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각자의 개성을 지휘하다" - 류성규 상임지휘자
[인터뷰] "각자의 개성을 지휘하다" - 류성규 상임지휘자
  • 박상철 기자
  • 승인 2016.11.29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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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립교향악단 류성규 상임지휘자
사진 제공=청주시립교향악단

[세종경제뉴스 박상철기자] 차가운 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11월. 청주시민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어 줄 청주시립교향악단. 탁월한 음악적 기량과 예술성을 바탕으로 폭넓은 음악의 세계를 선보이며,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고품격 문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청주시립교향악단 류성규 상임지휘자를 만나보자.

Q. 최근 정기연주회 “가을 그리고 브람스” 마친 소감은?

“이번 정기공연은 낭만의 계절인 가을을 맞아 요하네스 브람스 특집을 마련했어요. 흔히 ‘가을’하면 ‘브람스’를 떠올릴 정도로 브람스의 곡들은 가을에 더욱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브람스의 평온한 음악을 들으면서 시민들이 시립교향악단의 발전된 모습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굳이 수도권이 아닌 청주에서도 수준급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 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한국예술종합학교 지휘과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드레스텐 국립음대에서 공부를 했는데 한국과 독일의 음악교육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한국은 1등만 기억하고 1등만을 지향해요. 그래서 한국 학생들은 1등을 하기 위해 목을 메죠. 이런 교육 방식 때문에 ‘선행학습’란 한국만의 독특한 교육 방법이 생겨났죠. 제가 어렸을 때는 학교를 들어가기 전에는 한글을 알 수가 없었지만 지금 학생들은 한글은 기본이고 영어까지 배우고 학교를 입학하는 추세잖아요” 씁쓸한 웃음을 보이며, “독일과 한국의 교육을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는 독일에는 ‘선행학습이 없다’는 것입니다. 실패 속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음을 강조해 단계적으로 천천히 교육이 이루어지는 게 독일 교육의 특징입니다”

사진 제공=청주시립교향악단

Q. 독일 교육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은 어떤 것이 있죠?

"'Step by step' 하나하나 차근차근 배워나가야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옛날에는 유럽 음악대학에 아시아 학생들이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많아졌어요. 유럽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뒤지지 않는 훌륭한 재능도 가지고 있죠. 하지만 오랜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 독일 학생들의 기량이 아시아 학생들이 비해 일취월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단기간에 기술과 테크닉을 배우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는 한국학생들과 다르게 독일의 교육은 ‘늦어도 좋으니 너가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꾸준히 하는 것’을 중시한다는 점이 우리 학생들이 배워야 할 점 인 것 같습니다“

Q. 지휘뿐만 아니라 후학 양성에도 힘쓰시는데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싶은가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음악적 테크닉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옛날에 내가 공부하면서 궁금했던 점은 무엇이었지?’ 이렇게 자신에게 되물어보니 무엇을 가르쳐야할지 답을 찾을 수 있었어요. 제가 현직에 있으면서 겪는 고충, 어려움 이런 것들을 더 가르쳐줘야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물론 음악적 기술이나 경험은 시간이 지나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지만, 지금 그들이 겪어 보지 못한 어려움이나 알고 싶어 하는 것들을 가르쳐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Q. 2년 간 시향을 이끄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재작년 12월 송연음악회가 취임 후 첫 공연이라 가장 기억이 남아요. 처음으로 단원들과 호흡을 맞췄던 공연이었고 모두가 열심히 해주었어요. ‘뉘른베르크 명가수 서곡-바그너’, ‘로미오와 줄리엣 서곡-차이콥스키’등 다양한 곡을 연주해 큰 박수를 받았어요. 특히 많은 관객 분들이 와주셔서 가득 매운 객석 앞에 섰을 때 그 벅찬 감동은 아직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Q. 청주시의 문화공연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저는 청주뿐만 아니라 다른 오케스트라들도 지역 색을 탈피한 공연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공연에 지역의 명망 있는 음악인들을 초청해 그들의 활동을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지역 관객들이 서울을 가지 않더라도 지역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연주자들을 초청해 공연을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아요. 너무 지역에만 국한되지 말고 관객들의 시야를 넓혀 줄 수 있는 폭넓은 음악을 시민들에게 들려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지휘자란? 그렇다면 어떤 지휘자로 남고 싶나요?

“제가 생각하는 지휘는 여러 연주자들의 각기 다른 개성을 한데 모아 하나의 음악을 만드는 조율사라고 생각해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자기의 확실한 신념을 가지고 여러 개성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 생각합니다”라며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그는 “음악적인 면에서 음악하나 만큼은 제대로 잘했다. 이게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제가 언젠가 청주시향을 떠나더라도 단원들의 머릿속에는 ‘류성규 지휘자가 있을 때 힘들었지만 즐겁고 재미있게 음악을 했었다’는 존재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사진 제공=청주시립교향악단

Q. 향후 계획은?

“저는 앞으로 남은 2년동안 역대 청주시향에서 다루지 않았던 곡들만 추려 그 곡들로 공연을 준비하고 싶어요. 시민 분들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곡들을 한번 시도해보고 싶어요. 또 지역에 있는 초중등 음악 선생님들을 위한 지휘 연수를 계획 중에 있어요. 방과 후 학생들에게 지휘를 가르칠 때 겪는 어려움에 해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 드리고 싶습니다. 끝으로 저희 시립교향악단은 12월29일 송년음악회를 준비 중에 있어요. 그날 공연은 흔히 볼 수 없는 목관악기 바순을 최영진씨가 협연자로 나와 시민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김은경 소프라노, 신현식 테너 등 훌륭한 연주자들과 함께 ‘L. H. Berlioz-로마의 카니발 서곡’, ‘R. Wagner-오페라 리엔치 서곡’ 등 다채로운 음악을 준비했습니다. 시민 여러분들이 행복한 2017년을 맞을 수 있도록 좋은 음악을 선사할 예정이니 꼭 오셔서 뜻깊은 연말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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