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식의 여행스케치] 충주로 떠나는 '한여름 호반 여행'
[강대식의 여행스케치] 충주로 떠나는 '한여름 호반 여행'
  • 정준규 기자
  • 승인 2016.07.27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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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식 사진작가·수필가] 대한민국의 중심축이 어디쯤일까. 한번 쯤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아마도 충북의 어디쯤 일 것이라고는 짐작해 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인지 모르지만 호반의 도시 충주 북쪽 끝자락쯤에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중앙탑)이 높이 솟아 있다.

충주 중앙탑 공원

일반 탑과 달리 평평한 토지위에 흙을 쌓아 높인 후 기단을 세우고 탑신을 올렸다. 높이 14.5m의 석탑으로 2층의 기단에 7층 탑신으로 규모가 크고 웅장하다. 조성연대는 8세기 후반으로 보고 있으며 현재 국보 제6호로 지정되어 있다. 설화에 의하면 통일신라 원성왕 때 신라 국토의 중앙 지점이 어디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국토의 남북 끝 지점에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같은 보폭을 가진 사람을 정하여 출발시켰더니 항상 이곳에서 만났기에 이곳에 탑을 세우고 중앙임을 표시한 후 탑을 세우면서 그 이름도 중앙탑이라 지었다고도 한다.

중앙탑 앞은 잔디밭으로 조성하여 아이들이 뛰어 놀기 편하고 길게 가지를 늘어트린 능수버들은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가지를 살랑거리며 정취를 뽑낸다. 탑을 중심으로 주변에 심겨진 소나무와 철쭉 그리고 야간조명이 눈부시게 켜지면 동쪽하늘에 휘엉청 밝은 보름달이 탑신에 걸려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여름철 시원한 호수의 찰랑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여름밤을 보내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수상레저의 메카 탄금호

석양이 아름다운 탄금호

중앙탑은 탄금호와 어우러져 수상스키, 조정경기 등 물놀이가 가능하며, 주변에 넓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가족단위의 탐방객이 많고 여름 야외 음악공원으로 조성되어 분수 쇼 등의 관람이 가능하다. 2013년 8월 25일에서 9월 1일까지는 탄금호에서 국제조정연맹(FISA)이 주관하는 제42회 국제조정선수권대회(2013 World Rowing Championships, Chungju, Korea)가 열리기도 했다.

탄금호는 길이가 약 15km, 폭이 250m~600m로 충주호 건설이후 조정지 댐을 만들면서 생긴 인공호수이며, 조정지호로 부르다가 인근의 탄금대의 이름을 따서 탄금호로 바꾸어 부르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정체된 호수가 아니면서 이처럼 넓고 긴 면적을 가진 수면이 없어 조정선수들이 훈련장소로 많이 찾기도 하며, 한여름 저녁노을을 등에 지고 금빛 물보라를 일으키며 수상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이 아름다운 행복해 보이는 장소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풍경길과 과거로의 여행

비내길을 걷다 만나는 해바라기 밭

탄금대에서 조동리 선사유적박물관까지는 탄금호를 따라 8km 길이로 중원문화길이 조성되어 있다. 3~4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이 길은 세계무술공원과 구 목행대교를 거쳐 한강8공구, 자연생태체험관을 지나는데 누구나 쉽게 걸으면서 주변 경관을 구경할 수 있는 하급 난이도의 도로이다.

충주에는 이밖에도 생태체험과 풍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도로가 8개가 더 조성되어 있다. 비내길, 사래길, 강변길, 종댕이길, 반기문 꿈자락길, 대몽항쟁길, 소조령길, 하늘재길이 그것이다. 특히 앙성온천 광장에서 출발하여 되돌아오는 7.5km의 비내길 1구간과 14km의 비내길 2구간은 이를 합하여 대평교에서 비내교까지 남한강을 따라 걸을 수 있고 힘들면 비내마을 입구에서 앙성온천 광장까지 버스를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비내섬은 최근 개발된 지역으로 갈대군락지가 넓게 분포되어 있어 원앙과 고니 등 철새들이 서식하는 청정지역이다.

비내길 인근에는 해바라기를 심어 여름철이 되면 태양을 향하여 환하게 웃고 있는 해바라기의 군락지를 걸으며 심신의 피로를 날려버릴 수 있다. 또한 자연을 벗 삼아 걷느라고 피곤해 지면 앙성 온천의 탄산온천수에 온몸을 맞기고 피로를 풀 수 있다. 앙성 탄산온천은 탄산가스가 피부로 흡수되어 모세혈관을 자극하여 확장 시켜주는 작용으로 혈액순환이 활발해지고 따라서 혈압이 내려가며 심장의 기능을 원활하게 해주며, 이 물을 마시면 위장활동이 왕성해 져 복부의 압박감, 팽만감이 제거되며 이뇨작용을 촉진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가을에는 관광객과 지역주민들을 위하여 토요이벤트 행사를 열어 삼도체육대회, 게릴라이벤트, 맨손물고기잡기, 밴드공연, 체험행사, 사생대회, 삼도가요제, 초대가수 공연도 펼친다. 볼거리도 풍성하다. 항성에서부터 감곡까지 이어지는 구 도로변에는 전국적으로 이미 소문이 나 있는 골동품 상회가 밀집되어 있다. 많은 골동품 상점에서는 옛날에 사용하던 민속품에서부터 자기와 고서(古書) 등을 살펴보며 여행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중앙탑 인근의 풍성한 볼거리 여행

