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Artist, 카멜레온 매력 발산 ‘테너 강진모’
만능Artist, 카멜레온 매력 발산 ‘테너 강진모’
  • 박상철 기자
  • 승인 2018.03.21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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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다 늦은 시작, 1년간 벙어리 생활, 지금은 성악가·교수·지휘자로 다방면 활동
2012년 독창회를 펼치고 있는 테너 강진모 교수

다양한 레퍼토리와 높은 음역에도 전혀 흐트러짐이 없다. 우람한 체구에서 힘차게 뿜어져 나오는 맑고 깨끗한 음색은 좌중을 압도한다. 무대서 자신만의 색을 뽐내는 성악가로 교단에선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로 때론 합창단 지휘자로 다방면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는 테너 강진모 교수. 그에게서 지난 30여 년간의 음악 인생을 들어봤다.

유년시절 다른 아이들과 달리 유치원 때부터 피아노 학원을 다녔다. 고향 경북 상주에 단 하나뿐인 피아노 학원에서 유일한 남자 수강생으로 초등학교 4학년까지 피아노를 배웠다. 피아노 가방을 들고 길을 나설 때면 친구들은 ‘남자가 무슨 피아노’라며 놀리기 일쑤. 누나는 피아노, 형은 기타. 예체능에 두각을 보였던 집안 탓일까? 자연스럽게 그도 음악을 접하게 됐다.

강진모 교수가 지난 30여년 간의 음악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후 고등학교 시절. 대구시립합창단원이던 사촌 누나의 권유 ‘노래 한번 해보는 건 어때?’ 당시 노래에 특출한 재능을 가지진 않았지만 그냥 해보고 싶었다. 배우겠다는 일념 하나로 왕복 여섯 시간 거리인 대구를 오가면 노래를 배웠다. 성실히 배우는 모습에 선생님은 아낌없이 그를 가르쳤다. 그렇게 그는 1987년 청주사대(현 서원대) 음악교육학과에 입학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음악. 그래서 더 열심히 연습했다. 차가운 강의실에서 무더운 강의실에서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그러다 3학년 목에 이상이 왔다. 성대 결절이 생긴 상태서 계속된 연습에 목을 혹사 시킨 탓. 담당 의사에게 최악의 경우 후두를 전부적출한 뒤 발성법 중 하나인 식도발성까지 할 수 있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듣게 됐다.

오페라 사랑의 묘약 공연장면

시련이 시작됐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완쾌를 위해 1년간 말을 할 수 없었다. 자취방을 벗어나지 못했고 동고동락한 친구와도 메모지로만 소통했다. 피나는 1년간 노력, 목은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자신감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시 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사에 말에 높고 화려한 곡을 부를 때면 소심해졌다. 그야말로 슬럼프였다. 무언가 변화가 필요했다.

벗어나고 싶었다. 때마침 한 교수가 제안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고 유학을 다녀와라’변화가 필요했던 시기라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당장 이탈리아어를 배우며 유학을 준비했다. 그렇게 1994년 1월 졸업식도 참가하지 않은 채 이탈리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강 교수가 지휘를 맡고 있는 청주남성합창단 정기연주회 모습

5년간의 이탈리아 생활. 레스피기 국립음악원, 아르츠아카데미, AIDM아카데미, ARAM아카데미 등에서 성악·예술가곡·합창지휘 등을 배웠다. 그가 성악가로 한걸음 크게 성장했던 시기였다. 성악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배운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다시 1999년 한국으로 귀국해 꿈에 그리던 서울예술의전당에서 생애 첫 독창회를 열었다.

쏘아붙이는 조명을 맞으며 객석을 가득 메운 수많은 관객 앞에 섰다. 지금까지 공부한 것을 시험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당시의 떨림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목청껏 부른 노래 뒤 되돌아오는 관객의 기립 박수는 그간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됐다.

오페라 라트라비아타 공연장면

본격적인 활동을 이어갔다. 당시 유행했던 창작오페라 공연을 펼치며 이름을 알렸고, 점점 그를 찾는 문의가 쇄도했다. 교회 성가대 지휘자, 창신대·서원대·중부대 등 각 대학 강사 그리고 합창단 지휘자까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라 많은 활동을 펼쳤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강 교수는 현재 충북보건과학대 평생교육원 교수로 근무 중에 있다. 그러면서 충북음악협회 사무국장, 청주레이디싱어즈 여성합창단과 청주남성합창단 지휘를 맡고 있다. 이밖에 여러 대학에서도 꾸준히 강의를 펼치며 후학 양성에도 눈코 뜰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청주레이디싱어즈 정기연주회 모습

“현재 교수로 몸담고 있는 만큼 많은 학생들에게 보편적인 음악 예술을 널리 알리고 싶다. 또, 합창단 지휘자로는 지금 맡고 있는 합창단의 역사에 걸맞게 단원들이 즐기며 음악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나를 위한 독창회를 했다면 이제는 대중을 위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나 7080가요를 성악으로 편곡한 독창회를 펼치고 싶다.”

노래 한곡이 주는 감동에 이토록 흠뻑 젖을 수 있을까. 한 무대에서 새로운 곡을 부를 때 테너만의 폭발적인 고음으로 관객들의 심장을 쥐락펴락하게 만드는 강진모 교수. 테너로서 완숙기에 접어든 그가 성악가로, 교육자로 그리고 지휘자로 어떠한 활약을 펼치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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