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매‧3형제‧3부녀가 과(科) 동문이라고요?
3자매‧3형제‧3부녀가 과(科) 동문이라고요?
  • 이재표
  • 승인 2018.10.3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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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씨 3부녀…충북보건과학대 창업경영과 동문에, 직장도 같아
청주권 유일 야간정규 경영학과…20년 동안 주경야독 1000명 배출
2017년 11월 열렸던 충북보건과학대학교 창업경영과 20주년 기념식.
2017년 11월 열렸던 충북보건과학대학교 창업경영과 20주년 기념식.

형제나 자매가 같은 대학을 졸업했다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학교에서 눈이 맞은 캠퍼스커플도 적지 않다 보니 부부동문도 그리 드물지 않다. 그런데 형제자매가 같은 과() 동문이라거나 결혼을 한 부부가 나중에 같은 과에 입학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청주권에서 유일한 야간 정규 경영학과인 충북보건과학대학교 창업경영학과(이하 창경과)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새내기들도 있지만 30대에서 60대 이상까지 성인 전 연령대가 입학하는 학과의 특수성 때문이다.

창경과 만학도들은 대학생활을 통해 학위와 노하우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다. 성취감과 보람을 동시에 느끼게 되니 당연히 비슷한 상황에 놓인 가족 등 지인들에게 권하기 마련이다.

그런 연유로 충북보건과학대 창경과는 각종 진기록의 산실이다. 1998년 학과를 개설해 20년이 흐르는 동안 본교 캠퍼스에서만 645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흥덕캠퍼스와 하이닉스캠퍼스까지 합치면 졸업생은 1000명에 이른다.

청주권에 유일한 야간 정규 경영학과인데다 4명의 전임교수 외에도 세무사, 공인중개사, 기업체 대표 등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들이 겸임교수나 외래강사 등으로 강단에 선다. 그러다 보니 창업아이템부터 상권분석, 고객관리, 마케팅전략 같은 실전기술에서부터 경제동향, 인사, 생산, 재무관리, 세무 같은 경영이론까지 창업경영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전수받기 마련이다.

더 큰 강점은 야간 학과의 특성 상 스무 살 새내기부터 60대 이상까지 전 연령층에 다양한 분야 종사자들이 입학한다는 것이다. 경험을 나누고 사업에 필요한 부분을 서로 도울 수 있다. 입학연도를 따지는 학번 대신에 기수(期數)를 매기는 것도 특징이다.

3부녀 과 동문 중 언니 김지혜(왼쪽) 씨와 김지원 씨. 이들 자매와 아버지 김태환 씨는 직장도 같은 직장에 근무하고 있다.
3부녀 과 동문 중 언니 김지혜(왼쪽) 씨와 김지원 씨. 이들 자매와 아버지 김태환 씨는 직장도 같은 직장에 근무하고 있다.

 

다른 대학, 다른 학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충북보건과학대학 창경과 기네스는 그래서 계속 수립 중이다.

응 씨 세 자매는 언니가 5(2002)로 입학한 뒤 두 여동생이 이듬해 6기로 입학해 모두 함께 학교를 다녔다. 이들은 30대 중반부터 40대 만학도였다.

우 씨 3형제도 큰형이 14(2011)에 입학하고 나서 두 남동생이 1년 후배로 동시에 입학했다. 특히 둘째 동생은 부인도 같은 학번으로 입학했으니 부부와 시동생이 같은 과 동기가 된 셈이다.

창경과에는 3부녀 동문도 있다. 6(2003) 김태환 씨와 11(2008) 김지혜 씨, 16(2013) 김지원 씨 부녀가 그들이다. 이들 부녀는 현재 괴산군이 청소년단체에 운영을 위탁한 괴산군청소년수련원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맏딸 김지혜 씨는 고교시절부터 아빠가 야간학과가 비전이 있으니 수능에 스트레스 받지 말고 창업경영학과에 진학하라고 말씀하셔서 진로를 정하게 됐다다섯 살 어린 동생도 아빠와 저의 영향을 받아서 부녀 동문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지혜 씨는 또 지금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요리를 좋아해서 요식업 관련 창업을 꿈꾸고 있다같은 과 동문인 동생과 동업을 하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혜 씨와 동생 지원 씨는 분가해서 함께 생활하고 있으며, 올봄 학점은행제를 통해 독학사 학위도 함께 받았다.

