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얼려 대회 여는 충북 빙상 현실
논 얼려 대회 여는 충북 빙상 현실
  • 박상철 기자
  • 승인 2018.02.23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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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 수천 명의 관중들의 뜨거운 시선이 한 곳으로 향한다. 찢어질 듯 적막한 경기장에 출발을 알리는 총 소리가 울려 퍼지자 적막했던 경기장은 환호와 응원소리로 가득 찬다. 4년간의 피나는 노력의 결실을 맺는 순간이다.

0.01초로 승부가 갈리는 스피드스케이팅. 단 한 번의 레이스로 희비가 엇갈리고 감격과 후회, 한편으론 끝났다는 후련한 마음에 흐르는 눈물로 경기장은 그야말로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지난 2월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은 그야 말로 눈물바다였다. 4년의 회한이 담긴 눈물이었다. 아니 평생의 회한이 담긴 눈물이었는지도 모른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를 마친 뒤 이상화가 흘린 눈물은 경기를 시청한 국민들의 눈물마저 쏙 뺐다.

하지만 이와 다른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있다. 바로 충북의 빙상 꿈나무들이다. 이들은 도내 빙상장의 열악한 시설과 지원 부족으로 중도 포기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악순환의 반복되고 있다.

충북빙상연맹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빙상선수로 등록된 선수는 53명(피겨 4명, 쇼트트랙 7명, 스피드스케이트 42명)이 활동하고 있다. 한 때는 종목당 60~70여 명의 선수들이 훈련에 매진했지만 열악한 환경에 대폭 줄어든 것이다.

지난 1월24일에 열린 제33회 충북교육감 및 회장기 배 빙상경기대회는 참혹한 충북의 빙상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대회를 치를 경기장이 없어 가로 세로 40m 논에 물을 부어 얼려 만든 웃긴(?) 경기장에서 대회를 치렀다. 빙질이 좋을 리 없었고, 선수들은 제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없었다.

참 아이러니한 것은 충북에는 진천국가대표선수촌이라는 우수한 시설이 갖추고 있음에도 도내 어린 빙상 선수들이 연습할 곳조차 없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그나마 유일했던 아이스링크장이 수익성 문제로 지난해 문을 닫으면서 선수들이 연습할 곳은 전무하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태릉선수촌에서,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은 대전과 아산에서 원정 훈련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인라인연습장에서 인라인을 신고 연습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주법이 비슷해 일부 빙상 선수들이 인라인으로 연습을 한다곤 하나 그게 주가 돼서는 안 된다. 우레탄에서 달리는 것과 얼음 위를 달리는 것은 천지 차이기 때문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충북은 지난 99회 전국동계체전에서 금3, 은1, 동5의 메달을 목에 걸며 지난해보다 좋은 성적을 거둬 실력을 인정받았다. 선수들에게 훌륭한 빙상 인프라가 갖춰진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걸로 기대된다. 

이에 청주시가 지난 2015년 생활체육시설 국민체육진흥기금사업에 선정돼 국비 270억 원을 투입,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청주실내빙상장 건립을 추진 중에 있으나 아직 첫 삽 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3월부터 본격 착공에 들어 들어간다는 청주실내빙상장. 더 이상 지체 없이 추진돼야 한다. 2019년 말 청주실내빙상장 완공되면 훌륭한 충북 선수들을 배출할 기반이자 빙상종목 경기가 도민들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2월25일 강원도 평창과 강릉 일원에서 17일 간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는 평창동계올림픽. 102개의 금메달을 두고 벌이는 불꽃 튀는 승부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재미와 큰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자국에서 처음 열리는 올림픽에 충북출신 선수는 단 한명도 없었다. 2022년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서는 우리 충북 출신 선수의 금빛 레이스를 볼 수 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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