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령스러운 나무와 돌무더기에 빌다
신령스러운 나무와 돌무더기에 빌다
  • 글 이재표 기자, 사진 송봉화 작가
  • 승인 2019.03.2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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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시 수산면 오티리 ‘오티별신제’

2009년 개봉한 할리우드영화 아바타에서 판도라행성의 원주민인 나비족생명의 나무를 숭배한다. 신목(神木) 앞에 엎드려 기도하는 모습은 세계 여러 민족이 공유하고 있는 전통신앙인 애니미즘(animism, 정령주의)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속 생명의 나무는 생명의 시작이자 소통의 매개, 치유의 수단이다. ‘신단수(神壇樹)’ 아래에서 옛() 조선의 역사가 시작됐듯이.

영화 속 나비족들은 마치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듯이 자신의 몸을 나무와 연결시켜 신접(神接)한다. 동양인들이 보기에는 피식웃음이 나오는 부분이다. 무언가 직접 연결하지 않고서는 전달되지 않으리라는 서구적 상상력의 한계 때문이다. 우리는 솟대가 안테나 역할을 하고, 때로는 새가 심부름을 한다고 믿었다.

우리나라에서 예로부터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비는 동제(洞祭)’에는 서낭제·산신제·용왕제·탑신제 등 다양한 형식이 있다. 그중에 서낭은 신령스러운 나무와 돌무더기에 비는 것이다. 서낭굿을 별신굿이라고도 부르는데, 충북 제천시 수산면 오티리의 오티별신제는 한강 이북에 분포된 북방계 서낭제다.

오티마을이 400여 년 전에 형성됐으므로, 별신제의 기원도 마을역사와 궤를 같이할 것으로 추정된다. 20012월에는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8호로 지정되어 보존·전승되고 있다. 2년에 한 번씩 정월 14일 밤부터 대보름까지 제를 진행한다.

신을 맞는다는 영신(迎新), 신이 즐겁게 논다는 오신(娛神), 신을 보내주는 송신(送神)이 제의의 순서다. 마을의 액을 막고 복을 비는 기능도 있었겠지만, 결국은 함께 노는 마을굿이었던 셈이다. 유교의 영향이 막강했던 조선시대에 시작된 별신제인지라 도포에 탕건까지 의관을 정제한 모습이 이채롭다. 사진은 1996년에 촬영했다.

▷사진을 찍은 송봉화는사진가이자 한국우리문화연구원장이다. 그는 우리들의 삶결을 순간으로 정지시켜 숨결을 불어넣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언제든지 그의 작품을통해 흘러갔지만 정지된 시간을 호명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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