이밖에도 창경과에서는 세 명이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동안 모두 일곱 명의 지방의회 의원을 배출했다. 14(2011) 박문희 충북도의회 의원, 21(2018) 김미자 청주시의회 의원 등 현역 의원도 두 명이나 있다.

또 시중은행 지점장이나 신협·새마을금고 이사장, 지역의 중견기업 임원 등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들이 즐비하다.

1998년 학과개설 당시부터 학생들을 지도해 온 김영호 교수는 창업경영과는 산업화시기 여러 가지 형편 때문에 학업을 뒤로 미뤘던 이들에게 만학도의 꿈을 열어줬다절절한 마음으로 학업에 도전한 이들이 그 감동을 전하다 보니 각종 진기록을 낳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김홍구 창업경영과 학과장은 야간학과이기 때문에 어려움도 적지 않았지만 주경야독을 통해서라도 꿈을 이루고픈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재학 중 취업이 필요한 학생이나 주부나 직장인, 중소기업 대표들을 대상으로 졸업 이후까지 책임지는 전문교육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학교에선 형님누님, 밖에선 대표님이라 불러요

충북보과대 창업경영과 21기 과대표 46세 심광현 씨

21기 과대표를 맡고 있는 심광현 대표.
21기 과대표를 맡고 있는 심광현 대표.

건설현장의 소모성 자재나 안전용품 등을 취급하는 심광현 에스엠엠알오() 대표이사는 충북보건과학대학교 창업경영학과 18학번 새내기다.

28살에 전기통신공사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가 IMF 때 부도를 겪고 직장생활을 하며 어두운 터널을 지났다. 2004년 매형을 도와 현재의 사업을 시작했고, 2009년 자신의 회사를 차렸다.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지금은 자신의 건물 안에 사업체와 주거공간을 함께 마련했다.

꿈이 하나씩 이뤄지고 있지만 심광현 대표를 가장 들뜨게 만드는 것은 캠퍼스생활이다. 심 대표는 46살 만학도다.

심광현 대표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정신없이 사느라 공부할 기회가 없었다학력 때문에 주눅이 들 때도 많았지만 충북보건과학대학에 야간학과가 없었다면 학업을 시작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업은 월··수 사흘 동안 오후 7시부터 서너 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목요일부터 주말까지는 각자 자습을 하고 리포트를 쓰기도 한다. 자신의 사업까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하지만 성취감 때문에 짬이 나는 대로 책을 펼치게 된다.

심 대표는 학위가 필요해 시작했지만 재무제표, 결산서도 볼 줄 모르다가 공부를 하면서 전문적 실전경험까지 쌓게 됐다이왕 시작한 것 편입을 거쳐서 대학원까지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학창생활은 새로운 인맥형성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심광현 대표는 회사에서도 대표지만 21기 학생대표도 맡고 있다. 21기는 33명이 입학했는데, 17명이 50대 이상이고 40대가 2, 나머지는 20대라 심 대표가 허리역할을 맡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서로를 부르는 호칭이다. 대학진학이 꿈이었던 만큼 기본호칭은 학우. 다만 나이가 층이 지다 보니 존칭이 필요한데, 최대 40살 이상 차이가 나지만 아저씨, 아줌마등은 절대 사용해선 안 되는 금기어다.

학우들끼리는 나이 차를 떠나 형이나 오빠, 언니나 누나(누님) 등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여학생들의 경우 서너 살 차이가 나면 오빠, 열 살 이상 차이가 나면 특별히 오라버니라는 호칭을 사용한단다.

그런데 이 건 학교 안에서만 통용하는 호칭이다. 사업을 하는 학우들끼리 밖에서 만나면 서로 대표라는 직함을 사용한다.

심광현 대표는 다양한 직업들을 가지고 있다 보니 사업은 물론 여러 가지 도움을 주고받는다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대표나 은행에 근무하는 학우들과 사업에 필요한 상담을 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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