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릴 때 전…눈이 와도 전(煎)
비 내릴 때 전…눈이 와도 전(煎)
  • 권영진
  • 승인 2018.12.08 0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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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받자마자 부쳐주는 청주시 성화동 ‘시골빈대떡’

<해피진의 꺼리>

계절은 어느새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로 바뀌었다. 절기상 대설이 되면 큰 눈이 내린다. 여름이라면 많은 비가 내리는 것이겠지만 겨울엔 하얀색의 결정체인 함박눈이 되어 내린다.

눈이든 비든 둘 다 구름 알갱이가 모여서 만들어지지만, 구름의 온도가 낮아지면 물방울들이 얼음이 되고 수증기가 달라붙으면서 무거워져 땅으로 떨어지는 게 눈이다. 날씨가 따듯하고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날씨가 춥고 바람이 많이 불면 싸라기눈이 내린다. 아이들과 함께 눈싸움을 하거나 눈사람을 만들려면 함박눈이 많이 내려야 가능하다.

눈과 관련된 이야기 중 하나를 말하자면 눈이 육각형 모양의 결정체라고 최초로 보여준 사람은 1865년 미국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윌슨 벤틀리다. 15살에 현미경으로 눈의 결정체를 보고나서 카메라로 찍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지 5년만인 1885년 육각형 형태의 결정체를 찍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어릴 적 눈이 내리면 키우던 강아지와 함께 산과 들로 뛰어 다녔던 기억이 난다. 신나게 뛰어 놀고 배꼽시계가 알람을 울릴 때쯤 집으로 돌아오면 동구 밖에서부터 고소한 기름 냄새가 진동을 했다. 겨울철 딱히 할 일이 없으셨던 어머니는 종종 빈대떡을 해주시곤 했다. 여름엔 싱싱한 채소들이 넘쳐났지만 겨울엔 김치와 고구마, 감자 등이 전부라 이것들이 빈대떡의 주 재료였다.

그래도 마땅히 먹을 게 없었던 겨울철엔 빈대떡이 우리 남매들에게는 최고의 간식이었다. 거기에 고구마와 감자를 얇게 채 썰어 기름에 튀기듯 부쳐내면 덴푸라(ぷら, 야채튀김)’라고 부르던 최고의 간식이 탄생했다.

이번에 소개할 맛있는 꺼리는 청주시 흥덕구 성화동에 위치한 시골빈대떡이다. 간판의 상호 명에서도 느껴지듯이 그 옛날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빈대떡의 맛을 제대로 담아낸다. 모든 메뉴가 주문과 동시에 재료를 손질해 넣고 전을 만들어 낸다. 동그랑땡도 바로바로 손 수 빚어 부쳐주시기 때문에 시간도 제법 걸릴뿐더러 전의 감칠맛이 자연스럽게 막걸리를 부른다.

겨울에 마시는 막걸리는 여름 장마철에 느끼는 시원함과는 다른 맛이다. 여름엔 더위에 지친 심신을 시원한 막걸리가 해소하듯 달래주지만 겨울엔 막걸리의 시원함이 달콤함이 되어 부드럽게 넘어간다. 잠깐 막걸리 이야기를 해보면 막걸리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고려 때부터라고 한다. 고려 후기 문신이었던 이달충의 시에 뚝배기 질그릇에 허연 막걸리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곡주를 청주와 술지게미로 나누기 전에 막 걸러서 만들었다 하여 막걸리라고 부른다.

시골빈대떡의 인기 메뉴는 모듬전(25000)이다. 단품요리를 모두 모아서 내놓는 것은 아니지만 동그랑땡, 동태전, 깻잎전, 버섯전, 두부부침, 꼬지전등 6가지 전이 나온다. 계절에 따라 조금씩 구성메뉴가 달라지기는 하는데,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버섯전 대신 김치전이 나왔다.

동그랑땡의 정식명칭은 돈저냐라고 하는데 왠지 부르던 대로 동그랑땡이라 불러야 제 맛이 날거 같다. 동태의 하얀 속살을 포 떠서 노릇하게 부쳐내는 동태전은 막걸리 안주로는 제격이다. 고기와 채소를 다져서 만든 소를 넣고 만든 깻잎전은 깻잎의 향과 고소함이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두부부침은 허기진 뱃속을 든든하게 채우는 일등공신이고 꼬지전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전이다.

김치전은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시던 맛 그대로인거 같아 향수를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모듬전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끼면 민물새우가 듬뿍 들어간 새우찌개(25000)로 모자람을 채우면 금상첨화일 듯싶다.

시골빈대떡: 충북 청주시 서원구 구룡산로51번가길 5, 전화문의: 043-266-6197

권영진은 해피진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파워블로거다. 충북도민홍보대사, SNS 서포터로 활동 중이며 직장인 극단 이바디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진짜 직업은 평범한 직장인.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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