중앙탑 인근에는 충주고구려비 전시관과 탄금호국제조정경기장, 세계술문화박물관(리쿼러움), 충주박물관이 있다. 충주 지역의 고대 문화를 한곳에서 쉽게 배워볼 수 있는 교육의 장소이다. 충주 시내쪽으로 가다보면 창동리 야산 뒷면 암벽에 마애여래상이 조각되어 있고, 충주 누암리 고분군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탄금대교를 지나 시내방면으로 들어서면 임진왜란 당시 도순변사(都巡邊使) 신립(申砬) 장군이 8,000명의 병사를 거느리고 배수진(背水陣)을 치고 왜장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와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의 군대를 맞아 격전을 한 전적지이기도 하다. 조총으로 무장한 왜적에 대항하여 싸웠지만 전세를 뒤집지 못하고 패하자 신립 장군은 강물에 투신하여 전사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슬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한 탄금대는 신라 진흥왕 때 악성(樂聖) 우륵(于勒)이 가야의 멸망을 예견하고 신라와 귀화한 후 충주에 정착하여 살면서 후학들에게 가야금을 가르치며 산상대석(山上臺石)에 앉아 가야금을 타며 나라를 잃은 설음을 달랬다고 한다. 우륵이 타는 가야금의 미묘한 소리에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었다고 하며, 이로 연유하여 이곳을 탄금대라 불렀다고 하는데, 누각은 조선시대에 건축하였고, 충청북도기념물 제4호로 지정되었다. 주차장에서 탄금대에 이르는 산책로는 오래된 나무들로 잘 가꾸어져 있으며, 육당(六堂) 최남선(崔南善)이 찬한 탄금대비가 있고, 탄금대 아래 강물을 바라보면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탄금대 주변에는 현재 충주문화원, 야외음악당, 충혼탑, 감자꽃 노래비, 탄금정, 악성 우륵선생 추모비, 신립장군 순절비, 조웅장군 기적비, 궁도장, 대흥사, 충주세계무술공원, 돌미르 공원, 수석공원이 조성되어 있으며, 자동차로 15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근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와 같이 여러 관광명소가 한곳에 집중되어 있는 지역은 전국적으로 찾아보아도 많지 않다.

 

수안보온천과 미륵사지

충주에서 남동쪽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자연용출 온천수로 유명한 수안보 온천이 있다. 지하 250m에서 용출되는 수온 53˚c의 온천수는 조선시대부터 유명했던 온천지였다. 한참 번성할 때에는 와이키키 호텔에서 쇼를 할 정도로 전국에서 유명한 온천관광명소였으나 지금은 많이 퇴색하여 주말이 아니고는 관광객의 모습을 보기 힘들 정도로 잊혀져 가고 있어 가슴이 아픈 지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옛 와이키키가 있던 자리에 새로운 종합레저타운을 건설하려는 시도가 있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수안보 시내의 천변을 따라 두 줄로 심겨진 벚꽃터널은 화사한 꽃망울을 터트리면 전국 어느 장소의 벚꽃길에 뒤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답다.

보물 96호 미륵사지 석불입상

수안보에서 10분 정도 송계계곡으로 향하면 폐사지(廢寺址)의 하나인 사적 317호 미륵대원지(일명 미륵사지)가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갯길로 알려진 경북 문경시 관음리와 충주시 미륵리를 잇는 하늘재 아래 세워진 미륵사지는 신라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가는 길에 창건한 뒤 8년 동안 머물렀다는 설도 있으나 고려초기인 11세기경에 창건되어 고려 후기 몽고의 침입으로 소실되었다고 한다. 사찰의 흔적은 모두 없어지고 얼마 되지 않는 유물들이 방치되듯 남아 있지만 남겨진 유물 하나하나가 모두 박물관에 모셔져 있어야 할 정도의 아름답고 훌륭한 작품들이다.

 

보물 95호 미륵사지 오층석탑

미륵사지에는 현재 보물 제96호인 석불입상과 보물 제95호로 지정된 오층석탑, 유형문화재 제19호 석등, 유형문화재 제33호 3층 석탑, 사적비를 받치는데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길이 6m가 넘는 귀부(龜趺), 당간지주(幢竿支柱) 등이 남아있다. 특히 석불은 북쪽을 바라보며 세워진 것으로 국내에서 유일하며, 5개의 돌을 이용하여 불상을 만들고 돌 갓을 씌웠다. 다른 몸체는 세월의 이끼가 가득 묻어 있지만 얼굴부분 만큼은 최근에 만든 것처럼 신비하게도 하얗다. 천년의 세월을 지켜오며 나라 잃은 마의태자의 서글픔이 얼굴에 그대로 반영되어 오히려 세월의 때를 묻히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쓰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미륵사지에서 하늘재 방향으로 은행나무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청룡사가 있다. 청룡사는 태조 이성계가 스승인 보각국사가 머물던 작은 암자 자리에 세운 사찰이다. 옛 모습은 많이 남아있지 않지만 최근에도 계속 불사(佛事)를 진행하고 있다. 미륵사지와 청룡사지는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2016년 ‘3월 가볼 만한 곳'에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봄철에는 아름다운 자연의 신록과 벚꽃, 낮전처럼 펼쳐진 거리에서 판매하는 갖가지 산야초와 나물 등 풍성한 먹거리도 여행을 하는 사람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 준다.

 

강 대 식 사진작가 · 수필가

 ▶충북사진대전 초대작가

 ▶충북 정론회 회장 

 ▶푸른솔문학 작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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