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住民)이 주인(主人)이죠"-김동호 세종시 도시재생지원센터장
"주민(住民)이 주인(主人)이죠"-김동호 세종시 도시재생지원센터장
  • 정준규 기자
  • 승인 2017.01.04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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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대학 체제 '도시재생대학' 운영...주민 역량 강화 통해 '능동적 참여' 유도
세종시 조치원읍에 위치한 세종특별자치시 도시재생지원센터. 도시재생을 실천한다는 차원에서 옛 조치원읍장 관사를 리모델링해 활용하고 있다./사진 정준규

[세종경제뉴스 정준규기자] 도시(都市)는 수많은 사람들이 숨을 쉬고 움직이는 거대한 유기체다. 건강한 도시는 구성원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지만 그렇지 못한 곳에선 사람도 함께 시들어간다. 건강한 도시의 정의는 다양하다. 기준에 따라 건강한 도시의 모습은 달라질 수 있지만 여기엔 고정불변의 척도가 있다. 도시를 꾸려가고 지탱하는 구성원들의 ‘능동적 참여’가 바로 그것이다. 도시 성격에 맞도록 구성원들이 직접 틀을 짜고 알맹이를 채워 넣는 일은 그래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세종시 조치원읍에 위치한 ‘세종특별자치시 도시재생지원센터(이하 세종시 도시지원센터)’는 주민들의 이런 자생적 노력을 돕고 지원하고 있다.

신도심,구도심에 맞는 마을별 특성을 발굴해 도시재생실천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센터의 우선적 역할이다. 주민들과 함께 마을에 필요한 사안을 찾아 함께 공모사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일도 그 중 하나다. 역할이 이렇다보니 주민들도 사랑방 드나들 듯 센터를 오가며 수시로 의견을 내놓는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함께 대안을 모색하는 김동호 센터장은 “주민들의 이런 적극적인 모습이 가장 큰 변화”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세종시 도시지원센터가 설립된 지 이제 1년 3개월. 그를 만나 주민들의 변화된 삶과 그 과정을 되짚어 봤다.

 

세종시 도시재생지원센터 김동호 센터장/ 사진 정준규

Q. ‘세종시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어떤 곳인지?

지난 2015년 9월 문을 연 세종시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세종시가 100% 설립자금을 출연하고 (사)주민참여도시재생연구원이 위수탁 운영하는 기관입니다.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중간행정지원조직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도시재생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그에 맞는 사업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사업분야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행복도시의 공동체 활성화’, ‘농촌경제활성화와 인프라구축’, ‘조치원을 중심으로 한 구도심 도시재생’ 크게 세 분야로 나눠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도시재생'이란 용어가 생소한데 어떤 개념인가?

대표적인 외국인 도시재생사업으로 미국 도크랜드, 프랑스 라데팡스,일본의 롯본기 등이 꼽힙니다. 대부분이 사업규모나 면적면에서 볼 때 초대형 사업들이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우리 환경에 맞는 도시재생의 개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추진하는 사업들도 그런 기조를 따르고 있고요. 세종시 구도심에 속하는 조치원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행복도시를 중심으로 한 신도심의 경우 전국 최고 수준의 주거 환경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시설이나 공원 등 인프라 역시 세계적으로도 손색이 없고요. 같은 세종시권역이지만 조치원은 크게 상황이 다릅니다. 오래된 건물이나 낙후된 시설들이 여전히 방치돼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도로나 도시구획도 예전 그대로다 보니 주민들이 느끼는 불편도 한두 가지가 아니고요. 지역경제를 살릴 마땅한 호재가 없다보니 해법 찾기도 지지부진이기 일쑤죠. 사실 조치원에 막대한 돈을 들인다 해도 세종시 신도심처럼 조성할 수는 없습니다. 그게 현실이고요.

