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살해 용의자 ‘흐엉’ 청주 다녀갔다?
김정남 살해 용의자 ‘흐엉’ 청주 다녀갔다?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7.02.27 04: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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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남동 등산로에 게시된 ‘국제행사 단체사진’서 이름 발견 제보
2011년, 비영리민간단체 주선으로 청주 방문한 ‘동명이인’ 확인
"흐엉을 찾아보세요" 퇴직공무원 Q씨의 꼼꼼한 '매의 눈'이 청주시 산남동의 한 산책로에 붙은 작은 사진에서 흐엉을 찾아냈다. 하지만 김정남 살해 용의자 흐엉과는 동일인물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2월의 마지막 휴일인 26일 오전, 세종경제뉴스에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김정남 살해 용의자인 베트남 여성 ‘흐엉’이 과거 청주를 방문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었다. 흐엉은 인도네시아 국적 아이샤와 함께 2월13일 오전 9시15분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신경작용제인 VX를 김정남의 얼굴에 묻혀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정남은 알려진 대로 김정일(2011년 사망)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이다.

흐엉은 사건 이틀 만인 15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체포됐다. 살해부터 체포까지 과정이 킬러의 행동으로 보기에는 어설픈 점이 적지 않은데다, 베트남대사관 관계자와 면담에서 “코미디 영상이나 TV 쇼를 찍는 것으로 알았다”며 억울함을 주장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또 베트남TV의 오디션프로그램에 출연했다거나, 2016년 11월 제주도를 방문했던 행적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흐엉이 청주에 다녀갔다. 사진도 남아있다”는 제보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사진은 산남동의 한 아파트 안에 있는 산책길 푯말에서 발견됐다.

제보자 Q씨는 전직 공무원이었다. Q씨는 몇 년 전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에 있는 아파트단지에 입주했고 인근 산남동의 두꺼비생태공원과 구룡산 등을 산책하는 것은 주요 일과 중 하나라고 했다. Q씨는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 산책로를 꼼꼼히 살피며 걷는 편인데, 환경단체의 활동을 기록한 단체사진 속에서 ‘흐엉(베트남)’이라고 적힌 여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현장에서 Q씨를 만났다. 그곳은 산남동의 한 아파트에 조성한 일명 ‘거울못’이었다. 거울못은 인공습지인데, 두꺼비 산란철에 수컷의 울음소리를 틀어준 이후로 짝짓기를 하는 개체수가 늘어 4년 전 한 쌍을 시작으로, 2016년에는 102쌍이 다녀간 곳이다.

그곳에 ‘2011 국제캠프 in 청주’라는 푯말과 함께 행사참가자들이 찍은 단체사진이 붙어있었다. 또 Q씨의 말대로 사진 속 열세 명의 인물 중에는 베트남 여성 흐엉이 있었다. 문제는 누군가 흐엉의 얼굴에 담뱃불로 지진 흔적이 있어서 얼굴 모습을 알아보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더구나 몇 년 전 KBS2 예능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일명 미수다)’에 베트남 여성 흐엉이 등장했고, KBS드라마 ‘산 너머 남촌에는’에 출연했던 또 다른 흐엉도 있을 정도로 흐엉은 베트남에서 흔한 이름이라서, 사진 속 여성이 김정남 살해 용의자 ‘도안 티 흐엉’이라고 확신할 근거는 없었다. 하지만 Q씨는 “얼굴의 윤곽 등으로 볼 때 문제의 흐엉이 맞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당시 행사를 주관했던 ‘(사)두꺼비친구들’의 박완희 사무처장과 만났다. 박 사무처장은 “‘(사)국제○○○○기구’라는 비영리민간단체에서 다국적 대학생들의 봉사활동과 문화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2011년에는 한국을 포함해 여섯 개 나라의 대학생 열두 명이 이곳 두꺼비마을(산남동)로 왔다. 아파트 경로당에서 보름 가까이 머물며 공원 청소도 하고, 안내판도 만들었다. 청주 수암골에도 다녀오고 법주사 관광도 했다. 모든 일정은 팀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했다. 베트남 학생 두 명이 있었고 그 중에 한 명이 ‘흐엉’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동일인물인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두꺼비생태관이 잠시 술렁였다. 자료를 검색하는 박완희 두꺼비친구들 사무처장. 하지만 한 시간만에 해프닝으로 종료됐다. 다만 Q씨의 '매의 눈'은 인정하는 걸로...

두꺼비생태문화관이 잠시 술렁였다. 컴퓨터와 외장하드의 자료 등을 뒤져 사진과 관련자료 등을 찾아냈다. 1시간 만에 사실관계가 확인됐다. 동일인이 아니었다. 당시 캠프에 다녀갔던 흐엉은 1990년생, 용의자 흐엉은 1988년생이었다. 한낱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작은 푯말에 게시된 사진에서 ‘흐엉’이라는 두 글자를 찾아낸 Q씨의 ‘매의 눈’은 인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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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농단 2017-02-27 17:35:32
흐~~~어어어엉ㅇㅇㅇㅇㅇㅇㅇㅇ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