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도서관을 지식관광명소로 "국립세종도서관 성정희 관장
[인터뷰]"도서관을 지식관광명소로 "국립세종도서관 성정희 관장
  • 정준규 기자
  • 승인 2017.01.16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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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정보도서관으로 2013년 개관...공직자 정책자료 제공과 공공도서관 역할 병행

[세종경제뉴스 정준규기자] 올해로 개관 4년째를 맞는 국립세종도서관(이하 세종도서관)은 명실상부 세종시를 대표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국립중앙도서관 첫 지역분관으로 지난 2013년 12월에 문을 연 세종도서관은 1만 5천여 명의 공직자들에게 정책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탄생했다. 세종도서관은 정책정보도서관의 기능뿐 아니라 지역주민을 위한 공공도서관의 역할도 충실히 병행해 왔다.

1,2층 열람실과 디지털 열람실은 세종시민과 청주,대전 등 인근 지역 이용객들로 연일 만석이다. 개관 당시 8만권 정도였던 장서는 37만권으로 늘었고 회원도 꾸준히 늘어 9만 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세종시 어진동에 자리한 세종도서관을 찾았다. 유려한 곡선의 도서관 외관이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2013년 세계적 디자인정보웹진 ‘디자인붐’이 ‘세계 최고의 도서관’으로 선정했을 만큼 세련된 외모는 이미 정평이 나있다. 날개를 펼친 듯한 새의 형상은 지척의 호수공원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안으로 들어서면 널찍한 로비가 우선 눈에 들어온다. 열람실과 로비가 벽 없이 한몸처럼 붙어있어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1,2층 일반자료실과 디지털열람석도 개방형으로 배치해 쾌적함을 배가시켰다.

세종시 어진동에 위치한 국립세종도서관/사진 국립세종도서관

 

35년 도서관 베테랑...국립세종도서관 '키' 잡다    

국립세종도서관 성정희 관장을 만나기 위해 3층 집무실을 찾았다. 성 관장은 말 그대로 ‘도서관 통(通)’이다.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뒤 1982년 공직에 입문해 33년 줄곧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근무했다. 그리고 지난 2015년 4월, 국립세종도서관 2대 관장으로 부임해 3년째 국립세종도서관을 이끌고 있다. 성 관장은 국립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먼저 강조했다.

“우리나라 행정,입법,사법 3부는 산하에 국립도서관을 두고 있는데 행정부는 국립중앙도서관, 입법부는 국회도서관, 사법부는 법원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립세종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 지역분관으로 공직자들에게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책·정보도서관입니다. 정책수행에 필요한 연구과제나 자료를 행정부처와 국책기관에 제공하고 그 정보를 공유하는 역할을 하죠. 정책관련 도서는 물론 각 부처와 기관별로 분산돼 있는 자료를 하나로 통합해 공무수행시 필요한 자료를 원스톱(One-stop)서비스로 제공하는 게 우리 도서관의 주 역할입니다.”

지난 2015년 4월, 2대 관장으로 취임한 국립세종도서관 성정희 관장 / 사진 정준규

 성 관장이 역설한 것처럼 정책정보도서관으로서는 세종도서관이 국내 최초다. 기존에는 행정부처 자료실과 국책연구기관 도서관에서 개별적으로 정책정보서비스를 처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각의 자료를 찾기 위해 관련기관마다 문을 두드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세종도서관이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불편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기관별로 흩어져 있는 정부간행물과 학술지를 한 곳으로 모아달라는 공직자들의 주문이 많았다. 성정희 관장도 부임과 동시에 공직자들의 이런 요구를 주목했다.

“분산된 자료를 하나로 통합하는 일이 처음부터 원만히 진행된 건 아니었죠. 부처간의 양해기 필요한 사안이기도 하고 기술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도 녹록지 않았습니다. 우선 각 행정부처·연구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자료통합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여기에 기존 국립중앙도서관과 세종도서관 자료를 더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습니다. 올 2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될 POINT(Policy Information)는 이런 노력을 집약해 국립중앙도서관이 만든 정책정보포털사이트입니다. 업무수행 시 공직자들이 POINT를 통해 각 기관의 자료를 편리하게 열람할 수 있게 된 거죠.”

 

갈 곳 없는 세종시민...문화 안식처 역할 '톡톡'    

엄밀히 말해 세종도서관은 공무 목적으로 지어진 정책도서관이다. 시민들에게 도서열람이나 문화프로그램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도서관과는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세종도서관은 세종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지식충족의 장(場)이자 문화공간이다. 많은 공공기관 중 세종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손꼽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문화인프라가 부족한 세종시에서 세종도서관은 공공도서관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해 왔다. 전체 도서 대비 자료 순환율이 6.4회 달할 정도로 이용 열기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국립세종도서관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성정희 과장 / 사진 정준규

“세종도서관은 국립도서관이기 때문에 사실 공공도서관의 역할을 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세종시의 경우 공공도서관이 턱없이 부족하고 마땅한 문화공간이 없다보니 우리 도서관이 그 역할을 자처하게 된 거죠. 세종시의 열악한 문화인프라는 지금도 뜨거운 감자지만 세종시 태동기는 지금보다 상황이 더 좋질 않았습니다. 막상 세종시로 이사는 했지만 시민들이 문화적으로 위안을 삼을 장소가 없었던 거죠. 지식과 문화에 대한 지역민들의 갈증이 높아지면서 우리 도서관도 공공도서관 역할에 책임을 느끼게 됐습니다. 세종시립도서관을 비롯해 지역공공도서관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한시적으로 민간서비스 역할을 맡기로 한 거죠. 현재는 전체 업무의 30% 정도를 할당해 공공도서관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2019년 세종시립도서관이 개관하면 본래 정책정보도서관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세종도서관이 선보이는 다양한 문화프로그램도 화제다. 강좌·공연·체험프로그램 등 지난해만 1800회가 넘는 문화행사가 세종도서관에서 열렸다. 지역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인문학 강좌를 비롯해 다양한 주제의 '북 콘서트'도 개최해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개설한 ‘동서양 고전읽기와 ’동양철학‘ 강좌는 전국적으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인근 청주,공주,대전뿐 아니라 부산, 평택, 파주 등 장거리 수강생들도 줄을 이었다.

