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타살
사회적 타살
  • 박상철
  • 승인 2021.06.0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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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타살(社會的他殺)은 사회에서 일반적 통념이 차별로 작용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일을 말한다. 엥겔스가 ‘영국 노동계급의 조건:1845년’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그는 ‘산업자본주의 출현 공포 속에서 노동자와 시민을 체계적이고 습관적으로 살해하는 것’을 사회적 타살이라 했다.

성폭력과 아동학대 의혹으로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한 2명의 여중생 사건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자살이 아니라 사회시스템 허점으로 인한 사회적 타살이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12일 오후 5시11분께 청주 오창읍의 아파트 화단에 중학생 A양과 B양이 쓰러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청주의 각기 다른 중학교에 재학 중인 이들은 유서를 남긴 채 아파트 22층 옥상에서 함께 뛰어내려 숨졌다. A양은 성폭행 피해로, B양은 의붓아버지의 학대 문제로 심리적인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A양을 성폭행한 B양의 의붓아버지 C씨를 붙잡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C씨는 몇 개월 전 자신의 집에 놀러 온 A양을 성폭행하는 등 반복적으로 성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C씨는 의붓 딸 B양을 학대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가해자로 지목된 의붓아버지 C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지난 3월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체포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에서 기각됐다. 5월 초 구속영장을 또 신청했지만, 전문가 분석과 증거 수집 등 보완수사를 이유로 반려됐다.

특히, 두 학생이 자신들의 피해를 공권력에 알렸는데도 가해자와 분리되거나 제대로 된 보호조치를 받지 않았다는 데 시민들은 공분하고 있다. 피해 조사 절차가 길어지면서 두 여중생의 불안이 더 커져갔는데 제대로 된 심리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병우 충북도교육감도 “위기관리에 대한 사회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비극”이라며 “조금 더 일찍 (가해자와) 분리조치가 이뤄지고 검찰, 경찰, 교육당국 간 공유와 협조가 이뤄졌다면 안타까운 결과를 미연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자살은 없다. 타살만 있을 뿐이다. 생명체가 좋아서 자신의 생명을 끊는 일은 없다. 어쩔 수 없이 막다른 골목에 몰린 이들이 택한 수단일 뿐이다. 따라서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다. 개인의 자살은 개인의 선택이나 개인 탓이 아니라 사회 탓이다. 이를 인정해야 문제가 풀린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친구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가해자와 계속 마주쳐야 하는 현실 속에서 피해 학생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 학생들의 죽음은 성폭력 피해 청소년을 보호해야 할 체계 부재로 인한 사회적 참사다. 하루 빨리 아동학대·성폭력 관련 청소년들이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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