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주인공은 나야 나”
“코스닥 주인공은 나야 나”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8.08.14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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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창업…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
장수명, 고효율, 높은 가격 경쟁력 ‘삼박자’
해외 수출 가시화… 코스닥 상장 초읽기
편집자 주='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1909~2005)는 말했다. 성공한 기업가는 기회에 초점을 둔다고. 여기서 기회는 세상을 열심히 읽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세상을 읽다 보면 타이밍이 보인단다. 너무 앞서 나가 주저앉은 기업이 있는 반면, 제때를 만나 흥한 기업이 있는 이유다. 이견이 있겠지만 사업은 결국 타이밍이다. <세종경제뉴스>는 미래를 예측하는 눈과 시대 흐름을 잘 읽어내 전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는 전기화학 부품 전문업체 ‘퓨리켐’의 김한주 대표를 만나 얘기를 나눴다.
퓨리켐 전경. / 사진=박상철 기자

충북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에 있는 전기화학 부품 전문업체 퓨리켐은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12년 차 강소기업이다. 삼성, LG, 두산중공업 등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하고 협업을 할 정도로 기술력은 이미 입증됐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
김한주(46) 퓨리켐 대표는 어릴 적부터 노선이 확고했다. 남들은 경찰이나 소방관, 과학자, 대통령 등을 장래희망이라고 말할 때 그는 전지 공학 박사가 되고 싶었다. 특히 배터리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문학처럼 해석의 여지없이 정답이 있는 공학에 매력을 느꼈다.

김 대표는 꿈을 이루기 위해 충북대학교 공과대학에 입학했다. 좋아하는 분야다 보니 공부도 재밌게 했다. 군대를 전역한 뒤 충북대 대학원에서 공업화학을 전공했다. 2003년에는 충북 충주의 한 이차전지 회사에서 2년간 실무 경험을 했다. 일본 산구대학과 동경공대에서 방문연구원 생활도 했다. 산·학·연에서 오로지 커패시터 분야에 집중했다. 현장과 이론은 분명 차이가 있었지만 배운다는 것 자체를 즐겼다. 하나라도 더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는 2006년 2월 공학 박사학위를 받게 된다.

그가 대표 명함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07년부터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커패시터를 다루는 기업이 전무했는데 일본 시장 상황을 봤을 때 국내에서도 충분히 장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커패시터는 순간적으로 전기 자극을 주거나 전력을 균일하게 공급해야 하는 곳에 쓰이는 부품이다. 주로 세탁기나 자동차, 발전 장비에 사용된다. 둘 다 친환경 소재다.

김 대표는 충북대 창업보육센터에 둥지를 틀고 대학교 후배 4명을 고용해 회사를 꾸렸다. 목돈 1000만 원을 들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무엇을 하든 자금이 문제였다. 처음이다 보니 투자자도 없었고 투자할 여력도 안 됐다. 게다가 회사 운영이나 시장 상황 등을 잘 모르니 막막함은 배가 됐다. 오로지 ‘기술로 승부하자’는 일념으로 밤낮없이 연구하고 사업계획서를 썼다.

처음에는 ‘퓨리셀(Purixel)’이란 브랜드로 슈퍼캡을 판매했다. 리튬이온전지(LIB)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지만, 순간 출력은 더 높은 슈퍼캡은 급속 충전 등이 가능해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국내 업체로는 드물게 슈퍼캡 설비를 직접 설계하고 개발한 점도 주목을 받는 요인이었다. 게다가 원스톱으로 공정이 가능하다 보니 경쟁사보다 수율이 높고 성능 편차도 줄일 수 있었다. 수율은 양쪽 이온이 전기를 운반하는 분담 비율을 말한다.

퓨리켐은 큰 굴곡 없이 성장했다. 창업한 2007년에 기술보증기금평가업체로부터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고 2008년에는 중소기업청의 기술혁신개발 전략과제와 정보통신진흥재단의 IT 우수개발 과제를 선점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다음 해에는 충북지방중소기업청으로부터 유망창업기업인 표창을 받으며 걸음마 단계를 벗어났다.

사세가 점점 확장되자 2011년 청주산업단지공단으로 본사를 옮겼다. 같은 해 이노비즈(INNO-BIZ)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부품 소재 전문기업 인증도 받았다.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에 있는 지금의 자리로 옮긴 것은 지난 2014년이다. 20억 원 상당의 외부 투자를 받으면서다.

김한주 퓨리켐 대표가 퓨어트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박상철 기자

장수명, 고효율, 높은 가격 경쟁력 ‘삼박자’
커패시터의 활용 분야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가운데 퓨리켐의 슈퍼 커패시터(EDLC : Electric Double Layer Capacitor) 퓨리셀(PURIXEL)은 독보적인 고성능으로 국내외 기업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우선 타사 제품과의 스펙을 가뿐히 넘겼다. 수율이 높고 성능 편차가 적은 데다 가격까지 상대적으로 저렴해 최근에는 공급처가 대폭 늘었다.

