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진짜 발품 팔아 쓴 충북 국보이야기
시인이 진짜 발품 팔아 쓴 충북 국보이야기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7.11.17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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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근 作 『내일을 비추는 거울』, 도서출판 고두미
대중교통 이용해 답사…매편, 연관 시 찾아서 실어
손 안에 들어오는 책 <내일을 비추는 거울>.

충북에 있는 ‘국보(國寶)’들을 답사한 책이 나왔다. 백발이 희끗희끗한 향토사학자가 쓴 두껍고 지루한 책이 아니다. 문예지 ‘충북작가’ 편집장을 지냈고, 대학 강단에서 문학과 글쓰기를 가르치는 ‘무관(無冠)의 시인’이 쓴 얇고 서정적인 책이다.

김덕근 시인은 아직 시집을 내지 않은 스스로를 무관의 시인이라고 부른다. 11월15일 도서출판 고두미에서 발간한 책의 제목은 <내일을 비추는 거울>, 부제는 ‘충북 국보의 심상자리’다. 160쪽 남짓해 두껍지 않고, 작은 시집이나 문고 크기인 46판(18.8cm×12.8cm)이다.

<내일을 비추는 거울>에는 충북의 국보 10종에 대한 인문학적 탐구가 서술돼 있다.

대상은 ▲청주 용두사지철당간(41호) ▲충주 청룡사지보각국사탑(197호) ▲보은 법주사 석련지(64호) ▲청주 안심사 영산회괴불탱(297호) ▲충주 고구려비(205호) ▲보은 법주사 쌍사자석등(5호) ▲청주 계유명전씨 아미타불비상(106호)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6호) ▲보은 법주사 팔상전(55호) ▲단양 신라적성비(198호)다.

일단 이 책은 제목 그 한 줄이 시(詩)라는 점에서 서정적이다. 예컨대 법주사 석련지 편은 ‘구름 위 연꽃방으로 길 떠나라’다. 또 안심사 영산회괘불탱 편은 ‘괘불 거니 오색구름 내려오고’다.

시인은 불교에 조예가 깊어 불교문화재에 대한 해설도 풍부한 편이다. 하지만 문화재의 시기나 형식, 역사적 가치를 파고들기보다는 인문학적 관점으로 접근했다. 청주에서 활동하는 이종수 시인의 시 ‘황매화’나 허장무 시인의 ‘안심사 가는 길’ 등 여러 편의 연관 시들이 ‘장식’ 이상의 의미로 글을 떠받친다.

김덕근 시인은 “충북 국보의 심상자리라는 부제처럼 지역의 문화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문학을 하는 입장에서 연관된 작품들을 찾아내서 연결하는 것에 공을 들였다. 독자들이 문화재에서 역사적인 가치 그 이상을 발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덕근 시인.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정말로 발품을 팔아 썼다는 것이다. 시인은 늘 이동수단으로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한다. 불교유적들이 대부분 산중에 있다 보니 시외버스에서 내려 시골 공영버스로 갈아탄 뒤 도보로 접근해야 했다. 그 오고가는 길이 ‘행선(行禪)’이었으리라.

시인은 2014년까지 2년여 동안 문예지 ‘딩아돌하’에 연재했던 글들을 다듬고 사진을 추가해서 이 책을 엮었다.

정민 문학평론가는 “이글은 국보에 대한 특별한 순례기다. 김덕근은 연구자의 집념과 시인의 눈길로 점점 박제로 죽어가고 있는 대상에 대한 새로운 숨을 불어넣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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