보내고 싶은 어린이집에 보냈다.

그곳은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인데 장애우 50%, 비장애우 50%을 모집하여 같은 공동체 안에서 서로 배려하고 함께사는 세상을 가르쳐주었는데 그 뒤로 딸아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장애우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갖고 그들을 이해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얼마 전 공중파 뉴스에서 장애인 특수학교를 건립해달라고 하면서 장애우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사정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뉴스를 보면서 마치 내가 그들에게 행한 몹쓸 짓처럼 느껴져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었다. 통계청 자료를 보니 우리나라 장애인 수는 2017년 말 기준 254만명이라고 한다. 전체 인구수의 약 5%에 해당하는데 아직도 우리나라의 복지와 관심 수준은 턱없이 부족한 듯 보인다.

충북의 장애인 복지시설은 27개가 있다고 하는데, 그중 담쟁이 장애인 보호작업장을 소개하려 한다. 담쟁이 보호작업장은 20128월 주간보호센터로 시작해서 2014년 보호작업장으로 유형을 전환했다. 이후 건국수 설비를 보강하고 저온저장고 시설을 보강하여 20166월에 중증장애인생산품 인증을 받았다. 2017년에는 아산복지재단 HACCP 환경을 조성하고 국수를 생산하고 있다. 그밖에도 보일러 이음관을 조립하기도 한다. 이곳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30명이며 사회복지 종사자는 7명이 근무한다.

담쟁이 장애인 보호작업장은 인본주의적 이념에 근거하여, 삶의 전반에서 환경으로부터 제약을 받는 장애 당사자들의 생활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물리적 장벽, 사회적인 장벽을 제거하고 장애 당사자의 지역사회 통합을 지원하여 장애-비장애의 차별이 없는 평등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설립되었다고 한다.

또한 정규교육을 받아도 사회진출이 어려운 특수학교를 졸업한 발달(지적, 자폐성) 장애인들에게 직업훈련을 통하여 취·창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설치된 시설로 성인기 지적·자폐성 장애 당사자의 사회생활, 직업재활을 통해 당사자 스스로가 사회경제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담쟁이 보호작업장에서 생산하는 국수는 만화 식객에 나오는 권오길 대표로 부터 기술전수를 받았다고 한다. 인천에서 60년 동안 국수집은 운영해온 권오길대표는 본점에서는 생면을 팔고 생면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국수공장(권스누들)에서 건면을 생산한다.

청주시 내덕동에 위치하고 있는 담쟁이 국수 이야기는 담쟁이 장애인 보호작업장의 건면을 판매하는 국내 1호점으로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작은 가게로 운영한다. 일일점장과 시민점장이 되어 친구, 지인 등에게 하루 3시간 국수집의 주인이 되어 판매를 하는 것이다. 현재는 담쟁이의 제안을 수락하면 모바일용 웹자보를 제작하여 2주간의 홍보활동을 통해 일일점장을 알리고 동참을 유도하여 판매를 촉진시킨다.

담쟁이 국수이야기에서 판매하는 메뉴는 잔치국수(3500), 어묵국수(4500), 비빔국수(4500), 메밀국수(4500)가 전부이지만 이곳에서 국수를 먹는 맛은 특별하다. 내가 먹는 국수 한 그릇이 최저임금도 받기 힘든 담쟁이 보호작업장의 당사자들에게 많은 힘과 응원의 메시지를 줄수 있기 때문이다. 담쟁이 식구들은 내가 직면한 아픔과 고통보다 당장 나누어야할 사회적 약자나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도 나눔을 실천한다.

김윤경 대표는 생산에는 성공했지만, 판로를 뚫어야 하는 게 만만치 않아 보인다. 국수를 팔아서 생기는 수익금은 장애인들의 인건비로 돌아간다라고 말한다. ‘담쟁이라는 상호는 자생적으로 어깨동무를 해서 위로 조금씩 올라가는 생명력처럼 대기업도 진출한 국수시장에서 살아남겠다는 강한 의지가 들어있다.

담쟁이 장애인 보호작업장: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초정로 715-4, 전화문의: 043-295-9940

담쟁이 국수이야기: 충북 청주시 청원구 새터로 23번길 19, 전화문의: 043-295-9940

권영진은 해피진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파워블로거다. 충북도민홍보대사, SNS 서포터로 활동 중이며 직장인 극단 이바디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진짜 직업은 평범한 직장인.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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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 2018-12-15 13:04:48
기사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