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도 검붉어라, 지리산 화엄사 홍매화
향기도 검붉어라, 지리산 화엄사 홍매화
  • 권영진
  • 승인 2019.03.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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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숙종 때 심었다고 전해져…화엄매‧흑매화라고도 불러

<해피진의 꺼리>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리산은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3개 도에 속하여 있고 규모로도 가장 큰 국립공원이다. 민족의 영산이라 불릴 정도로 웅장하면서도 아늑한 산세는 죽기 전에 가 보아야 할 여행지 중 한곳이다. 그래서 지리산 최고봉인 천황봉(1915m)은 아닐지라도 노고단이나 주변의 천년고찰 화엄사, 쌍계사를 안 가본 이도 드물 것이다.

지리산에는 많은 사찰들이 있는데 그중 불교 31본산 중 조계종 19교구본사인 화엄사는 백제 성왕 22(544)에 연기조사가 세웠다고 전해진다. 절 이름은 화엄경(華嚴經)의 두 글자를 따서 붙였다. 경내에는 각황전(국보 제67), 각황전 앞 석등(국보 제12), 4사자 3층 석탑(국보 제35) 등이 있다.

1년 내내 불자들과 일반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화엄사에는 매년 3월이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이유는 바로 천연기념물 485호인 홍매화를 눈에 담기위해 찾아온 관광객들이다.

화엄사의 홍매화는 조선 숙종 때 장륙전이 있던 자리에 각황전을 중건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계파선사가 심었다고 전해진다. 이름도 여러 개인데 화엄사 내에 있다하여 화엄매라고도 불리 우며, 장륙전의 이름을 딴 장륙화’, 다른 홍매화보다 꽃이 검붉어 흑매화라 불리기도 한다. 홍매화는 꽃과 열매가 다른 재래종 매화보다 작지만 꽃향기는 그보다 더 강한 것이 특징이다. 개화 시기는 매년 3월 중순부터 4월 초이다.

이번에 소개할 볼꺼리는 화엄사의 홍매화. 봄비가 내리는 3, 홍매화를 보기위해 새벽 6시에 집을 나섰다. 전라남도 구례에 위치한 화엄사는 청주에서 약 200km 떨어져 있으며 승용차로 3시간 거리에 있다.

결코 가까운 곳은 아니지만 홍매화를 담기위해서는 그 정도 수고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부터 자칭 지리산 안내자라고 하는 지인에게 실시간으로 홍매화의 현황을 듣고 찾아간 터라 작년처럼 꽃봉오리만 보고 오는 낭패는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3시간을 달려 화엄사에 도착하니 화엄매를 볼 생각에 입구부터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3500(성인 기준)의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 입장이 가능한 화엄사는 지리산에 속해있지만 직접적인 탐방로에 위치하고 있지 않아 별도의 입장료를 내야하고, 성삼재 길목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받던 화엄사 소속의 천은사는 올 5월중 입장료를 폐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주차장에서 2분 정도 걸어가면 웅장한 모습의 화엄사가 눈에 들어온다. 화엄사 입구의 계곡에 있는 울창한 나무와 많은 양의 계곡물이 방문객을 맞아준다.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와 시원한 계곡 물소리와 함께 전해지는 음이온 덕에 머리와 심신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경내로 들어서면 웅장하고 오래된 목조건물과 엄청난 크기의 돌담들이 천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지켜낸 모습에 절로 숙연해진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고() 최순우 씨는 화엄사를 두고 고요와 청순의 아름다움이 지리산 깊은 산 속에 맥맥히 넘쳐흐르는 느낌이라고 했다.

일주문을 지나 금강문, 천왕문을 지나면 보제루가 나오는데 바로 돌아나가면 넓은 마당에 대웅전과 각황전이 한눈에 들어온다. 홍매화는 각황전과 대웅전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데 필자가 찾던 홍매화여서 그런지 다른 어느 것에 비해 가장 눈에 먼저 들어왔다. 붉다 못해 검붉은 흑매화는 설렘으로 가득한 마음에 돌을 던지듯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홍매화와 나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비탈지게 놓여있는 돌계단을 오르니 국보 12호인 석등과 바로 옆의 곱디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화엄사의 홍매화가 나를 반겨준다. 벌써 도착하여 홍매화의 자태에 취하여 넋을 놓고 셔터를 누르고 있는 작가님들에게 질세라 날아가지도 않을 홍매화를 정신없이 잡는다. 450년의 세월을 빛과 향기로 오롯이 간직하며 산사를 지킨 홍매화를 눈에 담아 가슴에 묻고 또다시 만날 날을 기약해본다.

지리산 화엄사: 전남 구례군 마산면 화엄사로 539 , 전화문의:061-783-7600

권영진은 해피진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파워블로거다. 충북도민홍보대사, SNS 서포터로 활동 중이며 직장인 극단 이바디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진짜 직업은 평범한 직장인.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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