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예술공장 '두레'가 말하는 "이제야 알게 된 진실"
문화계 블랙리스트...예술공장 '두레'가 말하는 "이제야 알게 된 진실"
  • 정준규 기자
  • 승인 2017.01.20 18: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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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지원사업 연이어 고배...수입끊겨 단원들 생계 유지 '막막'

[세종경제뉴스 정준규기자] 청주시 북이면에 위치한 '예술공장 두레'는 마당극,무용,풍물 등 다양한 창작물을 만들어 무대에 올렸다. 지난 1984년 우리춤연구회로 시작해 1990년대 예술공장 두레로 이름을 바꾼 뒤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두레는 우리 주변의 사건이나 사회적 문제를 작품소재로 다뤄왔다. 공연을 통해 소외된 우리 이웃을 돌아보고 대중들과 공감대를 형성해갔다.

예술공장 두레가 큰 주목을 받는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명단에 이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청주 흥덕·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은 “충북지역 예술인과 예술단체 상당수가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며 “예술공장 두레를 포함해 극단 새벽, 충북 민예총 등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불이익을 받았다”고 밝혔다.

예술공장 '두레' 신태희 사무국장(왼쪽)과 단원들

예술공장 두레를 찾아 신태희 사무국장을 만났다. 지금 그의 심정은 어떨까. “황당했죠. 이런 상황을 짐작한 일부 선배들은 있었지만 사실 젊은 단원들은 설마 했거든요. 말로만 떠돌던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단원들 모두가 느끼는 허탈감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그간 우리가 힘들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죠.”

신 사무국장을 비롯해 단원 모두는 블랙리스트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이 사실을 알았다. 말 그대로 "영문도 모른 채 당했다"는 게 신 국장의 설명이다. “중앙사업을 관장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문화예술회관연합회으로부터 4년간 기금지원을 받았습니다. 공연기획이 사업방향과 잘 맞아서였는지 꾸준히 지원을 받았는데 그 기금으로 극단도 운영하고 단원들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죠."

불길한 기류가 감지된 건 2015년부터였다. 응모하는 사업마다 고배를 마시면서 거의 모든 지원사업에서 탈락통보를 받았다. 충북 지역 몇 가지 사업을 제외하면 사실상 거의 공연을 올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단원 모두가 납득이 가지 않았다. 공연내용도 알찼고 기획의도도 나쁘지 않았다.

“탈락사업에 대해 채점심의기준을 관계기관에 요구했죠. 심의표라는 걸 전달받았는데 평가기준이 구체적이지 않고 애매모호한 거예요. 석연치 않았지만 그래도 그때는 ”우리 기획이 2015년 사업과는 적합지 않았나보다“하고 자책을 하고 말았죠. 지원금이 끊기니 우선 공연을 준비할 수가 없었습니다. 1월부터 3월까지는 지역 축제나 연극제도 없어 수입이 끊기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이다 보니 아르바이트를 뛰거나 실업급여를 받는 단원들이 속출했습니다. 돌아보면 2015년은 너무나 힘든 한 해였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우리가 왜 그런 일들을 겪게 됐는지 알게 된 거죠.”

지난해 12월 충북도청 촛불집회에서 공연한 춤극 '인형'

예술공장 두레가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배경은 무얼까. 신 국장은 어렵지 않게 그 답을 내놓았다. “두레는 태생부터 문화예술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만든 단체입니다. 사회부조리나 사회 문제를 주로 공연 소재로 삼았죠. 제일 큰 사건은 역시 세월호였죠. 세월호 참사 이후 추모공연을 만들어 전국 집회를 찾아 다니며 공연했습니다. 단원 모두가 세월호 관련 서명운동에도 참여했고 개별적으로 추모공연을 만들어 무대에 올렸습니다. 희생자와 유가족에 들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죠. 일부 단원의 경우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인에 대해 지지를 표하기도 했는데 이런 활동이 정권실세 눈에 좋게 비칠 리 없었겠죠”

두레는 얼마전 충북민예총이 발의한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계자 고소고발에 동참했다. 특검 조사결과를 통해 드러나는 사실에 대해선 충북 예술단체들과 연계해 더욱 강력히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문화계블랙리스트 관련 풍자극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최순실 게이트를 소재로 한 ‘인형’이란 춤극을 만들어 촛불집회때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난국에 우리 예술인들이 할 수 있는 건 시대상을 작품으로 만들어 최대한 많은 관객들과 공감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그런 마음이 가장 간절합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좀더 많은 공연으로 대중들을 찾아가려 합니다. 그때쯤이면 우리 국민들 마음에도 따뜻한 봄이 깃들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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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 2017-01-20 20:26:08
ㄱ ㅐ 자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