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선(線)으로 하나 되는 공동체를 꿈꾸다'
[인터뷰]'선(線)으로 하나 되는 공동체를 꿈꾸다'
  • 박상철 기자
  • 승인 2016.12.16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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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하우스의 '터짱' 조송주 작가
‘공동체 속 예술생태’와 공유하는 삶'
청주시 우암동 안덕벌에 위치한 드로잉하우스 / 사진=박상철기자

[세종경제뉴스 박상철기자] 찬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12월. 온 몸을 휘감는 냉기에 옷매무새를 다 잡으며 안덕벌의 가파른 언덕을 오르다보면 아기자기한 미술품에 끌려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이 있다. 오래된 주택가 속의 작은 미술관이자 지역주민과 예술가들의 소통의 장소인 ‘드로잉 하우스’. 그 곳에서 일명 ‘터짱’ 조송주 작가를 만나봤다.

드로잉하우스의 '터짱' 조송주 작가

‘드로잉’으로 나의 색을 찾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색을 갖고 싶어 한다. 대학 졸업 후 일률적인 대학 교육의 매너리즘에 빠져 자신만의 색있는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고 말하는 조송주 작가. 자신의 그림을 볼 때 “전혀 제 작품으로 느껴지지 않고 복사한 그림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림과 작가는 하나가 돼야 빛을 발하지만 물과 기름처럼 저와 그림은 융화되지 않아 많은 회의감이 들었죠” 그는 자신에게 되물었다. ‘나는 무엇에 관심이 있으며 좋아하는지’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게 위해 무작정 떠난 여행에서 우연히 그의 눈에 미완성의 그림과 낙서들이 들어왔다. 왠지 모를 두근거림이 그의 본능을 일깨웠다. 두근거림은 그를 드로잉의 세계로 이끌었다.

“무의식중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낙서하듯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 쉽게 말해 연필이나 목탄으로 그려진 선이 바로 ‘드로잉’”이라고 그는 말한다. 조 작가는 2002년 7월 드로잉 작품으로 첫 개인전을 가졌다. 관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첫 전시 방문 후 가족들도 그의 그림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특히, 한 지인이 방명록에 남긴 ‘조송주 다운 전시’란 한 문장은 “무채색이었던 저의 그림에 색이 입혀지는 순간이었다”며 당시의 감동이 그의 흔들리는 동공에서 전해졌다.

조송주作 '못' 그린그림 / 사진=조송주작가

자신감 얻은 두 번째 전시의 주제는 ‘세상에 없는 이미지’와 ‘말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문득 “과연 잘 그린 그림과 못 그린 그림은 무엇일까? 어떤 기준으로 나누는 것일까?”란 의문의 답을 말이 아닌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그는. “인간의 본능을 왜곡시키는 것이 계층과 자본"이라며, 어느 순간부터 그림이 평가되고 줄 세워졌다. 그래서 그는 ‘못’그린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줄 세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하나의 창조적인 작품으로 봐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빈집 한쪽 해진 벽을 바탕으로 전시된 작품들 / 사진=박상철기자

지역주민과 예술인들의 ‘소통의 장’...빈집

조 작가는 대학원 논문을 쓰던 중 예술 기획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후 그는 청주복합문화체험장의 운영자로 일을 하게 됐다. 새로운 기회였다. 그에게는 한 가지 목표가 있었다.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을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이었다. 고민 끝에 충북 최초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예술가들에게 일정 기간 동안 창작 생활공간을 지원해 작품 활동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당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수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는 “이 프로그램이 작가들의 자유와 창작 활동을 방해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화산업단지나 공공건물에 예술가들을 모아 놓다보니 기관의 많은 요구에 자유가 보장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 문제 의 해결책이 바로 안덕벌 언덕배기 빈집을 거처로 ‘공동체 속 예술 생태’와 공유하는 삶‘을 지역민과 함께 이끌어가는 것이었다. 곧 7080년대 기억을 모티브로 5명의 작가와 빈집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작품전시는 물론 파티를 통해 지역민과 예술가들이 함께 소통하고 안덕벌만의 문화의 터로 자리 잡았다.

“누구든 빈집 전시를 할 수 있다. 단, 이색 장소 활용만의 전시가 아닌 이곳에서 함께 소통하고 어울리며, 왜 빈집인지? 이유 있는 전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자본으로 꾸며지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주민과 작가들이 들어와 살면서 안덕벌만의 스토리텔링으로 안덕벌 다운 마을을 만드는 것이 그의 최종 목표이다.

예술가들과 지역민들이 함께한 연탄 구이구이 파티가 한창이다 / 사진=박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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