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1월이다
그래도 1월이다
  • 오옥균 기자
  • 승인 2020.12.3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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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면 어김없이 나오는 단어가 다사다난(多事多難)이다. 2020년을 마무리하고 2021년을 이야기하는 지금의 현실에서 다사다산이란 말이 유난히 복잡한 심경으로 다가온다. 
대개의 다사다난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개개인에게 일어난 수많은 일들과 어려움을 이야기하지만, 지난 한 해는 코로나19라는 인류 전체를 덮친 재앙이 개개인의 삶을 삼켜버렸고, 개인의 일상 또한 그 안에 용해되고 말았다. 
그렇다보니 2020년은 그 어떤 해보다 많은 일이 일어났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아무 것도 더하지 못한, 잃어버린 시간이 돼 버렸다. 
세상은 멈췄고, 개인의 목표도 멈췄다. 모두가 열심히 달렸지만 제자리 또는 오히려 후퇴한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송구영신(送舊迎新) 때에 마음이 무거운 것은 지나간 2020년과 함께 이 모든 괴로움을 보낼 수 없다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잘 버텨오던 방역체계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며 1일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우리 경제는 한걸음 뒤로 밀려나면 낭떨어지다. “곧 끝나겠지”하며 막연한 기대를 품고 빚으로 버텼던 자영업자는 폐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가계부채와 국가부채도 폭발하기 직전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24일에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2021년 말 ‘유동성 위기’를 겪을 자영업가구(가구주가 자영업자인 가계)는 전체의 10.4%(25만 3400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등 모든 재산을 정리해도 부채를 갚을 수 없는 자영업가구는 전체의 2.2%(5만 3600가구)나 될 전망이다. 
코로나19 1년이 자영업자에게 남긴 건 늘어난 빚 뿐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777조400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5.9% 늘었다. 
가계부채비율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더욱 여실히 보여준다. 90%대에서 서서히 증가하던 것이 지난해 3분기에 101.1%로 100%대를 돌파했다. 아직 2020년말 통계가 나오지 않았을 뿐 가계부채비율은 더 늘었을 것이다.
모든 지표가 부정적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해야 한다. 목표했던 바가 이루어지지 않고, 희망이 절망으로 돌아오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지만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해야 한다. 
조금 무너지긴 했지만 우리는 어느 나라보다 잘 견뎌냈고, 남다른 국민성을 확인했다. 정치권의 헛발질에도 국민은 흔들리지 않았다. 백신이 하나둘 나오고 있고, 치료제도 곧 나올 것이다. 
42.195㎞를 달리는 마라토너는 사점(死點)을 경험한다. 사점은 말 그대로 죽을 것 같은 고통의 순간을 말한다. 
보통 30㎞를 넘어서 사점을 경험하는데 이 구간을 극복해야 목표했던 시간에 결승점에 다다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마라토너들은 이 사점에서 최고의 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몸속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기 때문인데,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의지가 작용한 것이 아닐까.  
코로나19와 벌이는 마라톤에서 지금이 사점이다. 이제 10㎞만 더 달리면 결승점이다. 우리는 끝을 알기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1월은 특별하다. 1월은 희망이고 1월은 설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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