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은 공정한 기회를 원할 뿐
청년들은 공정한 기회를 원할 뿐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8.11.28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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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의 골목식당이 큰 인기를 끌면서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식당이 덩달아 화제다. 백종원의 음식평 한마디에 파리 날리던 식당이 전국에서 찾아오는 맛집이 되기도 하고, 백종원으로부터 비법을 전수받아 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긍정적 효과와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 관련 댓글에는 저런 식당을 왜 섭외했냐며 제작진을 질타하거나 저런 사람은 성공하면 안된다라며 저주에 가까운 말을 쏟아내기도 한다. 시청자들의 비난이 지나치긴 하지만 원인을 제공한 것은 출연자와 제작진이다.

시청자들은 왜 공분할까? 첫째는 기본이 안 돼 있다는 것이다. 친절함·위생·태도 등도 문제지만 더 크고 근본적인 문제는 맛이다. 대표 메뉴조차도 상품성이 없다는 백종원의 평가에 시청자들이 감정이입을 한다 그 뿐일까? 우리나라의 어려운 경제 상황이 시청자들을 극단적인 키보드 워리어로 내몰고 있다.

방송 관련 댓글을 읽다가 눈에 띄는 댓글을 발견했다. “저럴거면 왜 나온다고 했지? 시청자들에게 욕먹어도 방송에 나오면 손님이 느니까, 백종원 래시피만 얻으면 되니까 그러는 거 아냐?” 많은 사람들이 이 글에 공감했다.

백종원에게 호되게 혼나는 점주들 대부분이 30·40대다. 20대도 꽤 있다. 이들은 왜 실력도 없이 식당을 차렸을까? 아마도 상당수는 직장을 구하지 못해, 백수라는 따가운 눈초리를 피해 창업을 도피처로 택했을 것이다. 악담을 퍼붓는 시청자들은 누굴까? 이들 또한 미래가 불안한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일 것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자영업자 실태에 따르면 1인 자영업자 124000명이 감소했다. 혼자 운영하는 점포 124000개가 문을 닫았다는 의미다. 업종별로는 식당이 가장 많았으며 나이대로는 30·40대가 가장 많았다. 창업치고는 적은 비용으로 큰 기술없이 쉽게 차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식당인 것이다. 골목식당에 소개된 식당도 그 중 하나일 것이고, 욕을 먹던 젊은이도 이 시대의 청춘 중 하나일 것이다.

분노는 부러움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앞서 소개한 댓글처럼 골목식당에 소개된 식당 대부분이 유명세를 탔고, 매출이 상승했다는 방문자들의 목격담이 온라인상에 수없이 올라온다. 시청자 마음 한 편에 그 주인공이 나였으면” “내가 저 사람보다 잘할 수 있는데하는 부러움이 깔려 있다. 그래서 그들이 방송 출연이 공정하지 않은 것 같고, 내 기회를 뺏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지표는 최악이다. 투자와 소비, 고용 뭐 하나 긍정적 지표가 없다. 살인적 취업난을 겪는 젊은이들은 무모한 창업을 고민한다. 문제는 전 국민이, 모든 젊은이가 같은 처지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최근 고용세습이란 단어가 연일 포털을 장식했다. 다들 취업이 힘든 줄 알았는데 있는 집 자식들은 달랐다. ‘유빽유직 무빽무직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공공기관에 다니는 아버지 덕에 아들딸은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아버지의 후배 직원이 됐다.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의 가족친척 108명이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KPS는 직원의 자녀 11명을 정규직으로, 한국마사회에선 직원 친인척 98명이, 서울시설공단에선 직원 부인 12명이 정규직이 됐다.

농업국가 부탄 행복지수가 높은 것은 부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부럽지 않기 때문이다. 공정하면 부러울 일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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