슈퍼 커패시터는 친환경 소재인 활성탄 표면에서 전하가 물리적 흡착과 탈착을 반복, 에너지를 저장하거나 방전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높은 출력 특성으로 급속 충·방전이 가능한 장수명 에너지저장장치로도 쓰인다. 전원을 차단하는 것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대기전력 감소 효과가 있다. 주로 자동차나 가전제품, 발전 장비 등에 들어간다. 

퓨리켐의 슈퍼 커패시터는 에너지저장장치(ESS : Energy Storage System)의 피크 부과를 저감 시키는 데 효율적이다. 이는 발전량이 안정적일 때 전력을 충전했다가 나머지 시간 대에 방전, 에너지 출력을 안정화시키는 핵심기술이다. 전자제품의 경우 블랙박스 전원용이나 대기 전력 저감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2014년에는 스마트 TV와 블랙박스 등에 들어가는 축전지 ‘슈퍼 커패시터’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퓨리켐과 충북대, 에너지기술연구원 등 5개 기업·기관의 합작품이었다. 슈퍼 커패시터는 기존 제품보다 용량이 3배 이상 크고 100만 회쯤 재충전할 수 있어 에너지 효율이 비교 불가할 정도로 뛰어나다.

2015년에는 자동차와 전자 제품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원통형 3.3V 단셀 슈퍼 커패시터를 개발해 국내에 선보였다. 이는 에너지 밀도가 종전보다 절반 정도 향상되는 등 혁신적이었다. 기존 2.7V와 3.0V 단셀을 2개 직렬로 연결한 모듈 대신 사용하면 PCB 소형화와 원가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당시 언론에 소개됐다. 같은 해 2월 일본 ‘2015 배터리 재팬’에 참가해 일본업체에 3.3V 단셀 슈퍼캡 샘플을 선보이기도 했다. 4월에는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에 참가해 바이어들의 관심을 샀다. 

슈퍼 커패시터라는 모듈을 브랜드화한 퓨어트론(13.2V 40F)도 수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수출을 위해 에이전트들과 접촉하고 있고 샘플 평가가 긍정적이어서 9월에는 미국과 멕시코, 10월에는 중국과 호주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간다.

퓨리켐의 퓨어트론. / 사진=박상철 기자

퓨어트론은 자체 생산된 초고용량 커패시터를 채용해 저 저항 및 대전류 방전을 고려한 패시브 타이프 모듈로 설계됐다. 차량 장착 시 확실한 효과를 위해 40F 용량을 구현한 점도 눈에 띈다. 장착 시 차량의 전원을 보다 양호한 전기인 직류로 완벽하게 바꿔 전기와 전자 장비에 공급한다. 생산된 전기를 충전했다가 부하가 많이 걸렸을 때 차량의 발전기에 공급하지 못한 전력을 공급, 연비 절감과 출력에 도움을 준다. 전기기기 성능이 최적화되다 보니 배터리 수명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김한주 퓨리켐 대표. / 사진=이주현 기자

김 대표는 “배터리 전압이 낮을 때는 많이, 높을 때는 적게, 아주 높을 때는 충전하며 노이즈를 차단할 수 있도록 제어 슈퍼 커패시터에 충전된 전하의 불필요한 방전을 피해 효율적으로 전화 안정화를 시킨다”며 “제너레이터에서 생성되는 여유분 전기를 완전 평활에 가깝게 해 출력을 증가시키고 완전연소를 유도해 연비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전기적 힘으로 용액 상의 이온을 제거하는 신개념 수처리 기술도 선보이고 있다. 이미 수자원공사와 페수처리장용 CDI(Capacitive Delonization) 시스템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퓨리켐의 이 기술은 특화된 코팅과 니딩 전극기술로서 기존 RO멤브레인 기술보다 내구성이 좋고 슬러지 감량화율이 절반 이상 상승, 최종 처리 비용 20% 절감이라는 연구결과를 냈다. 현재 해수담수는 두산중공업과, 하수처리는 수자원공사와, 냉각수 재활용은 현대제철 등과 협업하고 있다.

퓨리켐을 코스닥 상장으로 이끌 한 방이 바로 이 기술이다. CDI 기술로 이미 환경신기술인증(NET)을 받았다. 퓨리켐의 브랜드와 CDI 기술을 접목해 만든 제품이 바로 ‘에코 마이트’다. 이를 통해 내년쯤 기술특례상장을 신청, 코스닥에 입성한다는 큰 목표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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