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구'로 인생을 연주하다
'장구'로 인생을 연주하다
  • 박상철 기자
  • 승인 2017.07.19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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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인생 32년, 대학 동아리 활동으로 처음 접해
혼자 연주해도 지루하지 않는 장구 매력에 빠져
'씨알누리'만의 새로운 해석으로 창작 공연 펼쳐
2008년 독주회 '라장흠의 길 23' 중 앉은반 설장고 독주를 하는 모습 / 사진=라장흠

꽹과리의 장단에 맞춰 북이며 장구가 "두둥둥" 뒤를 따른다. 흥겨운 풍악이 하늘로 하늘로 오른다. 이내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에 심장이 뛰고 가슴이 벅차다. 풍물인생 32년. 인생 자체가 풍물이라고 말하는 라장흠 씨알누리 단원은 오늘도 후학 양성은 물론 자신의 기량을 갈고 닦기 위해 궁채와 열채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학창 시절.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고3 새로 부임하신 음악 선생님이 만든 밴드부에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부모님은 그를 ‘딴따라로 키우기 싫다’며 반대하셨고, 결국 청주대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몸이 근질근질했다. 음악과 춤을 워낙 좋아했던 터라 관련 동아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댄스 동아리에 들고 싶었지만 당시 청대에는 없었다. 그래서 든 동아리가 ‘와우탈놀이패’라는 탈춤동아리에 들어가게 됐다.

통일비나리 연주하는 장면 / 사진=라장흠

탈춤을 배우면서 이내 풍물도 접하게 됐다. 1학년 말 직접 전라도 남원을 찾아 풍물을 접할 정도로 정도 푹 빠졌다. 특히 혼자 연주해도 지루하지 않은 ‘장구’의 매력은 그를 더욱 풍물의 세계로 끌어들었다. 그날 이후 장구에 미쳐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학교를 찾아 장구를 잘 치는 선배나 여러 선생님들이 치는 모습을 눈으로 익혀 혼자 학교에서 연습했다. 한 장단을 하루에도 수 천 번 몸이 기억할 때까지 연습하고 연습했다.

1990년 1월 1일. 풍물을 좋아했던 친구 3명과 함께 지금의 풍물굿패 ‘씨알누리’를 만들었다. 백성이라는 의미의 고어 ‘씨알’과 세상이라는 뜻의 순우리말 ‘누리’를 합친 ‘씨알누리’는 백성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풍물로 실현해 나간다는 의지를 담고 힘찬 출발을 내디뎠다. 창단 해 5~6월 충북 순회공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수많은 연주를 통해 씨알누리만의 새로운 해석이 담긴 창작공연을 펼치고 있다.

2015년 십시일반 공연에서 판굿공연 / 사진=라장흠

지난 32년 수많은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땅도 땅도 내 땅이다’으로 공연 제목은 풍물의 삼채장단 입장단이라 말한다. 1993년 당시 ‘우루과이 라운드’ 즉 농산물 수입 반대의 내용을 담고 있는 공연이었다. 북춤, 전통춤, 지신밟기, 상모돌리기 등 기존의 사물놀이를 탈피한 공연으로 전국을 다니며 20~30회 펼쳤다. 기존 방식을 벗어난 풍물놀이는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풍물에 음악, 춤, 노래, 재담 등을 포함시켜 종합적인 연희 형태의 참신한 작품으로 아직도 저의 기억에 가장 남는 작품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지금 현재 경제적인 어려움보다도 전업으로 이 길을 가려는 사람들이 많이 없어 단원을 구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요즘은 주로 퓨전 형식의 공연을 많이 하고 있죠. 퓨전이라 함은 서양음악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전통 장단이나 선율을 가지고 거기에 서양악기를 더해 음색을 풍성하게 만드는 작업입니다.”

라장흠 씨알누리 단원 / 사진=라장흠

그의 앞으로 목표는 ‘동해안별신굿’을 제대로 배우는 것이다. 故송동숙 선생님께 학습했고 현 보유자신 김장길 선생님께 장단이나 무가(무속에서하는 노래), 굿의(굿의 절차) 등을 재차 배워 내년쯤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는 단원이 부족해 공연 진행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어서 단원을 모아 ‘씨알누리’의 지향점인 전통을 근간으로 단순 작품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닌 현재의 문제를 작품에 담아 작품화해 공연을 펼치고 싶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라장흠 단원은 8월 24일 9년만의 독주회인 ‘라장흠의 積音(적음) 소리를 모으다’를 주제로 개인 공연을 앞두고 있다. 지금의 ‘라장구’라는 별명이 붙여질 만큼 장구에 미쳐 살았던 지난 32년의 삶을 장구의 아름다운 선율로 풀어낼 계획이다. 더욱이 앞으로 펼칠 ‘씨알누리’ 활동을 통해 전통문화의 계승·보급 및 창조적 재해석 작업으로 만들어질 공연에 관심이 모아진다. ‘쿵더더쿵덕’ 그의 장구소리가 오늘도 신명나게 연습실에 울려 퍼진다.

8월 24일 9년만의 독주회인 ‘라장흠의 積音(적음) 소리를 모으다’의 포스터 / 사진=라장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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