세종도서관이 지난 2014년부터 운영해 온 세종아카데미 ‘움’은 특히 공직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진행된 세종아카데미 ‘움’은 인문학,철학,경제학 등 공직자들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주제강연으로 마련됐다. 저녁시간엔 열린강좌로 운영해 일반인 참여도 가능케 했다.  세종아카데미 ‘움’은 현재까지 107회에 걸쳐 53명의 전문가가 강사로 참여했다. 입소문을 타고 수강인원도 꾸준히 늘어 누적 참가자가 5,800여 명을 넘어섰다.

다채로운 문화공연도 빼놓을 수 없는 세종도서관의 자랑이다. 열린공간으로 마련된 도서관 로비에 무대를 설치해 성악,오케스트라,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공연을 선보였다. 특히 지난해 12월 열린 국립합창단의 메시아 공연은 음악회를 접하기 힘든 지역민들에게 큰 갈채를 받았다. “도서관도 폐쇄성을 탈피해 열린 공간이 되야 한다”는 게 평소 성정희 관장의 지론이다.

/사진 정준규

“로비와 열람실이 하나로 트여 있어 처음엔 민원도 적지 않았죠. 공연 취지를 이해하는 분들이 점차 늘면서 지금은 이용객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제가 됐어요. 특히 세종시민들의 반응이 뜨거워요. 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세종시에 없다보니 도서관 공연을 손꼽아 기다리시는 분들도 많고요. 공연을 보며 기뻐하는 시민들을 보면 저희도 큰 보람을 느끼죠. 서울 국립중앙도서관에 근무할 때만 해도 사실 지역사회라는 개념을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세종도서관에 부임한 후로는 지역민들의 피드백을 바로바로 느끼기 때문에 아무래도 더 긴장도 되고 신경을 쓰게 되죠. 세종시민들의 문화수준은 타지역에 비해 상당히 높습니다. 거기에 부응하려 저희도 무언가를 계속 고민하고 시도하게 되고 또 그 만큼 반응이 오니까 저희도 신이 나고요. 시민과 도서관이 함께 만들어가는 소통을 통해 수준높은 문화 풍토를 만들어 가는 중입니다.”

 

정책ㆍ공공기능 강화..."2017년에도 고삐 당긴다"

세종도서관은 인근 지역특구를 연계하는 정보서비스도 구상 중이다. 대전 대덕 과학특구, 청주 오송생명과학단지와 정보공유시스템을 구축해 지적재산을 공유하고 재분배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찾아가는 정책정보서비스’도 강화해 신착자료에 대한 순회대출이나 지역 인문학 강연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정책포털원스톱서비스도 올 초 대대적으로 손볼 예정이다. 각 행정부처와 연구기관 자료를 통합 정리해 올 상반기부터 정책포털사이트 활용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어려움도 있다. 세종시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 거리를 마다않고 찾는 이들이 늘면서 수용능력에 제동이 걸렸다. 반면 세종도서관에 거는 이용객들의 기대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요구하는 이용객들의 목소리가 크다. 성정희 관장도 이 상황이 안타깝긴 마찬가지다. 문화적 혜택에 취약한 세종시를 위해 더 많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적지 않다.

/사진 정준규

 “세종도서관은 원래 하루 수용인원 600여 명을 예상하고 지은 도서관이에요. 공공도서관이 아닌 정책도서관이기 때문에 600명 정도면 적정하다고 판단한 거죠. 그런데 개관이후 일반인 이용객이 가파르게 늘면서 당초 수용능력을 훌쩍 뛰어넘게 된 거죠. 지난해 7월엔 하루 이용객이 6000명을 넘기도 했어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열람공간이 많이 부족한 건 사실입니다. 이용객들의 불편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세종도서관이 공공도서관이 아닌 정책도서관이라는 점을 양해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어려운 여건이지만 27명 직원 모두 더 나은 환경과 알찬 문화프로그램을 위해 밤낮없이 고민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성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도시의 경쟁력은 산업지수로만 결정되진 않는다. 경제력이 높은 도시라 해도 문화가 결여된 도시는 구성원이 행복할 수 없다. 지식을 충족하고 문화를 향유할 공간이 없다면 도시는 온기를 잃고 잿빛이 된다. 국립세종도서관은 국가정책을 담당하는 도서관으로 탄생했지만 그간 세종시 문화의 큰 축을 담당해왔다. 하루에도 수많은 이용객들이 이곳에 찾아 지식을 탐구하고 문화를 향유한다. 본업 이상으로 부업에 전념해 준 세종도서관의 역할이 그래서 뜻깊고 고맙다. 신도시 개발이란 척박한 환경 속에 지성과 문화의 씨앗이 돼준 국립세종도서관. 세종시를 넘어 우리나라 대표지식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한 국립세종도서관의 또다른 변모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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