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증평가 잘하면 ‘약’, 못하면 ‘독’
[기자수첩] 인증평가 잘하면 ‘약’, 못하면 ‘독’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6.08.1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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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경제뉴스 이주현기자] 2주기 의료기관 인증평가를 통과한 충청권 병원들이 늘고 있다. 이는 믿고 몸을 맡길 수 있는 병원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 이주현 기자

의료기관인증은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기관 인증평가원’이 의료기관에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의료서비스 수준과 의료기관 운영 실태 등을 평가해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쉽게 말해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환자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안전보장과 의료서비스의 질을 궤도에 올렸음을 뜻한다.

2주기 평가는 1주기(2011년) 때보다 130여 개 평가 항목이 늘어나는 등 기준이 강화돼 인증 획득이 까다로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본가치체계(안전보장활동, 지속적인 질 향상) △환자진료체계(환자진료·수술·마취진정관리, 의약품 관리, 환자권리존중 및 보호) △지원체계(경영 및 조직운영, 인적자원관리, 감염관리 등) △성과관리체계 등 병원 전 부문에 걸쳐 모두 537개 항목에 대한 서류심사와 현장 심사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충북에서는 충북대학교병원이, 대전에서는 충남대학교병원이 최초로 2주기 의료기관 인증을 획득했다. 청주의료원은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중 최초로 2주기 의료기관 인증을 받았다.

지난 8월 9일에는 청주하나병원이 2주기 의료기관 인증을 획득했다. 민간의료기관인데다, 청주 서부권의 유일한 종합병원이어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하나병원의 2주기 인증 유효기간은 오는 2020년 6월 30일까지다.

당시 박중겸 병원장은 “병원의 의료 질 향상을 위해 모든 임직원이 시설, 환경, 안전, 직원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오랜 시간 준비해 2주기 인증평가 인증을 획득했다”며 “이를 계기로 충북 최고의 병원이 되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의료기관 인증평가에 대한 시선은 반으로 갈린다. 안 그래도 간호인력 부족으로 업무에 치여 사는 간호사들이 의료기관 인증평가까지 떠안으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인증평가를 준비할 때만 잠깐이고 평가가 끝나면 모든 게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실태조사에서 의료기관평가인증에 관련한 상황과 의견을 묻는 질문을 별도의 영역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2주기를 시작하고 있는 의료기관평가인증제의 현주소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내용을 보면, 과중한 인증 관련 업무로 환자를 대면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오히려 환자안전이 보장되지 못한다는 응답이 77%였다. 조사대상의 64.5%는 인증제로 인한 과도한 업무와 부담감으로 휴직 또는 사직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사대상의 68.4%가 의료기관평가인증으로 인해 매일 4시간 미만(2시간~4시간 미만 37.7%)의 시간 외 근무를 했다고 응답했으며, 6시간 이상 근무했다는 응답도 10.9%에 달했다. 인증 준비에 소요된 기간은 4개월 이상이 63.7%(6개월 이상 35.7%)였다.

실제로 의료계 종사자들을 만나보면, 인증제에 대한 거부감은 상당하다. 그러나 제도의 취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인증 상태가 제대로 유지되고 실현되기 위해서는 인력 충원과 인증평가기준 조정 등 다각적인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의료 질 관리와 환자의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다. 2주기 평가를 받았더라도, 다음 3주기 의료기관 평가를 염두하고 준비한다면 ‘환자 중심’의 병원 문화가 하루빨리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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