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역 KTX단전 배상, 법적공방은 정해진 수순
오송역 KTX단전 배상, 법적공방은 정해진 수순
  • 이재표
  • 승인 2018.12.05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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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다락교 가설 공사 중 과정, 발주처인 충북도 전적 책임”
道 “시설공단은 수탁지침, 코레일은 사고매뉴얼 제대로 안 지켜”
열차에 전기 공급이 중단돼 열차가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한 20일 오후 충북 청주 오송역에서 승객들이 운행이 재개된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열차에 전기 공급이 중단돼 열차가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한 20일 오후 충북 청주 오송역에서 승객들이 운행이 재개된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120일 오송역에서 발생한 단전사고로 인한 고속철도 운행지연사태가 충북도와 한국철도공사의 배상책임 공방으로 비화되면서 법적공방 등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고당일 오후 5시쯤 진주를 떠나 서울로 가던 KTX 414호 열차가 오송역에 정차한 상황에서 단전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정전은 새벽 1시부터 430분까지 오송역 인근 다락교 가설 공사현장에서 충북도가 발주한 고속철도 조가선 교체공사를 진행한 이후 조가선 연결부가 빠지면서 발생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응급복구에 나서 오후 615분에 하행선, 650분쯤에는 상행선에도 전력을 다시 공급했다. 하지만 오송역에 멈춰 섰던 열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전차선에서 열차로 전기를 공급해 주는 장치인 팬터그래프에 이상이 생긴 것을 그제야 발견했기 때문이다.

결국 해당열차 승객들은 3시간이 지나서야 대체 열차로 옮겨 탔고 830분쯤부터 상행선 서행운행이 시작됐다. 열차운행은 이날 오후 935분부터 정상화됐지만 상하행선 27, 129개 열차의 운행이 순차적으로 지연돼 이튿날 새벽 3시가 되어서야 열차운행이 정상화됐다.

정전사태에 대한 불똥은 충북도로 튀었다. 사고 이틀 뒤인 22, 국토교통위에 출석한 오영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은 충북도에서 오송역 부근에 고가도로를 건설함에 따라 철도 조가선을 절연조가선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충북도가 발주한 시공업체의 부실공사로 인해 조가선이 끊어지며 발생한 것으로 잠정 추정된다고 밝혔다.

오영식 사장은 이어 이번 사고와 관련해 발주처인 충북도에 열차시설과, 영업피해 등에 대한 피해보상을 전액 청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충북도 역시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어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조사해 사고 책임비율이 나오는 대로 피해를 배상하겠다고 맞섰다. 충북도는 26일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감리단과 시공사에 대한 조사에 코레일의 참여를 요청했다.

이창희 충북도 균형건설국장은 이창희 국장은 구체적인 조사 결과에 따라 충북도의 과실 부분에 대해서는 배상 등 책임을 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철도공사가 아닌 고가도로 공사

사고발생 직후 들었던 의문점은 철도시설공사를 왜 충청북도가 발주했느냐는 것이다. 발단은 충북도가 다락-태성 간 도로확포장공사를 하면서 철도보호지구 위로 다락교를 가설하게 되면서 시작됐다. 도는 20175, 한국철도시설공단(이하 시설공단)에 공사행위를 신고했다.

시설공단은 충북도에게 다리 위에서 낙하물이 생겨 단전사고 등이 발생할 수 있으니 철사형태로 돼있는 조가선을 껍질이 있는 피복조가선으로 바꿔달라고 회신했다. 조가선은 전기를 공급하는 전차선이 늘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장치다.

문제는 공사의 수탁여부였다. 충북도는 201710, 시설공단에 조가선 교체공사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공사비용은 충북도가 낼 테니 위탁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시설공단에 인력이 부족한데다 공사규모(11437만원)도 작으니 충북도가 직접 시행하라는 답변이 돌아온 것이다. 결국 충북도는 지난 101일 조가선 교체공사에 착공했다가 이날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코레일과 수서고속철도(SRT)는 발주처가 충북도라는 이유로 충북도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으나 도는 억울하다.

첫째 철도건설 및 횡단시설관련 수탁업무관리지침을 보더라도 7조 시설공단이 직접 시행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하는 항목에 열차의 안전운행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시설이라고 나와 있는데, 조가선 교체공사는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이번 사고로 입증됐다는 것이다.

둘째 이번에 열차운행이 장시간 지연된 것은 조사선 부실공사뿐만 아니라 팬터그래프 이상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데 따른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코레일 철도안전관리체계 매뉴얼에 따르면 차량 및 시설에 장애가 있을 경우 현장위험이나 후속사고를 방지한 후 피해상황을 확인해야하는데 팬터그래프 이상을 파악하지 못해 상황대처에 문제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충북도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시설공단과 코레일에도 부분적인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충북도는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에 따라 과실부분을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또 도가 보상한 부분에 대해서도 시공사와 감리단에 구상권을 청구할 계획이다.

김현미 건설교통부 장관도 22일 국토교통위에서 재발방지를 위해 전차선, 신호, 궤도 공사 등 열차 운행 안전과 관련된 철도시설에 대한 공사는 모두 철도공사가 수탁 받아 시행하도록 의무화하겠다며 사업주체 조정을 약속했다.

 

철도운송약관대로만 보상하나?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충북도에 청구하겠다는 보상은 대체 어느 정도 규모일까? 현행 규정상 승객에 대한 배상은 운송약관에 따라 1시간 이상 지연 도착했을 경우 운임의 50%를 배상하는 것이 전부다.

사고당일 열차승객은 약 53000명이고, 배상액은 약 14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코레일과 SRT가 대체항공권에 대한 차액과 택시요금 등의 승객 피해에 대한 보상절차에도 들어가 배상액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코레일과 SRT 등이 ‘100% 피해자라고 가정할 경우 당일 초과근무수당까지도 충북도가 물어내야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승객들이 입은 간접피해에 대한 집단소송도 가정할 수 있다. 열차가 지연되거나 아예 승차하지 못해 사업상 입은 손실 등에 대한 집단소송이 이뤄질 경우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충북도는 전적으로 책임을 떠안게 될 확률은 희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수탁 부분에 대해서는 시설공단과 사고대응 매뉴얼에 대해서는 코레일 등과 책임을 분담할 거라는 얘기다.

실제로 사고당일 414호 열차에 탄 승객들은 “30분 후 열차운행이 재개되니 자리를 지켜달라는 안내방송을 들었다. 하지만 1시간20분 뒤 비상등이 꺼지고 환풍기마저 정지되는 상황에서 3시간 넘도록 열차 안에 방치됐다. 코레일 측이 전기가 복구된 뒤에야 열차 이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책임비율이 가려지기까지는 최소한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운송약관 등에 따른 정산이 마무리되는데도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책임비율을 가리기 위한 소송도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책임비율 100%는 없다. 감사 등을 고려하더라도 법적으로 책임을 가리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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