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세제민] 청주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가 뜰까
[경세제민] 청주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가 뜰까
  • 오옥균 기자
  • 승인 2022.03.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옥균 편집국장

이번 대선은 지금까지 대선에서 보지 못했던 낯선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진보와 보수의 명확했던 경계선이 희미해지고, 남녀·세대를 경쟁적 구도로 만들고 있다. 
후보들의 공약도 변별력이 없다. 정치철학이나 국정운영 계획을 가늠해볼 수 있는 공약보다는 이른바 핀셋 공약이니, 마이크로 공약이니 하는 휘발성 강한 공약들만 눈에 띈다. 
박빙의 판세 속에 1%, 2%의 유권자들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한 후보들의 전략이다. 탈모인을 겨냥하기도 하고, 택시운전자를 대상으로 하기도 한다. 
정치권은 이런 변화를 시대의 요구라고 주장한다. 유권자들의 탈진영·탈이념 현상이 뚜렷하고, 시대 담론을 담은 공약보다는 '나'를 위한 실용적 공약을 원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이런 분석이 맞는지 여부는 차치하자. 매일 같이 쏟아내는 공약, 남녀를 가르고, 세대를 가르고, 지역을 갈라 그때그때 대상자의 입맛에만 맞춘 맞춤식 공약이 현실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다. 그저 표를 얻기 위한 거짓 공약인지, 내용물이 없는 빈 공약인지, 후보의 태도에 진정성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지역별 공약도 마찬가지다. 양강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사전 조율이라도 한 듯 충북을 방문해 7대 공약을 제시했다.
지난 한 해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청주 도심을 통과하는 충청권 광역철도와 장거리 해외노선 확보를 위한 선결과제인 청주국제공항 활주로 연장을 두 후보 다 공약으로 제시했다. 산업발전과 관련해서도 바이오와 이차전지 중심의 대동소이한 공약을, 교육관련해서는 AI영재고를 동시에 내세웠다. 
유력 후보 모두 약속했으니 지역 숙원사업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가질 수 있겠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깊은 고민의 결과라고 볼 수 없어 아쉽다. 
청주 도심을 통과하는 광역철도는 실현 여부에 따라 청주시민의 생활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고, 삶의 질 또한 크게 높아질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다. 문제는 추가 재원이다. 두 후보 모두 걸림돌인 1조원 이상의 추가재원에 대한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예산 다 준비돼 있다(윤석열)”라는 말만 믿으라는 것인가.
청주공항 활주로 연장 또한 10년 이상을 끌어온 사업이다. 박근혜 후보도, 문재인 후보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사업이다. 하지만 활주로 길이는 10년 전 그대로다. 청주공항이 민군 복합공항으로 군사시설로 분류된다는 게 가장 큰 장애물이고, 인근 지역 고도제한과 안전성 문제도 해결돼야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번번히 실패한 사업을 대통령의 약속만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보다 구체적인 논리와 추진계획이 아쉽다. 
3월 9일이면 20대 대통령이 정해진다. 안목을 키우는 것은 유권자의 몫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