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 정치 쇼로 끝나지 않아야
행정수도 이전, 정치 쇼로 끝나지 않아야
  • 오옥균 기자
  • 승인 2020.07.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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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점화된 행정수도 이전 요구가 정치권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지난달 20일 “국회가 통째로 세종으로 내려가야한다”는 김태년 대표의 발언에 여권 인사들이 힘을 더했다. 이낙연 의원,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김부겸 전 의원 등 여권 핵심 인사들도 행정수도 이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무산됐던 행정수도 이전에 다시금 불을 지폈다. 
김태년 원내 대표는 국회·정부부처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을 위한 ‘행정수도완성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고, 우원식 의원을 단장으로 한 ‘행정수도완성 추진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로 했다.
행정수도 이전 이슈의 배경에는 번번히 실패하고 있는 부동산 대책이 자리하고 있다. 야당은 행정수도 이전 이슈가 잘못된 부동산 대책으로 이반한 민심을 잡기 위해 여당이 국면전환용 카드로 꺼내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분명 실패했다. 하지만 수도권 집중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어떤 부동산 정책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문제를 건들지 않고 변죽만 울리는 정책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단 말인가. 
서울 집값은 파편에 불과하다. 서울 집값이 떨어져야 하는 것은 상대적 박탈감, 소득의 불평등, 사회의 양극화 등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내는 하나의 현상이다. 이를 해결할 방법 중 하나가 국가균형발전이다. 어떤 이유에서 촉발됐던 행정수도 이전이 국가균형발전을 향해 나아가는 대단히 중요한 결정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서울 부동산 가격은 국가균형발전, 기회 평등의 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덤의 결과지 주요 목적이 아니다.  
혹자는 행정수도만 이전한다고 부동산 가격이 잡히냐고 반문한다. 행정수도만 이전한다고 국가균형발전이 완성되냐고도 묻는다. 물론 궁극적인 국가균형발전은 행정수도 이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수도권에 집중된 대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해야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고, 지방의 공동화를 막을 수 있다. 대기업이 지방으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지역에서 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인재를 키울 수 있는 대학이 지방에 있어야 한다. 금융·문화·정보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서울 못지않은 여건이 마련돼야 국토균형발전이 실현될 수 있다. 
하지만 행정수도 이전을 제외하면 민간 영역이다. 정부가 독려할 수는 있지만 강제할 순 없다. 시작이 행정수도 이전이어야 하는 이유다. 행정수도 이전은 물꼬를 트는 일이다. 굳이 서울을 고집할 이유를 사라진다면 물길을 따라 사회 주요 시설들이 퍼져나갈 수 있다.
어린 시절 어울렸던 서울 친구들은 내가 사는 청주를 시골이라 불렀다. 그때는 청주를 몰라서 하는 소리겠지 하고 “야~ 충청북도 도청소재지야”라고 강변하던 내 모습이 새삼 떠오른다. 도청소재지? 그게 뭐라고...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친구들이 보기에는 청주고 대전이고 부산이고 그냥 다 시골이었다. 대한민국은 서울과 그 외 지역일 뿐이다. 그건 단지 인식의 차이가 아니다. 국토 면적의 11.8%의 땅에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살고, 모든 권력이 그 곳에 있다. 이번에야 말로 비현실적인 현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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