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이라는 이름의 협소지향
오송이라는 이름의 협소지향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7.11.25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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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막바지 공사 중인 오송역. 이때만 해도 청원군 강외면 오송리였다. 사진=청주시

참으로 엄청난 일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조용히 넘어간 일이 있다.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하 대경재단)이 7월26일 열린 재단 임시이사회에 재단 명칭을 ‘한국첨단의료산업재단’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회부했던 일이다. 또 하나의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오송)이 있는 충북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는 우리나라에 두 개의 첨단의료복합산업단지(첨복단지)가 있음에도 대경재단이 그 대표성을 독점하려는 시도였다. 대경재단의 설명은 이렇다. 대구경북이라는 이름으로는 해외 마케팅에 한계가 있으니 재단 명칭에서 지역을 삭제해서 대표성과 공신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다행히 보건복지부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명칭을 바꾸더라도 ‘한국첨단의료산업 대구경북진흥재단’ 등 지역 명을 병기해야 오송과 형평성이 맞는다는 취지로 논의 자체를 뒤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내는 것은 공공영역에 대한 충북의 ‘작명(作名)원리’에 작용하는 협소지향적인 성향을 비판하려는 것이다.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산업단지는 대구시 동구 신서혁신도시에 있다. 그런데 신서첨단의료산업단지라고 이름을 짓지 않고 대구라는 광역자치단체에 경북이라는 주변 광역자치단체의 이름까지 덧붙여 ‘대구경북’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한국’으로 이름을 바꾸겠다고 나섰던 것이다.

오송첨단의료복합산업단지는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 있다. 도(道)도 아니고 시(市)도 아니고 굳이 읍·면·동의 이름으로 작명한 것이다. 만약 대구 식(式)으로 이름을 지었다면 ‘충청첨단의료복합산업단지’가 되었을 것이다.

오송에 있는 KTX분기역 이름도 역시 오송역이다. 오송역이 문을 연 것은 약 100년 전인 1921년이다. 조치원에서 청주로 가는 충북선의 작은 역이었다. 1983년 손님이 없어 여객 취급을 중지하고 화물만 취급하다가 2010년 경부고속철도 2단계 개통과 함께 다시 문을 열었다. 충북선 당시의 이름을 살려 KTX분기역도 ‘오송역’이라고 이름을 지은 것이다.

오송역을 청주역으로 바꾸거나 청주오송역 또는 오송청주역으로, 청주를 병기하자는 주장이 있었다. 통합시 출범 직후에도 이런 주장을 하면 오송 주민들이 발끈했다. 최근에 와서야 수긍하는 여론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나는 몇 달 전 이 지면을 통해 아예 ‘청주세종역’이나 ‘세종청주역’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오송역은 청주시민과 세종시민이 같이 이용할 때 위상과 역할을 확립할 수 있다. 세종역 신설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기에 역 이름에 아예 세종을 박자는 것이다.

정치나 경제나 생활이나 다 브랜드의 시대다.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인지도다. 수만금을 들여 텔레비전이나 신문에 광고를 하는 것도 친숙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경북 군위군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전남 목포시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목포의 눈물이라는 노래 때문이다. 순창군이 전북에 있는지 전남에 있는지는 헷갈려도 순창군이 있다는 것은 다 안다. 순창고추장 때문이다.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원래 오송은 오송생명과학단지 조성 이전 청원군 강외면 오송리였다. 그런데 단지가 조성되고 오송역이 KTX 분기역이 되면서 2012년 1월에서야 강외면이 오송읍으로 개명 승격됐다. 청주 브랜드라야 한다. 오송을 깎아내리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오송이다. 오송에 주소를 둔 언론사의 충심어린 권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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