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벌, 예술인 없는 예술인거리
안덕벌, 예술인 없는 예술인거리
  • 이규영
  • 승인 2021.12.2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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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대부분 타지역 유출·재개발 이슈도
청주 내덕2동 안덕벌 일원 주택에 '철거예정'이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청주 내덕2동 안덕벌 일원 주택에 '철거예정'이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60억원이 투입돼 예술의 거리로 조성됐던 청주 안덕벌이 또 다시 침체기를 맞이했다. 기존 계획했던 상권 쇠퇴 해결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내덕2동 일원에 재개발 이야기가 돌면서 일부 실거주 주민들 또한 거처를 옮기는 등 인구전출이 심화될 위기가 처했다. 실제 일부 공실이 된 주택에는 ‘철거예정’이라는 위압적인 글자가 적혀있기도 했다.

청주시는 지난 2014년 내덕2동을 도시재생 선도지역(경제기반형)으로 지정하면서 2015년 ‘도시활력증진 지역개발사업(도시재생사업)’을 통해 2016년 ‘안덕벌 예술의 거리 활성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총 사업비는 60억원으로 ▲안덕벌 옛 이야기길 문화‧예술 특화거리 조성 ▲보행환경 개선 ▲내덕 자연시장 내 주차장 설치 ▲시장안내 간판 설치 등을 진행했다.

시는 당초 이와 같은 사업을 통해 옛 연초제조창 이전 이후 급격한 인구감소 및 상권쇠퇴가 발생한 내덕2동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특화거리 조성을 통해 도심공동화 해결을 도모한다는 계획이었다.

실제 거리가 조성된 이후 다양한 문화기획자들이 안덕벌 예술의 거리에 참여해 예술활동을 벌였지만 해당 지역의 일부 주민과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제대로 된 행사조차 진행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예술의 거리 활성화 사업 등을 통해 이곳으로 유입된 초기 문화 예술인 20여 명 중 대부분의 인원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등 ‘예술인 없는 예술가의 거리’가 조성되는 양상이다. 

현재는 일부 주민 등이 ‘안덕벌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사회적 경제조직을 구축, 김과 도토리묵 등을 판매하는 활동에 그치고 있다. 청주시에서는 이들에게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내 건물의 무상사용을 제공한다. 자생을 기반으로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지원한다는 목적이다.

청주 내덕2동 안덕벌 일원 주택에 '철거예정'이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청주 내덕2동 안덕벌 일원 주택에 '철거예정'이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이외에 실질적인 문화예술가들의 교류의 장은 미미한 수준이다. ‘예술의 거리’로서의 안덕벌은 이처럼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끝날 위기에 처했다.

한 문화예술인은 "재개발 문제로 지역 주민들조차 떠나고 있어 위기감을 느낀다"며 "노후화 된 주택들을 매입해 또 다른 창작공간으로 꾸미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재개발이 확정된다면 현재 있는 사업장도 동부창고 방면으로 이전해 운영해야 할 것 같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청주시에서는 도시활력증진 지역개발사업의 마무리 후 ‘예술인’들의 활동을 위한 추가적인 지원은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는 내덕1동의 뉴딜사업으로 공예‧공방시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며 “내덕 2동의 기존 사업 마무리 이후에는 슬럼화 된 지역을 활력 있는 도시로 만들 수 있는 시설을 구축, 이로 인한 파급효과로 활성화가 진행될 수 있으나 추가적인 지원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개발과 관련해서는 “민간기업 개발 행위 자체는 도시재생사업을 통한 규제가 불가능하다. 재개발 또한 도시재생 사업 이전부터 계획이 있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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