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을 이어온 전통공예, 나전칠기 공방 ‘옻필무렵’
1000년을 이어온 전통공예, 나전칠기 공방 ‘옻필무렵’
  • 이민우 기자
  • 승인 2021.02.2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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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시대 최고 공예품으로 꼽히는 나전칠기는 무역선과 실크로드를 통해 1000년 전부터 중동 아라비아까지 전해진 역사가 있는 우리나라 전통공예다. 아름다운 자개(조개껍데기를 썰어낸 조각)를 입힌 나전칠기는 현재 중동 부호 사이에서 고가품으로 거래될 뿐 아니라 북유럽 국가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다은 옻필무렵 대표
최다은 옻필무렵 대표

자개의 매력에 빠지다
청주시 상당구 사직대로 361번길 청춘잡담에 나전칠기 공방을 차린 최다은 대표는 자개에 주목했다. 무늬와 빛깔이 좋아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자개를 이용해 나전칠기를 알리겠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나전칠기의 장점과 매력을 알고 있는 고객들은 대부분 중장년층이었다”며 “하지만 최근 자개의 매력에 빠져 나전칠기를 접하게 되는 20대분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현재 옻필무렵은 주로 그립 톡, 액세서리, 명함꽂이 등을 제작해 판매 중이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명암로에 위치한 청주박물관 내 ‘카페뮤지엄’에 가면 최 대표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옻칠하지 않은 자개 작품 / 사진 = 옻필무렵

자개도 아름답지만 옻칠을 한 나전칠기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보존성이다. 옻나무 수액은 반영구적 재료다. 고구려, 백제 고분이나 천마총 등에서 출토된 옻칠 기물들은 수천 년을 견디고도 변함없이 같은 빛을 낸다. 또 고려 시대 몽고 침입 당시 팔만대장경을 보호하기 위해 옻칠한 경함에 넣어 땅속에 숨겼는데 썩지 않고 보존됐다고 한다. 옻나무 수액의 우루시올이란 성분 때문이다. 이 성분 덕에 옻칠을 한 기물들은 산이나 알카리에도 안전하게 보존된다. 수분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어 목기들의 부패를 방지한다. 옛날 할머니 댁에 있던 자개 수가 놓인 장롱이 수차례 이사를 해도 여전히 아름다운 빛을 뽐내던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

최다은 대표 나전칠기 작품 / 사진 = 옻필무렵

옻나무 수액은 친환경 코팅제
옻나무에서 나는 진을 가구나 나무 그릇 따위에 바르는 것을 옻칠이라 한다. 화학 약품을 전혀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 대표가 만든 나전칠기 중 가장 큰 인기를 끄는 것은 나전칠기 수저다.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기존 수저 코팅과 달리, 나무에서 나는 원료로 코팅하기 때문에 입에 직접적으로 닿는 나전칠기 수저 세트는 만드는 족족 불티나게 팔린다. 최 대표는 “나무에서 온 것을 다시 나무로 돌려주는 것입니다”며 “옻나무 수액을 이용한 나전칠기 목기는 환경친화적인 제품입니다”고 했다.

최 대표가 나전칠기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가 충북 도내 유일했던 나전칠기 전수장학생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충북무형문화제 제27호 칠장 김성호 선생님 밑에서 나전칠기를 배웠다. 현재 청춘잡담에 있는 공방에서는 옻칠을 하지 않고 자개 공예 위주의 수업을 한다. 옻오름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대표의 꿈은 옻칠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는 “청춘잡담에서 공방을 키워 향후 옻칠을 할 수 있는 나전칠기 전문공방을 차릴 것”이라 포부를 밝혔다.

공방에서 자개를 시문하는 모습 / 사진 = 옻필무렵

옻 색은 천천히 핀다
옻은 처음 칠한 후 1~2년 후 좋은 색이 나온다. 이를 흔히 ‘옻 색깔이 핀다’고 한다. 제대로 된 나전칠기 제품을 하나 만드는 것도 많은 정성과 노력이 든다. 기물 위 옻칠을 하고 그 위에 자개를 시문(지져서 붙임) 한 후 칠을 한 후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긁어낸다. 이 작업을 수차례 반복해야 나전칠기가 완성된다. 최 대표는 “좋은 나전칠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들고 옻 색깔이 피는 기간도 길다”며 “옻필무렵 공방도 향후 활짝 피어날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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