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논란 이은상…‘청주시민‧진천군민 노래’도 작사
친일논란 이은상…‘청주시민‧진천군민 노래’도 작사
  • 이재표
  • 승인 2019.02.2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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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미화 행적은 분명…충북도교육청, 그가 작사한 중‧고교가 교체 검토
충북대교가도 작사…산 이름·물 이름, ’기름진 들판’ 등 상투적 표현 남발
청주 중앙공원에 있는 이은상 작사, '청주시민의 노래'비. 사진=이재표 기자
청주 중앙공원에 있는 이은상 작사, '청주시민의 노래'비. 사진=이재표 기자

충북도교육청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학교현장에 남아있는 일제강점기의 잔재 청산에 나선 상황에서 시조시인 이은상이 가사를 쓴 교가들에 대한 평가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은상의 친일행적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다, 그가 작사한 노래가 단지 초고 교가에 국한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은상은 충북지역에서만도 <청주시민의 노래> <진천군민의 노래> <충북대학교 교가> 등을 작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그의 친일행적에 문제가 있다면 교가는 물론이고, 지자체 관련 노래까지 조사해서 대대적인 청산작업에 나서야할 판이다.

충북도교육청은 일제잔재 청산작업의 일환으로 친일 문인이나 친일 음악가들이 작사작곡한 도내 초··고교의 교가를 전수조사한 뒤 교체할 계획이다. 도교육청은 “2월 말 현재 376개교를 조사한 결과 초등학교 두 곳과 중학교 여덟 곳, 고등학교 아홉 곳 등 열아홉 개 학교가 친일 문인, 작곡가들이 만든 노래를 교가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469개 학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할 개획이며 아직 아흔세 곳이 남아있어 대상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충주 국원고, 충주여중·여고, 충일중 교가를 작곡한 현제명 청주 청석고와 충북여중, 진천 옥동초 교가를 작곡한 김동진 진천 한국마이스터고와 청주 대성고, 청주여중 교가를 작곡한 이흥렬 괴산 명덕초와 단양중, 제천여중, 제천중, 제전여고 충주 주덕중, 주덕고, 영동 학산고, 청주 신흥고 등 교가를 작곡한 김성태 등 작곡가 네 명은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뛰어난 음악성을 바탕으로 음악사에 괄목할만한 업적을 남긴 것은 분명하지만 친일행적도 뚜렷해서 200912,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돼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주 국원고, 충주여중여고 교가를 작사한 이은상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1903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1982년 작고할 때까지 시조시인이자 사학자로 살았던 그는 1942조선어학회사건에 연루돼 형무소에 구금되기도 했으며, 1945년 사상범 예비검속으로 경찰서에 유치 중 광복과 함께 풀려나기도 했다.

안중근의사숭모회장, 신단재(신채호)기념사업회장 등 독립운동가 현양사업을 맡았던 경력도 있다. 실제로 신채호 선생의 며느리인 이덕남 여사는 2009, 기자와 베이징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은상 선생을 만나보고 나서야 시아버지가 어떤 인물인지 알게 됐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이 여사는 당시에 남편(신수범, 1991년 작고)꼭 만나야 될 사람이 있다며 이은상 선생 댁에 나를 데려갔다. 이 선생이 맨발로 뛰어나오며 시아버지가 어떤 분인 줄 아느냐고 물었다. 그렇게 열 명 정도를 만나고 완전히 세뇌(?)가 됐다고 말했다.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이사는 이은상이 친일잡지 조광의 주간으로 재직했고, 일제의 괴뢰정부인 만주국 기관지 만선일보에도 재직했다는 의혹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친일행적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전제했다.

김주완 이사는 다만 그가 독립운동가들을 기리는 활동을 하다가도 일제가 애국옹이라는 칭호까지 부여한 문명기를 사회사업가로 둔갑시켜 칭송하는 비문을 쓰는 등 자신의 문재(文才)를 남발한 것도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은상은 박정희 시대에 문단권력이었으며, 전두환 대통령 취임에 즈음해 새 대통령을 극찬하는 글을 썼다. 그의 말년이었다.

김주완 이사는 마산에 있는 학교 교가는 다 이은상이 가사를 썼다. 전국적으로도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학교 근처에 있는 산 이름, 물 이름만 바꿔 넣은 게 아니면 어떻게 그 사정을 다 알고 가사를 썼겠냐고 반문했다.

그러고 보니 이은상 작사 교가는 삼국시대 우리나라 고찰들의 사적기(寺跡記)를 보면 죄다 원효나 의상이 창건했다고 나오는 것에 비길 정도다.

이은상이 작사한 <청주시민의 노래>의 첫 소절은 이렇다. 노래비는 중앙공원 모퉁이에 있다. 우암산 무심천 기름진 들판/ 겨레의 얼이 깃든 역사의 터전/(후략). <충북대 교가>는 청주시민의 노래와 같은 노래인가 싶을 정도다. 우암산 무심천 정든 내 고장/ 낭비의 옛 성 기름진 들판/(후략)으로 시작부터 우암산과 무심천, 기름진 들판이 공통으로 들어가니 말이다.

그렇다면 <진천군민의 노래>는? 만뢰산 빼어났다 솟은 멧부리/ 진천은 우리 고장 역사 어린 곳/으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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