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숨 끊어지고 심폐소생술 하면 늦는다
[기자수첩] 숨 끊어지고 심폐소생술 하면 늦는다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6.11.0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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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기자

[세종경제뉴스 이주현기자] 리베이트 수수 의료인에 대한 처벌 강화 법안이 지난 7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처벌 수위를 현행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변경하는 게 골자다. 3년 처벌은 긴급 체포가 가능하다.

- 이주현 기자.

취지는 공감한다. 쉽게 말해 처벌 수위를 높여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한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는 인과가 있는 법이다. 의료계의 리베이트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것은 의약분업 이후다. 이를 계기로 약 처방권이 약사에서 의사로 넘어갔고, 제약사 입장에서는 ‘의사는 곧 수익’으로 연결됐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제약사가 리베이트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약을 납품해 영업 매출을 올려야 하는 제약사 영업사원과 제약사들이 만든 약의 효과가 크게 차이 나지 않다 보니 구미가 당기는 제안을 하는 제약사 영업사원을 선택하는 의사. 물론 소수의 얘기다. 아무튼 제약업계의 제살 깎아먹기 판촉경쟁이 낳은 결과다.

그 뒤로도 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자 지난 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됐다. 이는 쉽게 말해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의료인과 제약사 둘 다 처벌한다는 것인데, 기록을 남기지 않거나 문제 되지 않도록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다.

그러나 지금처럼 처벌 위주의 리베이트 관리정책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본다. 법이 무거워 단기적으로 리베이트가 사라질지 모르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법을 교묘하게 피하는 이른바 변종이 나타날 것이다.

특히 제약사의 리베이트 제공 능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른바 ‘복제약’으로 불리는 제네릭 의약품(generic medicine)의 가격 인하가 요구된다. 복제약가의 기형적 산정이 리베이트를 양산한 큰 원인 중 하나다.

또 하나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진료수가를 적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현재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처방의약품 가격은 생산자인 제약회사가 아닌 정부 기구에서 책정하고 있다. 건강보험 진료수가 역시 마찬가지다.

오제세(더민주・청주 서원) 의원도 지적했다. “리베이트도 문제지만, 관련 정책과 관련해 복제약값이 너무 비싸다든지, 의료수가 적정화가 안 된다던지, 약의 유통문제나 불법 마진 문제 등이 있다”고.

한 지인 의사의 한숨 소리가 들린다.

“가혹하고 무서운 법입니다. 제약사 영업사원의 출입을 차단하고 리베이트 단절을 선언해야 합니다. 이런 취급을 받으려고 의사가 됐나 자괴감이 듭니다.”

숨 끊어지고 심폐소생술 하면 늦는다. 법이 제대로 탄생하기 위해서는 현직 종사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적극 수용해야 한다. 현실에 맞는 법 추진이 필요하다. 불법 리베이트도 반대지만, 의료인들을 범법자로 내모는 정책 또한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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