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유일 KSA인증업체…시장점유율 지각변동 예고
진천군 문백면에 위치한 조은펌프가 업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기대를 모은다. 조은펌프의 도전은 진입장벽이 높고, 서열이 좀처럼 변하지 않는 산업용펌프업계에 큰 변화를 불어올 전망이다.
눈에 잘 띄지 않아 보통 사람들에게는 관심 밖의 일이지만 가정은 물론 모든 건축시설물과 공장 어디에나 필수적으로 설치되는 게 펌프다. 식수는 물론, 소방시설을 운용하려면 물을 끌어올리는 펌프가 꼭 필요하다.
30년 경력 박강용 대표의 리더십
그에 걸맞게 안정적인 내수시장이 유지되면서 펌프업체들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진입장벽도 높아 신생업체의 도전을 받는 일도 흔치 않았다. 산업용펌프가 한국에 도입된 지 60년이 지났고, 내수시장규모는 1조7000억원에 달하지만 한국표준협회(KSA)의 인증을 받은 펌프제조업체는 20개 내외로 증감이 없다. 대다수의 업체가 30년 이상 된 장수기업들이고,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집중해 있다.
조은펌프는 2011년에 설립, 70억원의 연매출을 올리는 안정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보수적인 펌프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조은펌프가 제도권에 진입할 수 있었던 비결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기술개발이고, 나머지 하나는 박강용 대표의 경험이다. 6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조은펌프는 기술혁신형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고급 기술 인력을 보유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 배경에는 박 대표가 있다.
조은펌프는 충청권에서 유일하게 KSA인증을 받은 펌프제조업체다. 경쟁업체가 없는 이유는 단순하다. 기술 인력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은펌프의 기술진은 박 대표와 맺은 인연, 그에 대한 신뢰덕분에 충북행을 결심할 수 있었다.
조은펌프는 업계 막내 격이지만 박 대표의 업력은 결코 작지 않다. 30년간 펌프만 다뤘다. 박 대표는 "시작은 유통이었다. 20년간 유통을 하면서 펌프에 대해 구석구석까지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시작한 일은 1996년 청주에 뿌리를 내리면서 급성장했다. 박 대표는 당시 업계 점유율이 높지 않은 업체의 제품을 판매하면서도 충북 펌프 공급의 60%이상을 책임질 정도로 수완이 뛰어났다. 20년간 가꿔놓은 든든한 판로는 그가 창업하는데 큰 힘이 됐다.
혁신적 디자인, 공간활용 극대화
창업 이후 지금까지 조은펌프는 박 대표의 구상대로 성장했다. 충청권 유일한 업체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박 대표의 다음 카드는 혁신이다. 조은펌프는 ‘ 소방펌프의 입형화’ 제작을 눈앞에 두고 있다.
'소방펌프의 입형화'는 현재 특허 출원을 진행하는 한편 신기술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소방펌프의 입형화는 펌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큰 변화다. 그동안 동종펌프는 안정성을 이유로 횡형으로만 제작됐다. 조은펌프의 핵심 기술은 세워도 안정성을 훼손시키지 않는데 있다. 펌프가 세로여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간활용때문이다. 같은 용량의 펌프를 조은펌프의 설계대로 세로로 세우면 펌프가 차지하는 면적이 1/4로 줄어든다. 공간활용에 초점을 맞춘 국내 건축 흐름으로 볼때 조은펌프의 신제품은 큰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나아가 빅2기업이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업계 지형에도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마치 휴대폰 제조업계 신생기업인 애플이 아이폰으로 스마트폰시대를 열면서 노키아, 모토로라를 누른 것처럼 펌프업계에서도 혁신의 힘이 발휘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