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과 특색 있고 개성 있는 카페들이 차고 넘치는 요즘. 도심 속 옛것과 새것이 어우러진 이색 공간으로 주목받는 곳이 있다. 커피 한 잔 값으로 다양한 예술 작품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곳. 바로 정스다방(박수정 대표)이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 주택가에 위치한 정스다방은 이미 갤러리 카페로 입소문을 타 찾는 이들의 발길이 꾸준히 늘고 있다. 평소 접하기 힘든 지역 작가 작품은 물론 다채롭게 마련된 음료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정스다방은 예술 작가와 시민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6월 문을 연 정스다방은 박 대표가 40년 이상 살아온 주택과 그의 캘리그라피 공방을 리모델링해 재탄생됐다. 6개월간 직접 쓸고 닦아 마련된 공간 중 탁 트인 푸른 잔디 정원과 파스텔 색이 입혀진 건물은 손님들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내부로 들어서면 옛 추억을 떠올 수 있는 소품들로 가득하다. 오래된 가구부터 향수 어린 나무 창틀까지 투박하면서 아늑한 실내는 찾는 이들 마음을 한결 편하게 해준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카페 내부에 걸린 미술 작품들이다. 마치 작은 미술관을 방불케 한다.
정스다방은 작품 전시 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작가들을 위해 공간을 대여해 준다. 아무나 전시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1회 이상 전시 경력과 예술단체 소속된 작가라야만 가능하다.
지난 5개월간 정스다방에선 황희(서양화), 이용화(한국화), 소영란(서양화) 작가들 전시가 각각 한 달간 진행돼 인근 주민들에게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현재는 지역 예술단체 ‘아트백화점’ 전시가 이달 21일까지 펼쳐지고 있다.
지금까지 눈이 즐거웠다면 이제는 입이 행복할 시간이다. 정스다방에는 커피·라테·에이드·차 등 약 40여종의 다양한 음료가 판매된다. 이 중 시그니처 메뉴는 ‘인삼라테’와 ‘계란동동 쌍화차’다. 추억의 음료지만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좋다.
이밖에도 샌드위치, 주먹김밥, 빵을 곁들인 브런치와 모히또, 맥주 등 간단히 즐길 수 있는 주류와 안주도 제공돼 방문객 혀끝을 자극한다.
지난 8월 정스다방에게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다.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2020 청주 문화도시조성사업’ 일환으로 추진한 동네기록관으로 선정된 것. '동네기록관'은 시민 자신들이 살아가는 동네(마을) 이야기를 수집하고 기록하는 커뮤니티 활동 거점 공간이다.
박 대표는 “동네기록관으로 선정된 만큼 우선 금천동을 중심으로 20년 이상 운영되는 가게 역사와 스토리를 기록할 계획”이라며 “사라져가는 유·무형 자산을 모아 기록함으로써 시민들과 즐길 수 있는 콘텐츠 개발해 문화 관광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천동에 가면 꼭 생각나는 곳, 부담 없이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곳, 무엇보다 정스다방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더 빛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며 “아울러, 동네 작고 소중한 미술관으로써 지역 주민과 작가를 잇는 가교역할을 묵묵히 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추억의 소품과 현대 미술의 만남이라는 색다른 경험을 선물하는 정스다방. 작지만 소중한 동네 미술관으로 바쁜 일상 잠시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시민들의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라본다.
한편, 정스다방 12월 전시는 충북민족미술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성심 미술가 전시가 예정돼 있다. 매주 일요일은 정스다방 정기 휴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