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공고, 축구로 사제(師弟)간 '벽' 허물다
충북공고, 축구로 사제(師弟)간 '벽' 허물다
  • 박상철
  • 승인 2019.07.01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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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매주 수요일 '사제동행축구' 행사 펼쳐
학교 내 모든 구성원들, 소통 창구로의 역할 ‘톡톡’
사제동행축구 행사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는 충북공고 학생들과 선생님들
사제동행축구 행사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는 충북공고 학생들과 선생님들

충북공업고등학교(이하 충북공고, 유영로 교장) 학생들은 수요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매주 수요일은 충북공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뜨거운 한판 승부. ‘사제동행축구’ 행사가 열리기 때문이다.

삼삼오오 모인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각자 학업과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는 잠시 내려놓는다. 그날만큼은 그동안 갈고 닦은 축구 기량을 발휘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무장한 채 흥덕축구공원으로 향한다.

축구 경기 시작 전,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인사를 나누는 모습
축구 경기 시작 전,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인사를 나누는 모습

휘슬과 함께 ‘패스 패스~ 슛~!“ 거친 숨소리와 힘찬 응원 소리가 축구 공원을 가득 메운다. 짧은 휴식시간,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생수병을 건넨다. 선생님은 그런 학생이 기특한 듯 학생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 준다. 그러는 사이 사제 간의 벽은 없어지고 오히려 그들 사이 친밀감은 더욱 높아진다.

충북공고 선생님들의 제안으로 시작된 사제동행축구는 어언 3년차를 맞이하고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사제동행축구는 충북공고 모든 구성원들이 허물없이 소통할 수 있는 행사로 자리 잡은 것을 넘어 충북공고만의 자랑거리가 됐다.

충북공고는 매주 수요일 방과 후 흥덕축구공원에서 사제동행축구 행사가 열린다.
충북공고는 매주 수요일 방과 후 흥덕축구공원에서 사제동행축구 행사가 열린다.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30년간 근무한 유영로 교장은 “특성화고 학생들의 경우 학교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런 학생들에게 학교생활의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 넣어보자는 의미로 사제동행축구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행사에 대해 설명했다.

유영로 교장의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사제동행축구 행사의 안정적인 운영을 이끈 것은 서포터즈를 자처한 선생님들이었다. 한정된 학교 예산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30여명의 선생님들은 ‘충공FC’ 동호회를 만들어 매달 회비를 모은다. 십시일반 모인 이들의 회비는 축구공원 대여료, 간식, 유니폼 등에 쓰이며 원활한 행사 운영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사제동행축구는 학생들에게 학교 생활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사제동행축구는 학생들에게 학교 생활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교직원들의 이런 노력 덕분에 학생들의 방과 후에 펼쳐지는 행사에도 학생들의 참여율은 매우 높다. 규정된 참여 인원 11명보다 항상 많은 지원자가 속출한다. 게다가 학년별로 한 반씩 순차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제동행축구에 직접 뛰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기다림에 지친(?) 고학년 학생들은 심판을 자처해 행사에 참여할 정도다.

충북공고의 핫한 행사로 떠오른 사제동행축구로 학교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김현우 선생님은 “특성화고 특성상 다른 학과의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볼 기회가 적고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인사도 잘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제동행축구 이후에는 웃으며 인사하는 학생과 선생님들이 늘고, 생활지도도 수월해지고 있다”며 “사제동행축구가 만들어 내는 작은 변화들이 학교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며 설명했다.

지난 6월 26일 사제동행축구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지난 6월 26일 사제동행축구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3학년에 재학 중인 신지성 학생은 “수요일마다 진행되는 사제동행축구는 활력소”라며 “선생님과 축구를 하며 친해지게 되고, 진학이나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도 건강한 방법으로 해소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 신준철 학생 역시도 “축구 경기 후 선생님, 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며 얘기할 때가 가장 즐겁다”며 “타 학교에는 사제동행축구 같은 행사가 없는 걸로 아는데 매주 이런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 학교가 자랑스럽다”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충북공고 선생님들은 자체적으로 만든 ‘충공FC’ 동호회는 매달 회비를 모아 사제동행축구 행사 운영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충북공고 선생님들은 자체적으로 ‘충공FC’ 동호회를 만들어 매달 회비를 모아 사제동행축구 행사 운영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도 현재 충북공고에서는 ‘충공건강월드컵리그’도 진행 중이다. 매일 점심시간을 활용해 충북공고 전체 36개 반들이 모두 참여해 펼치는 리그전으로 매년 4~11월에 펼쳐진다. 각 경기마다 승점을 메겨 11월에는 결승전을 치러 우승팀을 가른다.

충북공고는 앞으로는 축구 뿐 아니라 족구, 농구, 배드민턴 등 여러 종목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사제 간의 정이 실종된 시대, 충북공고 구성원들은 축구를 통해 흘린 땀만큼 한 걸음 더 가까이 서로에게 다가서는 시간이 되고 있다.

충북공업고등학교 전경
충북공업고등학교 전경

1995년 3월 개교한 생산자동화분야 특성화고 충북공업고등학교. ‘창조·봉사·실천’의 교훈 아래 지난해까지 약 9000여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한 명실상부 지역을 대표하는 학교로 자리 잡았다.

충북공고는 현재 ▲생산자동화설비과 ▲금형디자인과 ▲정밀기계과 ▲전기전자과 등 4개 학과로 구성돼 약 1000여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기술을 통한 꿈 실현’을 위해 모든 구성원들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생산화자동화분야 특성학교 충북공업고 학생들이 실습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생산화자동화분야 특성화고 충북공업고 학생들이 실습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특히, 충북공고는 머물고 싶은 교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최첨단 교육 시설을 갖춰 학생들의 만족도 높다. 또한 NCS 교육과정 기반 산업체 연계 맞춤형 교육과 직업교육의 활성화를 통해 창의력이 넘치는 기술인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충북공고는 충북에 소재한 11개 공업계 학교 중 산학일체형 도제교육 거점학교로 선정됐다. 또한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운영 평가에서 전국 단 두 학교가 이름을 올린 최고 등급(S등급)을 받았다.

유영로 충북공고 교장이 학교 소개를 하고 있다.
유영로 충북공고 교장이 학교 소개를 하고 있다.

유영로 교장은 “우리 충북공고는 산업 현장에 필요한 적재적소 인재육성을 통해 충북을 중심으로 전국의 대기업 및 강소기업에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의 취업률이 100%에 육박하고 있다”며 “앞으로 바른 교육, 바른 미래 가치 창출로 지역의 핵심 특성화고로 거듭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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