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랩허브, 좋은 토양에 씨 뿌려야
K바이오 랩허브, 좋은 토양에 씨 뿌려야
  • 오옥균 기자
  • 승인 2021.05.31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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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발생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이를 종식 시킬 치료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유는 신물질을 통한 치료제는 임상 3상까지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긴 물리적 시간을 필요로하기 때문이다. 국내 바이오기업과 글로벌 제약사들이 기존 항바이러스제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역사는 반복되고, 감염병도 반복된다. 2009년 발생한 신종플루는 공포의 감염병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6000명이 사망했고, 국내에서도 9000여명이 감염돼 50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세계보건기구로부터 펜데믹 선언을 받은 신종플루는 이듬해 글로벌 제약사인 로슈에 의해 종식됐다. 로슈가 생산한 치료제 타미플루가 게임체인저가 된 것이다. 우리는 오늘도 하루 빨리 코로나19 펜데믹을 종식시킬 게임체인저를 기다린다. 전 세계의 시선이 바이오회사로 향해 있다. 

타미플루의 원천기술은 로슈 것이 아니었다. 타미플루의 원천기술은 1996년 바이오 벤처기업인 길리어드 사이언스에 의해 개발됐다. 신종플루가 유행하면서 로슈사가 길리어드 사이언스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치료제를 생산했고, 전 세계는 신종플루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최근 정부는 바이오 스타트업·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K바이오 랩허브'를 구축하기로 결정하고, 공모에 나섰다. 20여년 전부터 바이오산업 육성을 지역 중심산업으로 선정하고, 꾸준히 인프라를 구축해온 충북을 비롯해 포항, 대전, 인천 등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K바이오 랩허브' 도대체 뭐길래 여러 지자체들이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까. 단지 3000억원의 사업비가 욕심나는 것이 아니다. 바이오 벤처기업은 아이디어 창업과 같은 스타트업 기업과는 또 다르다. 바이오 벤처는 싹트기 어렵지만, 싹을 틔우면 얼마나 큰 나무가 될지 짐작할 수 없을 정도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다.  

'K바이오 랩허브'는 미국에서 성공한 '랩센트럴(LabCentral)'을 벤치마킹했다.  시작하는 기업에 시설과 장비·공간 등을 제공하고, 기업 성장에 필요한 투자사와 법률 자문 등 한마디로 연구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을 말한다. 바이오 벤처는 이렇듯 공을 들이지 않으면 싹을 틔우기 쉽지 않다. 

'K바이오 랩허브'에서 이를 지원해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같은 바이오기업을 탄생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가 진정 이 같은 목표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정치적 결정이나 지역 안배 등을 고려해선 안 된다. 제대로된 바이오 벤처기업을 육성하려면 대학과 기업, 실험·연구시설과 기관 등 성장 필요요소를 모두 갖춘 토양에 벤처기업 씨앗을 뿌려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생명과학단지인 충북 오송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질병관리청 등 6대 국책기관과 국가 바이오메디컬시설을 비롯해 신약개발지원센터·실험동물센터 등 핵심연구지원시설과 바이오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를 통해 후보물질 발굴부터 유효성 및 안전성 평가, 임상실험과 인허가, 생산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여기에 방사성과속기까지 갖추고 있으니 유치전에 뛰어든 다른 지역들은 경쟁 상대가 안된다. 충북이 국토의 중심이라는 것도 큰 장점이다. 

바이오벤처기업이었던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2009년 타미플루로 급성장해 현재는 미국을 대표하는 제약사로 성장했다. 본사가 입주해 있는 인구 3만명의 작은 도시 캘리포니아주 포스터시티의 인구 40%(1만 2000명)가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직원이고, 가족을 포함하면 2만명이 포스터시티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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