그렇다면 “저쪽은 잘 살고 우리는 못 산다”는 대립적 개념이 아니라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산다”는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 도시라 해도 두 지역이 똑같을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죠. 요즘도 종종 “행복도시가 저리 승승장구니 조치원도 그처럼 만들어달라”는 조치원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그러면 전 분명히 이야기합니다. 행복도시에 비해 조치원이 앞서 있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역사와 전통이 그렇고 신도시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웃간의 끈끈한 정이 있다”고 말이죠. 조치원의 지역적 장점을 살릴 수 있다면 행복도시 버금 가는 명품마을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사실 세종시 신도심의 경우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보니 공동체라는 개념이 약한 게 사실입니다. 세종시라는 거대도시를 하나로 묶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지역별로 특성에 맞게 적절한 발전전략을 세우는 일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세종시 구도심(조치원) 개발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동호 센터장/사진 정준규

Q. 지난 2015년 개소식도 주민들이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는 이렇게 ‘주민주도형 개소식’을 기획하게 된 배경은?

도시재생이라는 부분이 행정의 역할도 있지만 사실 주민의 역할이 더 큽니다. 도시재생사업이 일반개발사업과 다른 점은 주민들의 참여로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이런 일을 하는 기관 개소식이니 주민들이 직접 맡아 주셨으면 하고 부탁을 드렸는데 흔쾌히 받아주셨습니다. 업체 섭외부터 식순,무대배치,이벤트 등 개소식 준비를 위해 주민들이 적극 나서 주셨습니다. 밤마다 모여 개소식 무대에 올릴 합창 연습을 함께 했는데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입니다. 관 주도 개소식이 아닌 주민 주도로 이뤄진 개소식이다 보니 다른 곳과는 달리 따뜻한 분위기로 개소식을 치를 수 있었습니다.

 

Q.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도시재생대학’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어떤 내용인지?

도시재생대학은 주민 역량강화를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입니다. 상반기,하반기 연 2회 실시하는데 10~40여 명의 주민들이 팀을 짜서 신청합니다. 주민들로 짜여진 팀은 마을 개선 사업 관련 아이템을 선정하고 저희 도시재생지원센터와 컨설팅을 진행합니다. 상담을 마치면 그 주제에 맞는 지도교수와 조교를 선정해 팀으로 배정합니다. 학계 쪽 보다는 주민들과 잘 어울리며 호흡할 수 있는 인물 위주로 교수진을 구성합니다. 이후 8~9주 정도 교수진과 주민들이 만나 선정된 이슈를 놓고 함께 고민하고 방안을 모색합니다. 지원자는 매년 급증해 최근에는 한 기수 170여명이 수료를 했습니다. 지역활성화대학,공동체활성화대학,상권활성화대학 등 3개 이상의 단과대도 만들었습니다. 단발성이 아닌 상설화 교육을 통해 향후 종합대학 체제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도시재생대학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김동호 센터장/사진 정준규

Q. 도시재생대학 시행 이후 주민들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도시재생대학 수강생들에게 제가 강조하는 게 있습니다. “우리 대학은 동네를 바꿔주는 게 아니라 그 동네를 바꿀 사람들을 양성한다”고 말이죠. 전에는 주민들이 “마을에 이게 필요하니 이걸 해달라”는 식으로 요청을 많이 하셨어요. 지금은 다르죠. “마을을 이렇게 바꾸고 싶어서 우리가 이렇게 해볼까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은 방법일까”라는 질문을 많이 하세요. 주민들의 의식에도 큰 변화가 온 거죠. 주민들이 개발 주체로 마을발전에 관여하면서 주민들에게도 큰 내적 힘이 생긴 거죠. 열정을 갖고 있는 마을에 대해선 저희도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일례로 2015년 겨울에 도시재생대학이 끝난 마을이 있는데 일정이 종료된 뒤에도 지도교수를 계속 파견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을에서 펼친 벼룩시장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 한 단계 발전해 ‘차없는 거리’ 조성을 주민들이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 마을의 경우 그 어떤 전문가가 관여한다 해도 주민들의 역량을 뛰어넘을 수 없게 된 거죠.

