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0월 2일 임시공휴일 지정, 하는 거야 마는 거야?
[기자수첩] 10월 2일 임시공휴일 지정, 하는 거야 마는 거야?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7.08.31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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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타는 기업가들
행복한 고민 중인 직장인들

“10월 2일(월)에 쉬나요? 그렇다고 해주세요.”

얼마 전 만난 지인(32)이 한 말이다. 충북 청주시 소재 중소기업에 다니는 그는 요즘 출근하면 버릇처럼 10월 탁상달력을 본다고 했다. 9월 30일(토)부터 개천절, 추석을 지나 10월 9일(월)까지 달력의 거의 두 줄이 빨간 날이다. 이랬던 적이 또 있을까 싶다.

지인은 “보기 드문 ‘황금연휴’인 것은 사실이지만, 임시공휴일 확정이 아직 미정이라 여행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게 있으면 뜸들일 게 아니라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 국민들이 제대로 된 휴식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 소재 한 중소기업 사장도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워 매출 내기가 힘든데, 쉬는 날이 많아서다. 게다가 납품기일을 맞추느라 연휴 기간 모두 쉬기도 어려워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했다. 대기업에 도급받는 협력업체들의 경우 이를 미리 조정할 여유조차 없다.

그는 “직장인들과 기업인들이 고민하는 내용은 다르지만, 임시공휴일 지정이 빨리되면 미리 납품기일을 조정할 수 있어 시간을 벌 수 있다”며 “기업인 입장에서는 임시공휴일 지정이 크게 반갑지는 않지만, 피할 수 없다면 빨리 결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사장은 “연휴 몽땅 쉴 중소기업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기업인들과 직장인들은 서로 다른 고민에 빠져 있다.

문제는 10월 2일(월). 이 날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될 것이라는 얘기가 꽤 오래됐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정부나 여당의 고위 관계자들은 이 사안에 대해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광복 70주년 때도 그랬다. 당시 광복절 전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안이 사흘 전에 결정됐다. 지난해 어린이날 다음날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것도 고작 일주일 전이었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국무회의가 열리는 오는 9월 26일쯤 정해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임시공휴일 지정은 국민의 휴식권 보장과 내수진작 차원으로 추진된다. 그러나 임시공휴일 확정을 빨리하면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이 대폭 증가할 것을 우려해 정부가 뜸을 들이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임시공휴일을 며칠 앞두고 뚝딱 정하는 일을 없었으면 한다. 연휴라는 선물을 주고도 욕먹기를 자초하는 정부의 처지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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