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에게 도화지는 마을 공동체"
[인터뷰] "나에게 도화지는 마을 공동체"
  • 박상철 기자
  • 승인 2017.01.09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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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예술 활동가 이종현 작가
전시장 밖 예술, ‘도시재생사업’

[세종경제뉴스 박상철기자] 재생(再生)이라는 말은 흔히 ‘낡거나 못 쓰게 된 물건을 가공해 다시 쓰게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요즘 ‘재생’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낙후된 구도심에 재생이라는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작업이 한창이다. 옛 마을이라는 헤진 도화지에 지역주민들과 함께 희망을 그리는 이종현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전시장 밖, 세상 모든 공간은 나의 전시관

“옛날부터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종현 작가는 홍익대 섬유미술과에 진학했다. 이유는 다양한 재료를 직접 손으로 만지며 작품을 만들 수 있어서였다. 하지만 졸업 후 예술가로써 서울에서의 생활은 녹록하지 않았고, 1999년 다시 청주로 돌아왔다.

이후 ‘공사삼일’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해 전시장이 아닌 다리, 카페, 트럭 등 야외 게릴라 전시를 시작했다. “전시장을 찾는 몇몇 사람들만이 즐기는 예술이 아닌 모든 사람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전시를 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이종현 작가. 전시장을 벗어난 전시는 지역민들에게 훌륭한 작품을 쉽게 공유할 수 있어 좋은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별다른 수입원 없이 작가들의 사비로 진행된 프로젝트는 '열정페이'란 벽에 막혀 추진력을 잃었다. 함께한 작가들은 각자의 살길을 찾아 떠났고, 그에게는 허탈감과 허무함만이 남았다.

긴 방황의 시간을 보내던 중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벽화 그리는 일을 시작한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이후 그는 201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모사업에 당선됐다. 이를 계기로 다원예술 매개 공간 ‘톡톡’이라는 이름으로 2년간 안덕벌에서 공동체 예술을 주민들과 함께 시작했다. 이때부터 정부가 지원하는 공공미술 사업에 참여해 마을을 기반으로 하는 예술 활동을 활발히 진행했다. 이 작가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참여한 작가들이 떠나는 애로사항이 있었어요”라며 그는 작가들이 머무르며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곳이 지금의 653예술상회다. 지금까지의 거친 활동이 653예술상회를 통해 깔끔하게 다듬어 졌다고 말하는 그는. 매년 지역주민들과 오픈스튜디오나 주민영화제 등 다양한 행사로 소통하고 있다.

이종현 작가가 기획하고 여인영 작가가 그린 전의면 마을지도

 

도시재생사업으로 행복을 되찾다

2015년 9월 세종시도시재생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지역주민 대상 특강 및 도시재생대학사업을 진행했다. 마침 전문 인력이 필요로 했고 이 작가가 그 동안해온 프로젝트를 계기로 전의면 역사 문화 팀 교수직을 맡게 됐다. 그의 역할은 전의면 지역주민들과 함께 마을의 장점은 살리면서 단점은 보완해 그 지역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것이었다. 주민들과 함께 만든 전의면 관광지도를 펼쳐 보이며 당시를 회상하던 그는 “교수라고해서 무조건 가르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주민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물리적·인적자원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그는 역할이라고 말한다.

그는 주민들에게 항상 받는 질문이 있다고 한다. “전공이 미술인데 왜 도시재생사업을 하냐?”는 물음이 그것이다. 이에 그는 “도구가 미술일 뿐이지 결국에는 잘사는 동네를 만드는 목표는 여러분과 똑같다”며 미소를 보였다. 이 작가에게는 한 가지 목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마을공동체가 지금보다 더 밝아지고 살아 숨을 쉬게 하는 것이다. “건물이 낙후됐다 해서 정신까지 낙후된 것이 아니에요. 물리적·정신적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공동체예술가가 하는 일이고 그 일을 저 혼자는 할 수 없어요. 지역주민들이 도움이 있어야 살아 숨 쉬는 마을을 만들 수 있어요”라며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했다.

“저는 바깥예술을 통해 공동체가 행복한 예술을 하는 게 꿈이에요. 지금 그 꿈을 이뤄 요즘 가장 행복한 때를 보내고 있어요”라며 밝게 웃었다. 그는 끝으로 “마을을 도화지 삼아 공동체예술을 하는 후배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자기만의 그림을 전시하는 것도 좋지만 나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예술을 통해 마을도 발전시킬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앞으로 이종현 작가와 지역주민들이 함께 그려갈 마을은 어떤 모습일지 한껏 기대된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벽화작업을 하는 이종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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