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정 원장의 의료칼럼] 고혈압, 당뇨약 한번 먹으면 계속 먹어야 하나요?
[윤현정 원장의 의료칼럼] 고혈압, 당뇨약 한번 먹으면 계속 먹어야 하나요?
  • 세종경제뉴스
  • 승인 2022.05.3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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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건강검진이 대중화되고 영양분 넘치는 사회가 되면서 고혈압, 당뇨병의 발병 연령이 이전에 비해 낮아지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고혈압, 당뇨병은 증상이 없습니다. 이를 모르는 많은 분들이 TV에서 보듯이 혈압이 높아져 뒷골이 당기고, 억 하는 소리를 내며 쓰러질 정도가 되어야 혈압약을 복용하는 거 아니냐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정도가 되려면 뇌출혈이 생기거나 임박해야 합니다. 당뇨병도 마찬가지로 혈당이 올라도 대부분 증상이 없고, 매우 심한 경우에 체중감소, 목마름,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원하는 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지, 고혈압,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고생하며 일생의 일부분을 병원 신세 없이 지내지 못하는 상태가 되도록 기다리는 게 아닐 것입니다.

고혈압은 최고혈압 140, 최저혈압 90을 넘기면 고혈압입니다. 최고혈압이 140-150, 최저혈압이 90-100으로 고혈압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 10에 9명은 오늘의 특별한 사정을 이야기하며 자신은 약을 복용할 정도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럼 반대로 정상 혈압은 얼마일까요? 정상 혈압은 최고혈압 120, 최저혈압 80 이하입니다. 그러니 최고혈압 110대, 최저혈압 70대여야 정상 혈압입니다. 정상 혈압을 알고 나면 140-150/90-100 정도의 혈압을 가진 분들이 약 복용을 수긍하게 될 것입니다.

당뇨병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무엇을 먹어서 혈당이 잠시 오른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지만, 요즘은 순간의 혈당뿐 아니라 지난 3개월간의 평균 혈당치를 보는 당화혈색소라는 검사를 대부분 같이 검사하기 때문에, 오늘 혹은 어제 무엇을 먹었는지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즉, 당화혈색소와 순간 혈당을 함께 검사해 종합적으로 약 복용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약 복용이 필요 없는데 복용을 시작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또한, 당뇨병이 있으면 고지혈증이 동반된 경우가 굉장히 많아 함께 진단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의 과정을 거쳐 고혈압, 당뇨병 혹은 고지혈증약을 시작하게 되는데, 약을 처방하면 거의 모든 환자분이 물어봅니다. “고혈압, 당뇨병약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맞습니다. 고혈압, 당뇨병은 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면 좀처럼 끊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게 약을 복용하기 때문일까요? 약을 복용하기 때문에 끊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은 일반적으로 나이, 생활 습관, 체지방 증가 등에 따른 만성 질환이기 때문에 없어지기가 굉장히 힘듭니다. 고혈압, 당뇨가 없어지면 약을 끊을 수 있을 것이고, 없어지지 않으면 당연히 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고혈압, 당뇨병은 작은 차이로 질환이 없는 사람, 질환이 있는 사람으로 경계 짓는 것이 아니라, 고혈압 전 단계, 당뇨병 전 단계라는 완충지대가 있습니다. 진단을 받았다는 것은 그 완충지대를 넘어섰다는 뜻이고, 고혈압, 당뇨가 없는 상태가 되려면 다시 완충지대 이상만큼 좋아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설령, 정말 자기 조절을 철저히 하는 분이 조절 가능한 요인들을 모두 조절하더라도, 나이라는 조절 불가능한 요인이 남아있고 어느 정도는 개개인 간의 신체기능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저도 1년에 한, 두 분 정도는 약 복용을 시작했다가 체중을 굉장히 많이 감량하고, 식사를 철저히 조절하며 약을 끊게 되는 분들을 봅니다. 그런 분들은 제가 약을 끊자고 하기 전에 끊는 법이 없고, 오히려 약에 거부감이 없습니다. 너무 좋아져서 제가 끊자고 하면 기쁜 마음으로 가시는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경우에 고혈압, 당뇨병은 증상이 없는 것이 맞습니다. 진단을 받으면 가장 간편하고 빠르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인 약물치료를 합시다. 그리고 당연히 식이조절, 운동, 체중감량, 금연, 금주를 병행해야 좋습니다.

요즘은 유병장수시대입니다. 하지만 유병도 다 같은 유병이 아닙니다. 고혈압, 당뇨병 같은 비교적 간단한 질환은 외래 통원 치료만 잘한다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뇌출혈이나 경색, 심근경색, 만성 신장 질환으로 투석, 당뇨망막병증으로 시력 저하 등의 경지에 이르러서 드디어 고혈압, 당뇨병의 증상이 생겼다고 약을 복용한다면 손실이 얼마나 클까요. 고혈압, 당뇨 조절은 장수시대에 필수적인 약입니다. 조금 더 무병인 것처럼 일상생활을 오랫동안 할 수 있게, 최악의 질환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인 고혈압, 당뇨병 조절에 좀 더 적극적이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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