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흠도 없고, 정정순도 없고
박덕흠도 없고, 정정순도 없고
  • 오옥균 기자
  • 승인 2021.01.2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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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당시 프로야구 해태타이거즈 감독이었던 김응용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언(?)을 남긴다. "에…, 동열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

전년도 우승팀인 해태가 초반 부진에 빠지자 김 감독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넋두리다. 해태의 투타를 이끌던 선동렬과 이종범이 모두 일본으로 떠난 게 성적 부진의 원인이 라는 것이다.

지금 충북정가의 모습이 이렇다. 8명의 국회의원 중 한 명은 폐업, 한 명은 개점휴업이나 마찬가지인 상태다. 이들의 잘못은 개인이 아닌 유권자인 시민의 피해로 고스란히 연결되고 있다.

연말연초는 지역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이 합심해 지역현안사업의 해결방안을 만드는 중요한 시기다. 그런데 경기장에서 뛰어야 할 선수가 없다. 당연히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충북은 올해 제4차 국가철도망계획에 충청권 광역철도망 구축방안을 반영해야 하고, 충청내륙고속화도로 건설비도 800억원 증액해야 한다. 여기에 충북선 고속화사업 조기 착공도 관철시켜야하고, 중부고속도로도 확장하는 등 굵직굵직한 SOC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현재 구속상태인 정정순 의원이 부재가 뼈아프다. 정 의원은 이 같은 사업을 소관하는 국토교통위원회 소속된 여당 의원이다. 충북도의 입장에서는 내심 정의원의 역할을 기대했겠지만 자신의 지위도 지킬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또 한 명의 충북 국회의원, 박덕흠 의원은 피감기관으로부터 가족 건설사가 수천억원대 공사수주를 한 의혹을 받고 국민의힘에서 탈당했다. 그 또한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었지만 퇴출됐다. 초선의원이 절반인 충북에서 3선으로 중진의원이 된 박 의원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그의 탈당과 함께 시민들의 기대도 사라졌다. 환경노동위원회로 자리를 옮긴 박 의원은 국감에도 나타나지 않는 등 사실상 개점휴업상태다.

국토위 소속이었던 두 의원의 부재는 여러 현안에 우려를 자아낸다. 그리고 기대에 어긋나는 징후들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 충청권 광역철도망 구축사업이다. 충청권 4개 광역시도가 공동으로 요구한 광역철도망은 신탄진에서 시작해 조치원·오송을 거쳐 청주시내를 관통해 공항까지 연결하는 철도망이다. 개통만 된다면 청주시민의 생활 지형을 바꿔놓을 정도로 중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최근 균형발전지방분권충북본부가 이상 신호를 감지했다. 국토부가 청주시내를 관통하는 원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고스란히 국회의원 부재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그런 일 하라고 뽑아놓은 국회의원들이 정작 그 자리에 없으니 한숨부터 나오는 것이다.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를 본인의 입신양명 정도로 여기는 후진적인 정치 현실이 개탄스럽다. 자신의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며 정치판의 희생양으로 포장하는 뻔뻔함에 한 번 더 경악한다.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박 의원과 정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원죄가 그들을 뽑은 유권자에게 있다는 궤변은 뒤로 하고, 이제라도 정상화될 수 있는 최선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죄가 있다면 검찰은 정확한 수사로 죄를 입증하고, 법원은 신속하게 판결해야 한다. 그것이 국회의원의 부재를 1년이라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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