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로주점, 삼십 촉 백열등이 그네를 탄다
목로주점, 삼십 촉 백열등이 그네를 탄다
  • 권영진
  • 승인 2019.05.0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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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와 함께 고추장에 싸먹는 돼지갈비…서울 연신내 목노집

<해피진의 꺼리>

우리에게도 익숙한 목로주점은 널빤지로 만든 상위에 술잔을 놓고 마시는 술집이라고 하는데 포장마차나 막걸리 집 정도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1981년 나온 멋들어진 친구 내 오랜 친구야~’ 로 시작하는 노랫말의 목로주점도 포장마차나 선술집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1980년대 우리나라는 가장 암울했던 시대가 아니었을까 싶다. 5공화국이 들어서면서 거리엔 민주주의를 외치는 젊은이들로 넘쳐났고 급기야 광주에선 민주화운동이 일어나 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참변을 당하는 잊지 못할 사건이 발생했다. 그 시절에 아빠들은 쥐꼬리만 한 월급봉투를 가슴에 넣고 목로주점에 앉아 시대의 비극을 안주삼아 술잔을 넘겼을 것이다.

어릴 적 우리 집은 시골에서 농사를 지었다. 당시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일손을 보태야 하는 처지라 어린 나이의 나도 고사리 손으로 엄마를 따라 나섰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품앗이라는 것이 있어서 이웃집 농사를 서로 도와가며 살았는데, 주로 벼를 심을 때나 추수할 때 품앗이를 하곤 했다. 마을사람들 모두가 돌아가며 품앗이 하는 날은 일 년에 두어 번 있는 날이라 남자들은 일을 하고 여자들은 밥을 지어 머리에 이고 들녘으로 날랐다.

그날 어린 나도 어머니를 따라 물주전자를 들고 가는 고된 심부름을 해야 했다. 그래도 행복했던 기억은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들이었다. 여기엔 기름지고 맛난 음식들이 많았는데 그중에서 돼지고기는 어느 것보다도 값지고 맛있는 음식이었다.

격동의 80년대를 지나면서 우리나라는 거리로 나와 민주주의를 외치던 그들의 공로로 인해 최소한의 민주주의를 갖게 되면서 올림픽이라는 커다란 행사를 치르게 된다. 나는 그 무렵에 자원입대하여 서울에서 의경생활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끼리 파이프와 죽봉을 휘두르며 대치하다보니 젊은 시절의 추억은 검은 그림자로 얼룩져 사라졌다. 당시 근무하던 경찰서 근처 연신내에 목노집 이라는 선술집이 있었다.

이번에 소개할 맛있는 꺼리는 서울 연신내에 위치한 목노집이다. 제대 후 30여년 가까이 갈일이 없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지인이 목노집에 함께 가보자고 해서 식당을 찾았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목노집은 7~80년대 아빠들의 가슴속에 간직된 월급봉투의 추억과 시대의 애환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아련한 정감이 느껴졌다. 다만 변한 것이 있다면 메뉴와 가격일 것이다.

목노집의 주 메뉴는 돼지보쌈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수육 같은 보쌈이 아니라 사태 살을 찬합 같은 판에 넣고 대파와 함께 달달달 볶아 상추에 고추장을 넣고 싸먹는 음식이다. 집에서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인 듯하나 목노집 특유의 요리법으로 돼지의 잡냄새를 잡고 대파와 함께 상추에 싸먹으니 감칠맛 나는 음식이 된다. 쥔장의 선친은 글씨를 잘 쓰고 글 짓는 솜씨도 훌륭하여 많은 글들을 가게에 남겼는데 페인트칠을 해도 선친께서 쓰신 글들을 남겨놓은 덕분에 목노집을 수십 년 동안 잊지않고 찾아오는 이들이 생긴 것이다.

목노집의 요리법은 달달한 대파를 아끼지 않고 듬뿍 넣어 주는데 상추에 싸먹지 않고 잘 익은 대파와 함께 먹어도 될 만큼 푸짐하다. 여기에 달지도 쓰지도 시지도 않은 양념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제대로 된 목노집의 돼지보쌈 맛을 맛보게 된다. 다 먹고 나면 아무리 배가 불러도 꼭 먹어야할 볶음밥을 먹어야 비로소 끝이 난다. 돼지보쌈은 14000(1인분)이고 볶음밥은 2000원이다. 이밖에도 곱창, 염통, 콩팥, . 천엽, 육회도 판매한다.

목노집: 서울 은평구 연서로2810 전화문의: 02-355-1652

권영진은 해피진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파워블로거다. 충북도민홍보대사, SNS 서포터로 활동 중이며 직장인 극단 이바디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진짜 직업은 평범한 직장인.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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