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보증금 올라도...유모차 노인들 '폐지 주을래'
공병보증금 올라도...유모차 노인들 '폐지 주을래'
  • 박상철 기자
  • 승인 2017.03.02 0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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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9일까지 소비자 직접 '반환률 38%'로 절반에도 못 미쳐
‘일부 매장’ 보관 장소 협소, ‘소비자’ 고작 몇 천원 받으려 번거로워
삼일 내내 주운 폐지를 팔어 만원을 받고 집으로 향하는 한 할머니의 모습 / 사진=박상철기자

올해부터 공병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공병 보증금을 두 배 이상 대폭 올렸지만 회수율은 크게 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폐지를 줍는 노인들도 공병보증금이 오른 사실을 제대로 모르거나, 대부분 고물상을 통해 여전히 예전 가격으로 공병을 거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2017년부터 소주병 100원(기존 40원)과 맥주병 130원(기존 50원)으로 '공병 보증금'을 인상했다.

하지만 일부 매장의 보관 장소 부족 등의 이유로 빈 병 받기를 거부하는 사례가 빈번하고 대다수 소비자들이 빈 병 처분에 번거로움을 느끼는 탓에 회수율 제고로 이어질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월1일부터 19일까지 가정용 주류 출고량이 7만2016병이고, 소비자 반환량은 2만7360으로 반환률이 38.0%라고 밝혔지만 아직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성안동에 위치한 한 고물상을 찾았지만 병을 가져오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고물상 사장은 "거의 빈통만 쌓여있다. 2월달은 한 소주 박스, 맥주 두 박스 정도 양만 들어왔다"고 말했다 / 사진=박상철기자

세종경제뉴스가 2월 28일 찾은 청주 봉명동 소재 A마트 관계자는 “보증금이 두 배로 올라도 들어오는 공병의 양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며 “가져오시는 분들도 많아야 10~20개 정도라며 다른 매장은 모르겠지만 우리는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신봉동 B마트 관계자도 “지난해에는 주말만 공병을 받았지만 올해는 매일 받고 있다”며 “하지만 주로 할아버지·할머니들이 대부분 3~5개의 병을 들고 오시는 게 전부고 양도 아직까지는 크게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근에 거주한다는 C 씨는 “아무리 공병 값이 두 배로 올랐다고 해서 그걸 모아서 마트에 무겁게 들고 가는 것도 일이다”며 “한 달에 20병도 나올까 말까하는 양이라 1000~2000천 원 더 받으려고 그렇게 까지 하기 번거로워 재활용품에 버린다”고 꼬집었다.

폐지를 주워 생활한다는 D 씨는 “빈병 값이 오르면 뭐하나, 소주 값도 올랐는데 병을 주으려고 해도 하루에 고작 다섯 병 정도”라며 "폐지가 kg당 110원 주는데 3일은 주워야 만원 정도 벌 수 있다. 고물상에서 알루미늄 캔은 kg당 700원, 올해 나온 소주병은 개당 50원 정도 받는데 줍기가 어려워 그림의 떡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마저도 동네 작은 마트는 받아주지 않고 큰 마트로 가야 팔 수 있다”고 푸념했다.

D씨가 마트 대신 고물상에 공병을 파는 것은 공병을 받아주지 않는 슈퍼도 있어서, 손해를 감수하고 폐지와 함께 고물상에 병을 넘기는 것이다.

빈용기 신고보상제는 소매점이 빈병 반환을 거부할 경우 보증금 상담센터나 관할 지자체로 신고해 5만원 이내의 보상금이 지급되는 제도로, 1인당 연간 10건 이내로 보상금 지급이 제한된다.

올해 소주병 100원(기존 40원)과 맥주병 130원(기존 50원)으로 '빈병 보증금'을 인상했다. 지난해 출시된 병은 소주 40원, 맥주 50원을 받는다. 단, 라벨이 있는 병을 들고가야지만 거기에 적힌 가격에 따라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 라벨이 없다면 기존 가격만 받을 수 있다. / 사진=박상철기자

송절동에 위치한 E 편의점 관계자 “솔직히 빈병을 받기 꺼린다. 왜냐면 장소가 협소해 보관이 힘들고 지금은 괜찮지만 날이 더워지면 냄새도 심하다”며 “하지만 공병을 받기를 거부하면 신고를 당할 수 있어 마지못해 받고는 있는 상황이지만 녹록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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