 

Q. 센터장님은 도시계획전문가로 알려져 있는데 지난 2000년 직접 기획했던 ‘청주 주민참여도시만들기사업’은 지금까지 호평을 받고 있다.

일본의 세타가야라는 도시를 지나다 마쯔츠쿠리라고 하는 마을 만들기 센터에 들른 적이 있었습니다. 꽃길이나 쌈지공원 조성과 같은 주거환경사업을 주민들이 직접 시행하고 있었는데 당시로선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주민주도형 마을만들기 개념을 도입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청주시에 건의했는데 의회 부결로 무산됐습니다. 관에서 못 한다면 민간차원에서 진행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뜻있는 분들이 십시일반 출자해 전국 최초의 주민참여지원센터를 만들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건 담장허물기사업이었습니다. 청주 용암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수많은 학교와 관공서들이 담장을 허물기 시작했습니다. 담장을 허문다는 것은 내 공간에 우리라는 개념을 담는 작업입니다. 사적공간이 공적공간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죠. 모충초등학교의 경우 ‘학교는 지역의 중요한 자산이다’라는 타이틀로 학부모님들을 설득했습니다. 당시 모충동 관내에 공원이 없었는데 학교담장을 트면서 주민들이 학교를 공원처럼 활용할 수 있게 됐죠. 당시 3만 여명의 모충동 주민들이 새로운 휴식공간을 얻게 된 거죠. 더 중요한 건 이런 협의 과정을 통해 주민들이 정책에 대한 결정권을 갖게 됐다는 거죠.

 

2000년 청주 주민참여도시만들기 사업 당시를 이야기 하고 있는 김동호 센터장/사진 정준규

Q. 세종시 도시재생지원센터에 오기 전 '부산 마을만들기' 센터장으로 3년간 근무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사업들을 추진했는지?

부산에는 재정적으로 열악한 지역이 몇 곳이 있습니다. 재정이 열악해 공모사업을 해도 50% 출연기금을 마련치 못해 국비사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우선 그런 지역에 대해 부산시가 절반 혹은 그 이상의 지원을 해줄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우선 도시개발선도사업과 같은 굵직굵직한 국비사업을 따내기 위해 전략팀을 구성했습니다. 그렇게 찾아낸 국가 업이 연 150여개나 됐는데 그 과정을 통해 주민들도 역량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Q. 최근 세종시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명칭은 '세종시 경관협정활성화사업'입니다. 조치원 역 주변에 옛 연탄공장 부지가 있는데 예전에 기차에서 석탄을 내려 야적하던 곳이었습니다. 비닐도 덮어놓지 않아 주민들은 40여년 가까이 진폐증과 각종 질병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집 전체가 온통 석탄가루로 뒤덮이고 빨래도 널어 놓을 수 없었다고 주민들은 당시 상황을 토로합니다. 이런 상황을 개선키 위해 세종시가 코레일로부터 부지를 사들였고 연탄공장은 다른 곳으로 이주하게 됐죠.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그 핵심이 경관협정활성화사업의 골자이기도 하고요. 우선 이 공간을 숲으로 조성해 주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부지 가까이에 사는 주민들과 경관협정을 맺어 숲을 어떻게 가꿔나갈 것인가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숲의 운영에 대해서도 주민들이 관리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해 나갈 계획입니다.

세종시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조치원 역 부근에 추진하고 있는 '경관협정활성화사업'. 빨간 선 안쪽이 옛 연탄공장 부지로 주민들을 위한 숲 공원으로 조성될 계획이다./사진 세종시 도시재생지원센터

 

Q.2017년 세종시 도시재생지원센터가 계획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지금까지 진행돼 온 주민역량강화사업은 계속해서 추진해 나갈 생각입니다. 지난해의 경우 농촌지역활성화나 구도심재생에 중점을 뒀다면 올해는 행복도시의 공동체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사업을 펼칠 계획입니다. ‘참마을 살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진행될 사업에는 도서관활용이나 마을신문 사업과 같은 내용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신도시의 경우 물리적인 시설은 사실 손댈 게 없습니다. 다만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인간적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신ㆍ구도심의 특성이 반영된 도시개발사업을 발굴ㆍ시행해 세종시가 진정한 명품도시가 되도록 힘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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