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대 展' 청주교대서 오는 7일까지 열려
‘박영대 展' 청주교대서 오는 7일까지 열려
  • 박상철
  • 승인 2018.11.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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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대 화백의 ‘태소太素’시리즈 작품 40여점 전시...주말도 관람 가능
사진=박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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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계 박영대(Young-Dae Park)화백의 개인전 ‘박영대 展'이 지난 10월30일부터 이달 7일까지 9일간, 청주교육대학교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지역주민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고 시민들에게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박 화백의 ‘태소太素’시리즈 작품 40여점이 전시돼 관람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사진=박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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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초에서 2000년까지 작업한 작품인 태소太素’라는 제목은 작업실에 자주 들렀던 한학자인 이백교에 의해 명명된 것으로 박 화백의 작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리즈에 해당된다.

박영대 화백은 “서울에 이어 이번 전시는 저를 아껴주는 충북 지역 미술 애호가들에게도 제 작품을 선봴 수 있는 좋은 취지로 마련됐다”며 “보다 많은 시민들이 찾아주셔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진=박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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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무료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토, 일 쉬는 날 없이 전시가 이어진다.

흙, 보리, 생명, 태소의 반추

최병식/경희대 교수, 미술평론가

 

1990년초에서 2000년 까지 진행되는 ‘태소太素’시리즈는 박영대의 예술인생을 되짚어 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그 이전 박영대의 관심은 보리로부터 출발되었다. 매우 구체적인 농촌의 정서, 그 정서를 넘어서서 삶의 한 상징적인 의미를 탐닉하는 노력으로도 나타난다. 1980년대까지 이어지는 그의 보리사랑은 다양한 나무시리즈를 만나면서 구상에서 추상적 화면을 재구성하고, 소재중심의 화풍에서 보리 자체를 표현의 매개로 하거나 의인화하는 등 매우 다양한 각도의 경향을 선보이게 된다. 사실화에서 채색, 수묵, 반추상, 추상 등 국내에서도 송계 박영대 만큼 보리라는 한 주제에 거의 평생을 다하여 심조해온 작가도 드물다.

1990년대 수묵의 본질적인 실험과정에 접어들면서 ‘태소’시리즈가 탄생하게 되는데 그 배경은 매우 역설적이다. 즉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보리에 대한 실험작품들을 버릴 수 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동일한 주제를 반복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고심 끝에 이 작품들을 활용한 전혀 생각지 않은 작업에 도전하기로 한다. 이 시기 박영대는 서양회화의 유화 마티에르나 오브제,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작업방식에 비하여 표현방식에서는 한국화가 갖는 한계 또한 적지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다.

결국 산더미처럼 쌓여진 보리그림을 찢고, 다시 부치고, 구기고 콜라주와 같은 혼합기법을 사용하면서 형태를 지워버리고 많은 보리와 보리들이 만나면서 형태가 사라지게 된다. 아직까지도 박영대는 보리에 대한 의미론적 ‘철학’과 같은 무엇이 있다. 사실 백지장 한 장 차이로 ‘소재주의’적 형식에 매몰될 수 있는 그의 이같은 정신에 깃들어 있는 것은 민초들의 정신, 생명과 삶의 원형을 찾아 나서게 되는 핵심적 키워드로 제시하는 소재로서 ‘보리’를 만나게 된다.

이러한 면모는 한편에서 보면 1980년대 까지의 작업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파기와 재탄생을 거쳐 새로운 부활을 이루어나간 작업으로서 ‘태소’시리즈가 갖는 특별한 의미와 작업의 특수성이 있다.

‘태소’에서는 사실상 형태도 없고 발언의 구체성은 없다. 마치 황토로 대지를 갈아엎은 듯한 농밀한 ‘흙의 땀’이 있는 흔적들이 쌓여진다. 수 십년 작가를 대하면서 느낀 점이랄까? 땅을 고르고 씨앗을 뿌리고, 수확을 한 후 다시 땅을 고르는 농부와 같은 면모가 작업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새로운 생명을 위하여 작업실에 쌓인 작업들을 찢고 붙이고, 구긴 흔적과 쌓여가는 종이의 질감들을 동시에 활용하여 근본으로 되돌아가보고자 하는 작가의 조형언어를 잘 표현하고 있다. 재료는 종이와 수묵, 한국화 안료, 아크릴, 제소 등을 가리지 않고 사용하였으며, 심상의 ‘보리밭’, 혹은 보리가 없는 보리밭, ‘흙의 보리’ 등을 연상케 하는 시리즈를 제작하였다.

배경에는 농부의 삶이 있다. 작가의 소년기에는 청원군 강내면 그의 고향에서 교사시절 이전가지 줄곧 농사일에 바쁜 시간을 보냈고, 이러한 경험이 이후 작업에서도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여겨진다. 작가 역시 자신의 잠재적인 의식 속에 ‘흙’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심상적 천착이 있었을 것으로 회상하였다.

‘태소太素’라는 제목은 작업실에 자주 들렀던 한학자인 이백교에 의하여 명명되어진 것으로 박영대의 작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리즈에 해당하며, 이번 전시에서는 2017년 제작된 100호 4점을 비롯하여 이전 제작된 태소시리즈까지 포함, 핵심 주제로 하고 있다.

과거의 회귀와 재몰입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017년 작품에서는 이전 작품에 비하여 바탕을 이루는 콜라주 형식의 작품들이나 필선, 표현효과 등에서 매우 절제된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이러한 회귀현상은 최근 10여년간 제작해온 수묵추상을 비롯한 다양한 실험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재조명이 필요한 경우이다. 국내에서 그의 이 시리즈에 대한 이렇다 할 조명은 부족하였지만 1996년 런던 로고스갤러리 초대 개인전, 1999년 도쿄의 일진화랑(日辰畵廊)개인전 등에서 매우 주목할 만한 평을 받았으며, 1996년에는 브리티시 박물관에 소장되는 등 일단의 성과를 거두었다. 

최근 들어서 집중하고 있는 ‘생명’ ‘생명의 씨앗’ 등은 전반적으로 보리로부터 이어지는 인과관계가 있다. 대지의 근원이라는 의미에서 논하고 있는 ‘생명의 주제화’는 독실한 신자로서 갖는 믿음과 정결한 정신적 소산으로서 볼 수 있는 배경도 상당부분 작용한다. 박영대의 작업에서 읽을 수 있는 다른 하나는 하회탈, 묵흔 등이 있으나 전통의 맥락, 당대의 재해석, 인고의 상징, 보리라는 핵심 주제를 기반으로 하는 삶의 반추, 가치관의 형상적 구현 등이 주요 키워드이다.

평면의 본질과 자기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매우 희미해지는 최근 한국미술계를 생각해볼 때, 박영대의 맥락과 예술정신, 수 십년간의 지속적인 구현이 갖는 노력과 작품의 의미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가 구현하려는 진정한 태초의 생명으로부터 이어지는 부단한 조형언어가 더욱 많은 실험과, 천착을 거듭하는 작업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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