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사랑도, 가정도 놓치지 않아요”- 마루MCS 강윤정 대표
“일도, 사랑도, 가정도 놓치지 않아요”- 마루MCS 강윤정 대표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6.07.20 2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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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순이 엄마’ 강윤정 마루MCS 대표
사업 첫 해 수출 70만 불… 2010년에는 100만 불 수출탑

[세종경제뉴스 이주현기자]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통용되던 시절, 여성들의 경제적 활동은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때는 결혼해서 남편 내조하고 자녀 잘 키우면 그만이었다. 요즘 여성들이 들으면 기겁할 일이다.

 배터리 재생기 제조업체 마루MCS 강윤정(49) 대표는 흔히들 말하는 ‘워킹맘’이다. 1994년 결혼한 이래 발 뻗고 쉬어본 적이 없다. 여성의 경제활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때여서 일과 집안일, 자녀 양육까지 한다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러나 굴하지 않았다.

배터리 재생기 제조업체 마루 MCS 강윤정 대표가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의 일들을 회고하고 있다. / 김승환기자

 “제가 조금 극성맞아요. 그랬기 때문에 사회의 암울한 터널을 무리 없이 지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이야 여성 경제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고 여성들의 사회 진출과 창업을 지원해주는 제도가 많이 활성화돼 있지만,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거든요.”

 강 대표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경제인으로 유명하다. 아르바이트부터 각종 사업까지 안 해본 게 없다.

 그녀는 청주에 오기 전인 1992년, 서울에서 국민은행 은행원으로 활동했다. 고등학교를 바로 졸업하고 뛰어든 첫 직장이었다. 그러나 은행원 생활은 지루했다. 뭔가 적성에 맞지 않았다. 2년쯤 다니다 고향 선배의 권유로 충북 증평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일은 쉬웠지만 무료했다.

 “제 인생 중 가장 책을 많이 읽었던 시기가 바로 이 때에요. 일이 끝나면 할 일이 없으니 책만 읽었던 것 같아요. 어렴풋이 기억나네요. 사슴농장을 운영하던 한 할아버지의 사랑채에서 3년간 지냈었어요.”

 그러다 불현듯 내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시작한 사업은 바로 베이비시터 파견업체. 당시 이 사업은 서울에서는 활성화돼 있었지만, 지방에서는 생소했다. 그래서인지 꽤나 큰돈을 만질 수 있었다. 회사 구내식당 사업까지 사세를 넓혔다. 24시간이 모자랐다.

강윤정 마루MCS 대표가 사업을 시작하게 된 구체적인 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승환기자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것이다.

“병명이 길어서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척수가 세는 병이었는데, 너무 아팠었어요.”

 강 대표는 건강을 회복한 뒤 다시 사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카오디오 등 온라인을 통해 차량 용품을 판매하는 회사였다. 그녀는 영업망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해 자동차 동호회 활동도 열심히 했다. 이때 인생에 큰 터닝 포인트를 맞게 된다.

 “어느 날 동호회 회원으로부터 자동차 배터리 수명을 늘려주는 기계가 있다는 얘길 들었어요. 단순 충전이 아닌 기능이 떨어진 배터리의 성능을 부활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그녀는 뭔가 하나에 꽂히면 바로 해야 하는 성격이었다. 강 대표는 폐 2차 납축전지(폐배터리)를 전기적으로 재생할 수 있는 MCS(Miracle Charge System)를 연구 개발해 창업한 뒤 2009년 법인을 설립했다.

 당시 산업용 배터리 분야는 과도기였다. 차세대 전지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사양 산업이라고 판단해 납축전지에 대한 연구를 중단하는 추세였다.

 국내 상황은 좋지 않았지만, 해외 상황은 양호했다. 인도네시아나 태국,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의 국영 통신사들은 배터리 교체 비용과 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배터리 재생 및 수명연장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강 대표는 국내보다 해외시장에 눈을 돌렸다. 예상은 적중했다. 창업한 2009년 첫 해, 태국에서만 70만 불의 수출 성과를 거뒀다.

 호재는 계속됐다. 강 대표의 제품은 세계 최고라는 스웨덴 멕벳사의 제품과 비교해도 성능면에서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당시 MCS는 이미 재생 기술에 대한 특허를 받아 놓은 상태였다.

 이듬해인 2010년에는 100만 불 수출탑을 받으며 유명기업이 됐다. 회사 창립 8년만에는 150만 불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끊임없는 연구개발 투자가 성장의 동력이라는 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

 “특허출원 17개, UPS(무정전 전원장치)와 UPS 배터리 제조, 판매, 기업부설연구소 설립 등을 통해 계속해서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강윤정 마루MCS 대표가 인터뷰 진행 중 가족에 대한 감사함을 미소로 대신하고 있다.  / 김승환기자

 강 대표의 지칠 줄 모르는 성장 동력은 바로 가족이다. 사업으로 지칠 때마다 남편과 두 딸은 언제나 그녀의 편이었다.

 “초등학교 입학부터 중학교 졸업 때까지 부산 해운대 근처에 살았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애가 참 다부졌던 것 같아요. 웅변도 곧 잘했고요. 남 앞에 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어요. 어머니 영향인 것 같아요. 제 말을 참 잘 들어주셨거든요. 참 자상했어요. 우리 두 딸에게도 자상한 엄마가 되고 싶어요. 항상 믿고 응원해준 남편에게도 고맙고, 좋은 아내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강 대표는 봉사 활동에도 열성적이다. 그녀는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위탁가정 아이들을 돌보는 ‘애심회’ 봉사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 학교 밖 청소년들과 어려운 이웃을 돕는 모임인 ‘CEO천사포럼’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녀는 직원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과시했다.

“창업 초기 때보다 회사 규모도 커지고 직원들도 많아지다 보니 회사 문화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어요. 마루MCS에는 ‘문화의 날’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월 둘째 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단체 영화를 관람하고 독서 토론을 해요. 4년째 하고 있는데, 직원들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토론한 횟수만 50회네요. 직원들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이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급여도 다른 중소기업보다 높은 편이고요. 마루MCS은 경직된 수직구조가 아닌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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